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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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색, 계

영화로 먼저 접한 소설이다.

영화의 인상이 하도 강렬해서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영화 속의 장면을 되새기게 된다. 그 정도의 탄탄한 스토리라면 원작이 중. 혹은 장편일 줄 알았는데 50여족 분량의 짧은 단편이어서 놀라웠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장편보다는 중, 단편을 선호한다. 압축된 글이 가지는 완성미가 좋다.

영화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가슴 아픈 시대적 배경을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어 꼭 읽으리라 벼르던 소설이었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될 수 있으면 책부터 읽으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뻔히 아는 스토리에 영화장면이 겹쳐져 책읽기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듯하다.




작품집의 원래 제목은 [망연기]였으나 영화의 흥행 때문에 국내에서는 [색, 계]로 정해진 듯하다. 작품집 [색, 계]에는 색계, 못 잊어, 해후의 기쁨, 머나먼 여정, 재회의 제목을 가진 다섯 편의 소설과 부록으로 영화대본인 연애는 전쟁처럼이 실려 있다.




그 중 역시 [색, 계]가 가장 마음에 든다.

책에서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묘사나 상황 설명보다는 여 주인공 왕지아즈의 심리 묘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선이 가늘고 섬세한 느낌이다.




특히 실제 있었던 국민당 간부 암살 미수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니 실제인물 정핑루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소설과는 또 다른 시각에서 영화화한 이안 감독의 탁월함에 대한 찬사까지 어우러져 3박자를 고루 갖춘 근래 보기 힘든 작품이다. [색, 계]




실제의 인물 정핑루에게는 사랑에 빠져 자신의 신념과 동료를 배신하는 불운의 여전사라는 이미지는 없겠지만 작가 장아이링이 그려내는 왕지아즈에게서는 그런 통속적인 면이 보인다.

그래서 또 다른 작품 [못 잊어]의 서문에서 밝히는 작가의 이야기가 더욱 인상에 남는 것인지도...........




[통속소설에 대해 난 줄곧 뭐라 형용하기 힘든 애정을 느껴왔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들............... 그들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만약 이것이 너무 천박하여 깊이가 없다고 한다면 부조 역시 예술이라 말하기 힘들 것이다.] (75쪽)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못 잊어] 이외의 다른 작품에서는 그리 통속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작가가 [못 잊어]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사실 그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도둑맞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와중에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별반 미련이 없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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