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한 끼 186가지 - 바쁜 웰빙족을 위한 스피드 & 영양만점 레시피
김경미 지음 / 리스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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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엇이나 그렇기는 하지만 과한 것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은 요리에 딱 어울리는 문구이다. 특히 요리에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같은 요리를 해도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린다. 그래서 요리하기를 두려워하고, 자주하지 않으니 실력은 늘지 않고 악순환이 계속 되고 만다.

가끔 차를 마시러 가는 이웃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후다닥, 뚝딱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요리의 달인 수준이었다. 차를 마시고 있는 동안 후다닥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 놓는다. 설렁설렁 만드는 듯 보여도 먹어보면 맛 또한 일품이다.

그에 반해 나는 식구 중 한 사람의 생일만 돌아와도 일주일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무겁기만 하다. 외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두번.  우리네의 정서상 외식을 하더라도 당일 아침상은 꼭 집에서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데 어찌 미역국만 올린단 말인가. 생일 당사자에게 나의 정성을 보여주고 뽐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그래서 준비하자면 전날 밤. 잠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음식 만들기에 들어간다. 밤새 서너잔의 커피를 마셔가며 만든 음식은 정말 맛이라도 있으면 보람이 있으련만. 식구들의 눈치를 보면 억지로 먹어주는 듯한 모습.

그래서 찾은 책이 제목만으로도 나의 설움을 덜어줄 것 같은 [후다닥 한끼]이다.

특히 프롤로그에 쓰여 있는 <나를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밥상을 차리세요>라는 문구는 정확하게 나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했다. 아 나도 후다닥 밥상을 차리는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

책의 앞부분에 나와 있는 스피드 밥상 차리기의 요령들은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평상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정작 실천하지 않았던 방법들도 있지만 전혀 몰랐던 새로운 방법들도 있다. 예를 들면 야채도 썰어서 냉동 보관한다든지(나는 야채류는 다진 마늘만 냉동 보관하는 줄 알고 있었다.) 냉동 보관시 지퍼백에 넣어서 세로로 세워 보관하는 공간 활용법등은 정말 유익한 정보이다.

평상시 홍합을 좋아하면서도 그저 떡볶이에 넣어 먹거나 맑은 탕을 끓여 먹는 방법밖에 몰라 아쉬웠었는데 마침 [센스만점 술안주 & 손님초대 요리]파트에 홍합을 이용한 요리가 나와 있어 만들어 보기로 했다. 후다닥 만드는 요리답게 이것저것 들어가는 해물찜이 아니라 간단한 [홍합찜](157쪽)이라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하게 된 것이다.

방법도 그야말로 간단하다. 해감한 홍합을 깨끗이 손질한 후 우묵한 팬에 마늘, 생강, 대파를 볶다가 홍합과 청주를 넣어 익힌다. 그리고 홍합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고춧가루, 고추장, 청양고추 다진 것, 설탕을 섞어 만든 양념장을 넣고 고루 섞어가며 볶는다. 끝.

깔끔하고 매콤한 맛도 일품이다.

늘 얻어먹기만 했던 이웃을 초대해 후다닥 만들어 줬더니 정말 맛있다며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고 싶단다. 다음에는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를 후다닥 만들어 볼까하고 [후다닥 한끼]의 차례를 더듬어 본다. 음 [훈제연어샐러드](137쪽)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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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본요리
아이다 고지 지음, 이현경.김정은 옮김 / 지상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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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슨 일이든지 그러하겠지만 특히 요리는 타고난 감각이랄까 그 쪽으로 재능이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 평소의 나의 생각이다. 재능이 있으니 자연 관심도 가지게 되고 성취의 보람도 느끼게 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 것도 자연스레 즐기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반면 나는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도통 요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먹는 것 자체에 대한 관심이 선천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가 어렸을 때도 다른 엄마들처럼 이유식이라든가 간식거리에 별 신경을 써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시간 맞춰 우유나 유제품을 먹이고, 철에 맞는 자연 그대로의 과일(그냥 껍질만 벗겨 주면 되니까)을 준비해 먹이기. 가끔은 특별식으로 피자나 치킨 정도 준비하기(물론 배달 써비스 이용이다) 정도였다. 다행이 아이가 투정 없이 주는데로 잘 먹는 체질이어서 나의 불량엄마 기질은 별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에는 급식제도라는 것이 있다. 매일 매일 도시락을 싸야하는 무거운 짐을 지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엄마들의 세대이다. 나는.

그러나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자 위기가 오기 시작했다.

무덤덤하게 지나가 주는데도 나름 한계를 느낀 듯, 아이는 먹거리에 대한 강력한 의사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소위 집 밥이 먹고 싶다고 투정하고, 만들어 주면 맛이 없다. 가짓수가 부족하다. 아님 매일 다른 종류가 먹고 싶다 등등등..........그리고 엄마가 하면 절대 안 되는 것 1위의 자리에 올라 있는 발언을 거꾸로 아이가 나에게 하는 것이다.

