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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오가와 요코. 대단히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작가이다. 특히 일본 작가로서 <카이엔 신인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등 일본 국내의 다양한 문학상은 물론이고 <2007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수상하고 1999년에는 <프랑스에서 발간된 가장 훌륭한 소설 20>에도 선정 되었다니 그녀와의 첫 만남에 살짝 기대를 가지게 한다.
최근 몇 편의 일본 소설들을 보면, 일본 소설은 모 아니면 도라는 느낌이 강해 섣불리 선택하기가 꺼려 졌었다.
감정의 굴곡 없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등장인물들은 사실 평범하지 않은 깊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상 식욕에 시달리는 주인공 가오루, 성 불능인 가오루의 애인 요시다, 그리고 계모가 데리고 온 동생 고헤이는 키가 크지 않는 병에 걸려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병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자신의 상처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불행 감정에 시달리지도 않으며 겉으로 드러내고 호소하지도 않는다.
안으로 안으로만 차곡차곡 쌓으면 그 상처는 무거운 돌덩이로 가슴에 남는 게 아니라 얇고 엷은 막으로 그들의 외면을 감싸는 것 같다.
전형적인 일본 여류작가의 글을 닮아 있다. [슈거타임]은.
어쩌면 그들은 이리도 비슷한 분위기의 글들을 쓸 수가 있을까 의아해진다.
무거운 주제를 최대한 가볍게 묘사하기. 자신의 상처를 끌어안고 함께 뒹굴기 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응시하기. 그리고 슈거타임에는 비교적 약하게 나와 있는 이 지상의 도덕 가치에서 자유롭기.
처음 몇 번은 그러한 책들을 읽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엇이든 반복되면 식상하다.
[고헤이는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순간 이대로 계속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속눈썹은 나비의 촉각처럼 가늘었다. 한번 눈을 깜빡이면, 그 가느다란 속눈썹이 희미하게 떨리며 눈가에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속눈썹이 스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31쪽)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 모두를 그 깜빡거림 속에 가두었다.] (32쪽)
[정신장애가 있다면 차라리 슬픔 같은 것은 모를 정도로 심한 장애였다면 좋았을 텐데. 어째서 그녀에게는 슬픔을 저렇게 선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지능만 남아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고헤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56쪽)
아니라고 도리질을 해도 그녀의 글에 묘한 중독성을 느낀다. 다음 작품으로 더 만나 보고픈 작가다. [오가와 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