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카드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3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두 번째로 접한 플라시보 시리즈 [안전 카드].

전에 읽었던 [흔해 빠진 수법]보다는 대체로 길이가 좀 긴 편이어서 짧은 소설을 읽는다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 흔해 빠진 수법을 읽을 때는 너무 짧아서 읽다가 뚝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라 이게 뭐야’하는 당황스러움. 소설 이라기보다는 만화 같은 느낌이 강했다고나 할까, 어째 작가가 글을 완성하는 단계를 빼 먹고 쓰다 말았나 하는 느낌.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의 끝없는 나열.

같은 종류겠지 하면서 읽어 나가는데 좀 더 완성된 느낌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에 실린 총 편수를 세어보니 [안전카드]에는 전작보다 10편이 적은 15편의 글이 실려 있었다.

글에 따라 2배정도 길어진 제대로(?) 구성된 소설의 느낌이다. 작가 후기에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길이가 긴 이유는 단지 의뢰받은 매수가 그랬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길이가 길거나 짧거나 글의 재미에는 관계가 없을 거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호시 신이치]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인생을 살면서 크게 상심할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이 담담하게 문제를 수용하고 싶어진다.

[나는 신비하고 괴기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없다](223쪽)라고 시작하는 저자 후기 역시 솔직하고 쉽게 쓴 것처럼 보인다. 1000여 편의 SF소설을 쓴 작가가 전혀 경험도 없고 능력도 없었노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 많은 글은 무엇을 바탕으로 해서 썼을까? 글을 쓰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1000여 편의 소설을 분류하면서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을 만든 듯하다. [안전카드]에는 귀신이 자주 등장한다. 귀신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호러물의 무섭고 한 서린 귀신이 아니라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느낌의 귀신들이다.

 

특히 [선택받은 삶]에 등장하는 귀신은 편안함을 넘어서 연민까지 느끼게 한다.

점원에게 속아서 자신의 사업체를 교묘하게 빼앗긴 뒤 모든 것을 잃고 목매달아 자살한 귀신은 복수를 위해 구천을 떠돌며 결심한다. 저주로 원수를 직접 죽이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 아무런 잘못이 없는 손자에게 천벌을 내리겠다고.

그러나 원수의 아들은 칠칠치 못한 인간이라 많은 유산을 다 탕진하고 건강까지 나빠져 이 세상에 미련이 없는 상태이다.

행복의 절정에 있을 때 불행의 구렁텅이에 처박는 비극적인 복수를 꿈꾸는 귀신은 자주 청년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청년을 돕는다. 청년은 그 귀신을 자신의 <수호신>으로 착각한다. 귀신이 원하던 대로 청년은 사업도 성공하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청년은 아이가 생기기 어려운 체질. 복수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는 귀신에게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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