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도널드 맥카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나름 사춘기 시절 크게 영향을 받은 영화나 책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러한 영화였다. 남들과는 다르게 이상한 방향에서 소위 말하는 페미니즘이란 것에 눈을 뜨게 해 준 영화였다.

전쟁의 여파로 폐허가 된 밭에서 여주인공 스카렛이 맨 손으로 무를 파내어서 흙이 묻은 채로의 날것을 먹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던 장면과 여자의 신분으로 결혼의 첫째 조건이 사랑이 아니고 성취감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트와의 밤을 보내고 난 뒤 나른한 고양이처럼 만족스럽게 기지개를 켜던 모습이 10대 중반의 이제 막 시작된 사춘기의 소녀였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원작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굳이 원작을 찾아 읽고픈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만족감은 완벽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뒤 원작의 작가인 마가렛 미첼이 아닌 도널드 매케이그의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는 사춘기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더욱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에 대해 집착하게 만든다.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지금까지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속편으로서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다. 마가렛 미첼이

극구 거절했던 속편이 원작가가 사망한 이 시기에 쓰여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700쪽에 달하는 착한 두께 때문에 가졌던 약간의 두려움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사악 사라진다. 주로 누워서 뒹굴 거리며 책을 읽는 습관으로 인하여 손목에 부담이 오는 것도 잊을 정도로 흡입력을 가진다.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어느 책의 속편이라는 부제를 달지 않고서도 스스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작품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주제의식이 흑인의 인권에 대한 것임에도 사춘기 때는 스쳐갔던 문제가 지금 이렇듯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이를 먹은 만큼 나의 독서력도 어느 정도는 발전했음이라 믿고 싶다.




이제 역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찾아 읽을 시간이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을 다시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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