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남자 2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0년 전 쯤 다니던 회사에서 사원 연수를 간 적이 있다. 그 때 교육 과정 중에 유서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낮 선 사람들 10여명이 모인 작은 교실의 커다란 회의용 책상에 빙 둘러 앉아 뭘 이런 것을 쓰라고 하나 난감했었던 기억이 난다.

막막한 심정으로 백지를 바라보던 동료들. 하지만 10여분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예 책상에 머리를 박고 마음껏 흐느끼는 동료도 있었다.

삶의 소중함, 힘껏 끌어안고 가진 모든 사랑을 다 주어도 부족할 가족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 때 느낀 그 심정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고자 다짐했건만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어느새 까마득히 잊고 말았다.




정해진 시간을 향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다른 세계일 것이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 100일.

만약 나에게 딱 100일만이 남겨졌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이림 작가의 [죽는 남자]는.

아마도 인정하지 못하고 억울해하다가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버리지 않을까 싶다.




유서를 쓰고 돌아왔을 때 아 이제부터는 스님 같은 마음으로 나이를 먹어가야지 생각했었다. 물욕, 애욕 다 훌훌 털어버리려 노력하면서 지상의 가치, 지상의 기준에 얽매이지 말아야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내가 바라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면서.

10여년이 지난 뒤 다시 같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죽는 남자]를 읽고 난 뒤.




아직은 어리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20대의 주인공 서영.

그에게 주워진 마지막 100일 동안 하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다.

서영이 사랑하고 서영의 옆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




1권보다 훨씬 깊어진 2권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발견된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사랑의 이야기가 너무 마음이 아파 며칠 다른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억울하면 뭔가 바뀌나? 그거야말로 진짜 한심한 거라고! 바뀌지 않는 사실에 연연하기보다는 바꿀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지!]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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