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제3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어떤 경로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내가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을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전에는 당시 700원하던 삼중당 문고의 고전들만 주로 사서 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세로줄로 된 깨알만한 글씨들의 문고판을 어찌 읽었을까싶기도 하지만 고등학생 신분의 용돈으로 보기에는 아마도 가격대가 만만했을 것이다.

지금도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 것은 작품의 내용보다는 민음사라는 출판사와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인 것을 보면 아마도 그 때부터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나면 그 작가의 전작읽기에 들어가고 무슨, 무슨 문학상 수상작이라면 우선 점수를 주고 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새로 출판되는 책들에 대한 정보는 신문의 광고를 보거나 몇 개 되지 않은 대형 서점에 직접 나가서 고르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 때 책에 나와 있는 출판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1회 부터의 수상작과 작가를 물어 직접 한권, 한권 사서 읽었던 책은 누렇게 바랜 채 아직 책꽂이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27회 김종은 작가의 [서울특별시]까지는 읽었는데 그 뒤로 뚝 떨어져서 32회 고예나 작가의 [마이 짝퉁 라이프]를 선택하게 되었다.

1984년생이라는 작가의 나이는 책을 선택하는데 조금 망설여지게 했지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믿어보기로 했다.




[마이 짝퉁 라이프]는 20대 중반의 주인공 진이와 그의 친구들의 일상이 주요 내용이다.

책 속의 인물들은 삶을 경쟁적으로 치열하게 살아가지 않고 그저 물 흐르듯 흘려보낸다. 모든 일상과 의식들을 단순화시키면서.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진짜 자신은 잠재워두고 가짜 삶을 살고 있는 진이.




[인생도 연극처럼 연습한 후에 막을 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98쪽)




[이유와 변명은 같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약속 시간에 늦은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변명과 다르지 않다. 시험을 망친 수십 가지 이유 역시 변명일 뿐이다. 이 세상에 이유란 없다. 다만 변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비겁한 단어일 뿐이다.](198~199쪽)




이제 변명에서 벗어나 진퉁으로 우뚝 서는 진이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 잘 쓰는 기술
바버라 애버크롬비 지음, 이민주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학교를 졸업하고 10여년이 지난 뒤로는 도무지 글을 써 본적이 없다.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드문드문 쓰던 일기도 중단 된지 오래되어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머릿속은 점점 더 헝클어지고 엉망인 것 같은 느낌. 눈으로는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은 일상의 자잘한 생각들에 빠져 있어 같은 페이지를 몇 번이고 되풀이 해 읽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 버릇을 고쳐보고자 시작하게 된 것이 이른바 서평쓰기이다.

사실 서평이라기보다는 간단한 책 감상 후기라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짧게나마 다시 글을 쓰게 된지는 채 1년이 안 된다.

책이야 내가 좋아서 읽는 것이지만 읽고 나서 서평을 쓰자니 정말 많이 귀찮고 고민되는 일이었다.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기는 것이면서도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것처럼 막막하기만 했다.

몇 번의 이러한 과정을 거치니까 다시 예전처럼 책을 정독하는 습관도 생기고, 이제 슬슬 좀 더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바바라 에버크롬비의 [글 잘 쓰는 기술]이다.

[글 잘 쓰는 기술]은 작가 자신의 경험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예로 들며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초보자들도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기존 작가들의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부분에서 내가 알고 있던 작가나 내가 기억하고 있던 문장이 나올 때는 좀 더 분석적으로 그 글을 바라보게 된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43가지의 기술을 제대로 익힌다면 서평뿐만이 아니라 정말 멋진 나의 작품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준다.




[글쓰기에는 절대적인 법칙은 없다. 하지만 글쓰기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다.](7쪽)




[“언젠가 너에 대한 실제 이야기들을 다 쓰고 나면, 그 이야기와 함께할 허구의 이야기와 사람들을 만들어보도록 해라. 그래야만 무슨 일이 있었고 왜 그런 일들이 발생했는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게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사랑하는 방법이며, 누가 우리를 피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길이란다.“](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구절)(1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혀 모르는 새로운 작가의 책을 선택할 때 나는 가장 먼저 작가의 약력을 살펴본다.

그리하여 그 작가의 나이가 나와 비슷하면 우선 관심을 가진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 비슷한 시대 상황을 겪고 성장했다는 인연에 점수를 주는 것이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그의 두 번째 장편 [천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먼저 만났던 작가이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망명하여 모국어와는 전혀 다른 영어로 진행되는 교과 과정을 따라 가기도 힘들었을 텐데 의사로 성장하고 또 의사로 활동하면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설을 써 발표하다니 경이로움을 넘어서 존경스러웠다.

