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혀 모르는 새로운 작가의 책을 선택할 때 나는 가장 먼저 작가의 약력을 살펴본다.

그리하여 그 작가의 나이가 나와 비슷하면 우선 관심을 가진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 비슷한 시대 상황을 겪고 성장했다는 인연에 점수를 주는 것이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그의 두 번째 장편 [천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먼저 만났던 작가이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망명하여 모국어와는 전혀 다른 영어로 진행되는 교과 과정을 따라 가기도 힘들었을 텐데 의사로 성장하고 또 의사로 활동하면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설을 써 발표하다니 경이로움을 넘어서 존경스러웠다.

물론 영문으로 된 원서가 아닌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긴 했지만 그의 글이 가지는 힘 또한 대단해서 한번 손에 책을 쥐면 다 읽기 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연을 쫓는 아이]는 주인공 아미르가 여러 가지 사건과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역사와 함께 잔잔히 그려내고 있다.

모든 성장소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아미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득하게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과 회환이 마음 한쪽을 건드려 아프게 한다. 그러나 책을 덮은 뒤에는 좀 더 성숙되고 치유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소설이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는.

비교적 성공한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작가의 조국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 미국이라는 나라가 낙관주의를 심어주었나 보구나. 그게 없었다면 미국이 그렇게 크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우리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우울한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니? 종종 우리는 너무 많은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다. 상실과 고통에 굴복해서 그것을 삶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그것을 필연으로 간주하기도 하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하면서 말이야.](303쪽)




[하산의 아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메리카로 데려온 것이다. 그를 확실성의 혼란으로부터 들어올려서 불확실성의 혼란 속에 떨어뜨렸다.](534쪽)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린 다음 한밤중에 예고 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5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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