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 21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전유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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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동화도 많이 읽고 서평도 쓰고 하는 것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아직 글씨를 깨우치기 전 책을 읽어주는 것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 다음

몇 분 정도였다. 그마저도 지겹고 하기 싫어서 아이 몰래 책장을 한, 두장  쯤 건너뛰어서 읽어 주곤 했었다. 머릿속에선 어서 재우고 아까 읽던 책을 마저 읽어야지 하는 내 생각만 하면서. 그렇게 불성실하게 읽어 주는데도 내용을 완벽하게 외운 아이가 알아채고 항의를 하기도 하고 오히려 자기가 읽어 주겠다며 그림만 보고 외운 내용을 목소리는 내가 읽어 줬던 억양 그대로 흉내 내며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종알거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 엄마에게서 자랐음에도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아이로 성장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내 책을 읽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아이에게 더 많은 책을 읽어 줄텐데 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별에서 온 아이].




책의 서문을 보니 [와일드 자신은 천재성은 삶에 쏟고 작품에는 재능만을 쏟았다고 말했다](9쪽)고 나와 있다.

결코 평범하지도 평탄하지도 않았던 삶을 살았던 작가가 원망과 미움을 쏘옥 빼고 사랑의 고귀함만을 찬양한 아름다운 작품을 그려냈다니 놀랍다.

지극했던 오스카 와일드와 그의 어머니 제인 와일드 부인과의 관계, 그리고 치욕적인 사건으로 그 이후 다시는 볼 수 없었던 와일드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그의 작품 곳곳에 배어있지 않나 싶다.




[도덕적인, 또는 비도덕적인 책이라는 것은 없다. 잘 쓰인, 아니면 형편없이 쓰인 책만 있을 뿐이다. 그게 다이다.](22쪽)




[별에서 온 아이]는 오스카 와일드 생존시 [행복한 왕자], [석류나무 집]등 각각 2권으로 나누어 출판 되었던 것을 한권으로 묶어 놓은 단편집이다.

1부 [행복한 왕자]에는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꽃, 자기만 아는 거인, 헌신적인 친구, 비범한 로켓 불꽃 등이 실려 있고 2부 [석류나무 집]에는 어린 왕, 공주의 생일, 어부와 그의 영혼, 별에서 온 아이 등이 실려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단편 동화집이지만 읽는 어른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별에서 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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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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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거칠고 사나운 회오리가 마음을 지배할 때가 있다.

무엇인가를 향한 증오, 또는 자신에 대한 연민이 지나쳐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들곤 한다. 감정이 극으로만 향하는 시간.




몇몇 일본 여류작가의 글을 보면 이 사람들은 어쩌면 이리도 감정정리를 잘 할 수 있을까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철저한 감정의 객관화가 이루어져 있다. 그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 저절로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요시모토 바나나]도 나에게는 그런 작가였다.




책을 선택하는 엄마의 취향을 알고 있는 아들의 권유로 처음[요시모토 바나나]를 알게 되었으나 일본 소설에 대한 막연한 선입관으로 그리 탐탁하게 여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의 초기작 [키친]과 [티티새]를 읽었다.

[티티새]는 글에 대한 열정과 소질을 갖춘 작가 지망생이 열심히 노력하여 드디어 짜잔~~하고 결실을 세상에 내 놓았다.라는 냄새가 다분히 풍기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소위 말하는 [바나나식]이라는 느낌은 없다.

[키친]에서는 바나나 특유의 느낌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마치 작가를 처음 만난 듯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전작 읽기에 들어갔다.




같은 작가의 책을 연이어 읽다 보면 그 책이 그 책 같은 비슷한 분위기에 다소 실망도하고 실증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글의 전환기를 가져온 작품이라는 [왕국].

성숙해진 주제의식으로 바나나문학의 새로운 경지에 오른 작품이라는 소개 글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왕국]에 나오는 인물들은 여전히 한발은 속세에 한발은 허공에 걸쳐져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지상의 가치, 지상의 도덕성에서 비켜서 있는 것도 여전하다.

도입부 설정 자체가 산에서 살던 소녀가 도시로 내려와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이고 그녀가 뿌리를 내리려는 곳이 앞을 못 보는 점술가의 집이기에 그 느낌이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전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1권만 보아서인지 이제 막 맛만 본 느낌. 어서 2,3권을 들고 본격적인 바나나문학의 새로운 경지에 몰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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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이야기 - IQ 76, 인생의 진정한 로또를 찾아낸 행운아
퍼트리샤 우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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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행운이란 어떤 의미일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같은 양의 행운을 나누어 주시는 것일까?

혹은 나에게 다가온 행운을 내가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 적은 없는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으로 맺어지는 인연은 정말 말로는 풀어낼 수 없는 신비함이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평생을 사랑하고, 책임지고, 그리고 감당해내야만 하는 가족.




[페리 이야기]의 주인공 페리가 진정한 행운아인 것은 그가 로또에 당첨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행운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혜안을 가졌기 때문에 행운아인 것이다.

페리에게는 분명 부모와 형제가 있지만 그의 진정한 가족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뿐이다.