다른 엄마와 비교하기///

드디어 위기감을 느낀 나는 요리 레시피를 슬금슬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좀 더 쉽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요리가 어디 없을까 궁리하던 중에 발견한 것이 [일본 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였다.

빙고//////

나처럼 초보도 아니고 초보가 아닌 것도 아닌 그야말로 어중간하고 엉성한 엄마들에게 딱 맞는 안성맞춤 요리책이다. [일본 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

특히 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 매일 다른 종류로 쉽고 간단하게 반찬을 마련해 주고 “엄마 솜씨가 날로 발전하고 있어요.”라는 찬사를 아이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도전한 요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삼겹살을 주재료로 사용한 [돼지고기조림말이](21쪽)였다.

평소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친숙하고 즐겨 먹던 재료로 도전하는 것이 확실히 실패 확률이 적은 것 같다.

원래 재료는 돼지고기와 아스파라거스를 사용하는데 나는 야채도 좀 더 친숙한 양파와 당근 그리고 무순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장을 봤다. 처음에는 무순을 함께 넣어서 고기 속에 3가지 색깔을 내려고 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무순이 너무 약해서 고기가 익는 동안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고기 속에는 양파와 당근만을 채 썰어 넣어서 말고 무순은 장식으로 완성된 고기 위에 올리기로 했다.

요리를 하는 중 요리책 상단에 나와 있는 고짱의 어드바이스를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돼지고기조림말이]에서는 고기를 말 때 고기를 당겨가면서 마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프라이팬에서 구울 때 말아 논 고기가 풀어지거나 고기가 부서져 모양이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에 분량의 간장, 청주, 맛술, 설탕, 마늘 다진 것으로 만든 소스를 넣고 강한 불에서 고기를 굴려가며 양념이 고르게 배이도록 졸이는데 이렇게 졸여서 완제품으로 먹는 것이 소스를 찍어 먹는 것 보다는 훨씬 우리의 입맛에 맞는 것 같다.

이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으니 Part 4 (138~158쪽)의 파스타 요리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드디어 아이에게 반찬이 아닌 요리를 당당히 내 놓을 수 있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마운 [일본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래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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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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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을 읽는 내내 창 밖에서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12시를 훌쩍 넘긴 깊은 밤에 그것도 비까지 오는데 읽으려는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의 표지는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으스스한 붉은 색으로 채색된 거의 어린아이의 키만큼 자란 무성한 풀밭을 작은 촛불하나에 의지한 소녀의 뒷모습. 그 소녀는 멀리 보이는 집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 집도 괴기스럽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뒷 표지에는 같은 배경의 끝자락에 학생복을 입고 구식 가방을 등에 맨 여름 교복 차림의 소년이 이쪽을 향해 비스듬히 서 있다. 소년의 단정한 얼굴에는 코와 입의 윤곽뿐, 눈은 그려져 있지 않고 하얀 여백이다.  혹시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잔인한 호러물 비슷한 작품은 아닐까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같은 작가의 작품을 전작은 아니지만 꽤 읽었던 까닭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믿고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작중 화자인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나 6년간을 사귀었으나 헤어져 지금은 남의 부인이 된 사야카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어떤 집을 찾아 함께 가자는 부탁을 듣게 된다.

그녀는 딸을 학대하는 자신에게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깨닫고 그 원인이 기억을 잊어버린 어린 시절에 있다고 생각한다. 첫사랑인 나와  갑자기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동기도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나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사야카의 아버지 유품에서 나온 열쇄와 손으로 그린 지도만 들고 그들은 과거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찾은 집은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먼지투성이면서도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다. 마치 어느 한 순간 시간이 멈춰선 것처럼.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범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 비오는 겨울밤 읽기 좋은 소재이다. 잃어버린, 혹은 의식적으로 묻어버린 자아를 찾아 떠나는 짧은 여행. 책을 읽는 내내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는 마치 나를 유혹하는 듯 했다. 너도 이 밤 떠나 보라고. 그래서 네가 감춰두려 했던 다른 네 자신과 당당히 마주 서 보라고. 그것은 작가가 나에게 속삭이는 음성이기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유쾌한 이야기도 너무 들뜨지 않게, 무거운 이야기도 너무 가라앉지 않게 독자가 균형을 유지하며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지 않고 적당히 긍정정인 면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하는 힘. 그는 독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작가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어쩌면 나 역시 낡은 그 집에 죽어 있는 건 아닐까. 어린 시절에 죽은 내가, 그 집에서 줄곧 내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누구에게나 ‘옛날에 자신이 죽은 집’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리나 그곳에 누워 있을 게 분명한 자신의 사체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척하는 것일 뿐.](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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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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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뒤숭숭하고 손에 일이 잡히지 않을 때(그 고통이 죽음을 넘나드는 것이 아닐 경우에) 추리소설만큼 위로가 되는 것이 있을까?

얼마 전 끝난 수능과 그 여파로 요즈음은 도무지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고 허공을 붕붕 떠다니는 듯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 일도 안하고 있으면 불안감만 가중되고 일을 하자니 제대로 손에 익혀지지 않는 상태.