물론 영문으로 된 원서가 아닌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긴 했지만 그의 글이 가지는 힘 또한 대단해서 한번 손에 책을 쥐면 다 읽기 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연을 쫓는 아이]는 주인공 아미르가 여러 가지 사건과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역사와 함께 잔잔히 그려내고 있다.

모든 성장소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아미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득하게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과 회환이 마음 한쪽을 건드려 아프게 한다. 그러나 책을 덮은 뒤에는 좀 더 성숙되고 치유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소설이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는.

비교적 성공한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작가의 조국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 미국이라는 나라가 낙관주의를 심어주었나 보구나. 그게 없었다면 미국이 그렇게 크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우리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우울한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니? 종종 우리는 너무 많은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다. 상실과 고통에 굴복해서 그것을 삶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그것을 필연으로 간주하기도 하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하면서 말이야.](303쪽)




[하산의 아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메리카로 데려온 것이다. 그를 확실성의 혼란으로부터 들어올려서 불확실성의 혼란 속에 떨어뜨렸다.](534쪽)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린 다음 한밤중에 예고 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53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38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결혼은, 특히 연애결혼일 경우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여성은 도태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30대 중,후반쯤에 이르러 그 여성의 가치평가 기준은 남편의 사회적 위치나 경제력에 의해서이다. 그 흔한 신용카드 한 장을 발급받으려 해도 남편의 동의가 법적으로 필요한 것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1800년대를 살아가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주인공 앙투아네트보다는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현대이지만 결혼의 위기가 닥쳤을 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여성이다.




사춘기 시절 읽고 막연하게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였던 제인 에어를 작가 [진 리스]는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았다고 한다. 별반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단순하게 제인과 로체스터의 방해적 장치로만 인식했던 광녀 [버사 메이슨].




[작가 진 리스는 브론테가 왜 크리올 여성을 광녀로 묘사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왜 그녀를 ‘옷을 입은 하이에나’로, 혹은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인간이하의 동물로 그려야만 했는지 제인 에어를 처음 읽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적고 있다.](249쪽)




날카로운 비판의 시각에서 바라본 작은 장치 하나에서 새롭게 탄생된 작품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작가 진 리스는 인간 이하의 미천한 광녀 버사 메이슨을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앙투아네트 코즈웨이로 재탄생 시킨다.




제인 에어의 후편이 아니라 전편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정해진 결말을 향하고 있다는 단점 때문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앙투아네트 코즈웨이가 좀 더 확고한 신념과 주체적 자아를 가진 인물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하고 현명한 크리스토핀의 장점을 앙투아네트에게로 옮겨 놓을 수는 없었는지.




[아네트의 비극은 제국주의와 가부장제도가 만들어낸 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머니의 딸을 아내로 삼았다는 사실이 로체스터의 자존심을 훼손시켰기 때문에 아내는 더 이상 대우해주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17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는 남자 2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0년 전 쯤 다니던 회사에서 사원 연수를 간 적이 있다. 그 때 교육 과정 중에 유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낮 선 사람들 10여명이 모인 작은 교실의 커다란 회의용 책상에 빙 둘러 앉아 뭘 이런 것을 쓰라고 하나 난감했었던 기억이 난다.

막막한 심정으로 백지를 바라보던 동료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예 책상에 머리를 박고 마음껏 흐느끼는 동료도 있었다.

삶의 소중함, 힘껏 끌어안고 가진 모든 사랑을 다 주어도 부족할 가족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 때 느낀 그 심정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고자 다짐했건만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어느새 까마득히 잊고 말았다.




정해진 시간을 향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다른 세계일 것이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 100일.

만약 나에게 딱 100일만이 남겨졌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이림 작가의 [죽는 남자]는.

아마도 인정하지 못하고 억울해하다가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버리지 않을까 싶다.




유서를 쓰고 돌아왔을 때 아 이제부터는 스님 같은 마음으로 나이를 먹어가야지 생각했었다. 물욕, 애욕 다 훌훌 털어버리려 노력하면서 지상의 가치, 지상의 기준에 얽매이지 말아야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내가 바라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면서.

10여년이 지난 뒤 다시 같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죽는 남자]를 읽고 난 뒤.




아직은 어리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20대의 주인공 서영.

그에게 주워진 마지막 100일 동안 하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다.

서영이 사랑하고 서영의 옆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




1권보다 훨씬 깊어진 2권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발견된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랑의 이야기가 너무 마음이 아파 며칠 다른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억울하면 뭔가 바뀌나? 그거야말로 진짜 한심한 거라고! 바뀌지 않는 사실에 연연하기보다는 바꿀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지!] (17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