아이큐 76의 보통 사람보다는 조금 느린 32세의 남자 페리는 이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가족보다도 소중한 친구들. 이러한 친구를 가질 수 있었던 페리는 정말 멋진 행운아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불행해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바라볼 줄 아는 지혜를 가진 페리를 누가 정신지체아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작가 페트리샤 우드는 자신과 가까운 가족들의 실제 사건과 경험을 통해 소설 속 중요인물들의 캐릭터를 정하고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마치 고학년용 동화를 보는듯한 느낌의 짧고 간결한 문체와 빠른 전개, 그리고 보통사람 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지혜로운 주인공의 설정은 책을 한번 잡으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강한 흡인력을 가진다.




[페리 이야기]같은 책이 많이 나오고 널리 읽혀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그래서 우리 모두 조금씩 페리의 혜안을 닮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변할 테니까.




[지능이나 상상력이 높다고 해서,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졌다고 해서 천재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랑, 사랑, 사랑이야말로 천재의 생명이다] (4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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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도널드 맥카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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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나름 사춘기 시절 크게 영향을 받은 영화나 책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러한 영화였다. 남들과는 다르게 이상한 방향에서 소위 말하는 페미니즘이란 것에 눈을 뜨게 해 준 영화였다.

전쟁의 여파로 폐허가 된 밭에서 여주인공 스카렛이 맨 손으로 무를 파내어서 흙이 묻은 채로의 날것을 먹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던 장면과 여자의 신분으로 결혼의 첫째 조건이 사랑이 아니고 성취감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트와의 밤을 보내고 난 뒤 나른한 고양이처럼 만족스럽게 기지개를 켜던 모습이 10대 중반의 이제 막 시작된 사춘기의 소녀였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원작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굳이 원작을 찾아 읽고픈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만족감은 완벽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뒤 원작의 작가인 마가렛 미첼이 아닌 도널드 매케이그의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는 사춘기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더욱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에 대해 집착하게 만든다.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지금까지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속편으로서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다. 마가렛 미첼이

극구 거절했던 속편이 원작가가 사망한 이 시기에 쓰여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700쪽에 달하는 착한 두께 때문에 가졌던 약간의 두려움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사악 사라진다. 주로 누워서 뒹굴 거리며 책을 읽는 습관으로 인하여 손목에 부담이 오는 것도 잊을 정도로 흡입력을 가진다.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어느 책의 속편이라는 부제를 달지 않고서도 스스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작품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주제의식이 흑인의 인권에 대한 것임에도 사춘기 때는 스쳐갔던 문제가 지금 이렇듯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이를 먹은 만큼 나의 독서력도 어느 정도는 발전했음이라 믿고 싶다.




이제 역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찾아 읽을 시간이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을 다시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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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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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영화로 먼저 접한 소설이다.

영화의 인상이 하도 강렬해서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영화 속의 장면을 되새기게 된다. 그 정도의 탄탄한 스토리라면 원작이 중. 혹은 장편일 줄 알았는데 50여족 분량의 짧은 단편이어서 놀라웠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장편보다는 중, 단편을 선호한다. 압축된 글이 가지는 완성미가 좋다.

영화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가슴 아픈 시대적 배경을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어 꼭 읽으리라 벼르던 소설이었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될 수 있으면 책부터 읽으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뻔히 아는 스토리에 영화장면이 겹쳐져 책읽기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듯하다.




작품집의 원래 제목은 [망연기]였으나 영화의 흥행 때문에 국내에서는 [색, 계]로 정해진 듯하다. 작품집 [색, 계]에는 색계, 못 잊어, 해후의 기쁨, 머나먼 여정, 재회의 제목을 가진 다섯 편의 소설과 부록으로 영화대본인 연애는 전쟁처럼이 실려 있다.




그 중 역시 [색, 계]가 가장 마음에 든다.

책에서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묘사나 상황 설명보다는 여 주인공 왕지아즈의 심리 묘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선이 가늘고 섬세한 느낌이다.




특히 실제 있었던 국민당 간부 암살 미수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니 실제인물 정핑루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소설과는 또 다른 시각에서 영화화한 이안 감독의 탁월함에 대한 찬사까지 어우러져 3박자를 고루 갖춘 근래 보기 힘든 작품이다. [색, 계]




실제의 인물 정핑루에게는 사랑에 빠져 자신의 신념과 동료를 배신하는 불운의 여전사라는 이미지는 없겠지만 작가 장아이링이 그려내는 왕지아즈에게서는 그런 통속적인 면이 보인다.

그래서 또 다른 작품 [못 잊어]의 서문에서 밝히는 작가의 이야기가 더욱 인상에 남는 것인지도...........




[통속소설에 대해 난 줄곧 뭐라 형용하기 힘든 애정을 느껴왔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들............... 그들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만약 이것이 너무 천박하여 깊이가 없다고 한다면 부조 역시 예술이라 말하기 힘들 것이다.] (75쪽)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못 잊어] 이외의 다른 작품에서는 그리 통속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작가가 [못 잊어]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사실 그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도둑맞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와중에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별반 미련이 없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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