그래서 선택한 책이 오리하라 이치 작가의 [도착의 론도]였다. 추리소설이라면 잠시 불안한 나를 잊고 업치락 뒤치락하는 반전과 트릭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평소 추리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인지 오리하라 이치라는 작가도 낯설고 [도착의 론도]라는 제목도 생경스럽게 느껴져 반신반의 하면서 읽기 시작했으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번 잡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으니. 더구나 책의 내용을 따라가느라 내가 처한 현실은 손톱만큼도 내 의식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도착의 론도]라는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착이라 함은 ‘성도착증 환자’의 도착을 뜻하는 것인가. 그런데 론도는 뭐지? ‘였다.  ’사람 이름일까? <도착증 환자 론도> 정도로 이해하고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하고 나름 제 자신에 맞춰 편하게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다.

결과는 론도는 사람 이름이 아니었다. 음악 용어로서 우리말로 회선곡이라고 번역될까? 아무튼 번갈아 되풀이 된다. 라는 뜻으로 쓰인 듯하다. 또한 나중 옮긴이의 이야기를 보니 도착이라는 단어의 일본어는 도사쿠로서 도작, 도착 둘 다 도사쿠라고 발음 한다고 한다.

내용이 추리소설을 도둑맞으면서 생기는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도작과 도착이 같은 발음이라니 제목 [도착의 론도]가 더욱 심오한 뜻을 지닌 것으로 비쳐진다. 즉 [도착의 론도]라는 제목에는 책 한권이 그대로 압축되어 있다는 느낌. 내용을 줄이고 줄여서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도착의 론도] 이상이 있을 수가 없다.

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이 시리즈라니 더욱 기대로 마음이 설레인다. 다음에 나올 [도착의 사각] [도착의 귀결]도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서로 일정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하니 순서대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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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애무
에릭 포토리노 지음, 이상해 옮김 / 아르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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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먹먹함.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쓸쓸함. 마치 호된 몸살을 앓고 난 뒤처럼 한 없이 바닥으로, 바닥으로만 가라앉는 기분.............

에릭 포토리노의 [붉은 애무]가 그랬다. 한 동안은 도무지 그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날씨마저도 하루 종일 흐린 회색이다.

습하고 흐린 잿빛 공간. 바로 [붉은 애무]의 분위기가 딱 그렇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내가 한 일이라곤 표지의 작가 사진을 오래 들여다 본 일이 전부이다.

선한 눈빛, 마음 좋아 보이는 은은한 미소, 그러나 그렇게 깊은 슬픔을 이해하고 완벽하게 글로 표현해 낼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작가 에릭 포토리노는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간단한 인사에서 자신의 작품 [붉은 애무]를 극에 달한 감정, 광기에 이른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는데 나에게는 그저 견뎌내기 힘든 깊은 슬픔 또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로만 느껴진다.




[부인이 나를 보고 웃었다. 슬픔을 집에 들여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리 알 때 그것에게 웃어주듯. 슬픔은 거기, 찬바람 부는 곳에 남겨둘 것이다.](79쪽) 




[붉은 애무]의 피상적인 소재는 외부모 가정이다. 가족의 붕괴로 원초적인 결핍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집에 불이 난 뒤 실종 되었다가 시체로 발견되는 모자.(집에 불이 난 원인은 결국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전기세를 못 내서 전기가 끊기고 켜 놓았던 양초 때문이었다.) 10년가량을 함께 산 아내가 집을 나간 뒤 항상 권총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로날드.(권총과 함께 그의 얼굴에는 떠나지 않은 미소가 생긴다.) 세월이 주는 시련들 앞에서 더욱 단단해진 백발이 성성한 공원의 배 빌려주는 부인. 그리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아버지의 역할에 자신이 없는 펠릭스.(결국은 어머니도 그를 버린다.)




[스스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게 될 때에는 삶에 대한 혐오감이 주변 사물에게도 전달되는지, 그것들 역시 기능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89쪽)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데 부적합하다고 느끼는 아내 마리는 예고했던 데로 아들 폴랭이 13개월 7일째가 되던 날 훌쩍 떠나버리고 아들 폴랭과 함께 버려진 펠릭스는 자신 또한 편모가정에서 자라 역할 모델이 없었던 관계로 아버지 역할에 심한 장애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폴랭이 결핍감을 느끼지 않도록 엄마와 아빠역을 번갈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들 폴랭을 달래 줄 생각으로 시작했으나 그는 점점 엄마 역할에 스스로 깊이 빠져 든다.




[나는 혼자였다. 의심의 여지없이. 불행이 곁을 지켜주었지만, 그와 있으면 더 외로웠다.](152쪽)




펠릭스가 느꼈던 결핍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아버지 때문이 아니었다. 옆에 있었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엄마, 늘 자신을 짐으로 여기고 벗어나고 싶어 하는 엄마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엄마에게서 받고 싶었던 사랑을 아들 폴랭에게 완벽하게 주는 자신의 엄마역할을 사랑하게 된다. 그는 폴랭뿐 아니라 펠릭스 자기 자신에게도 이상적인 완벽한 엄마로서의 역할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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