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유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
멕 로소프 지음, 김희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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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그야말로 물 흐르는 데로 살고 있는 나에게 맥 소로프 작가의 [내가 사는 이유]는 제목에서부터 뭔가 가슴을 치는 느낌이다.

내가 사는 이유라니. 그런 생각을 해 본지가 언제였던가. 나에게도 그런 의문을 품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던 시절이 있기는 있었나.

막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아이를 키우면서 ‘이제 나는 없다. 아이의 엄마가 있을 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되고 싶었던 것은 다음 생에서 이뤄야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우울해지는 자신을 달랬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리하여 그동안 한 아이의 엄마로서는 충실한 삶을 살았었나? 자문한 답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사는 이유라니.

 

솔직히 제목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겨 정작 내용에는 별 다른 기대 없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성장 소설이야 뭐’하는 마음도 강했다. 그러나 두 번째 페이지를 넘기면서 뭔가 호소하는 듯한 주인 없는 강아지의 눈빛을 한 15세 소년 에드먼드가 등장하면서 나는 모든 사심을 접고 오로지 책에만 푸욱 빠져들었다.

그런 눈빛의 에드먼드가 담배를 입에 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하다. 세상에 영국에서는 열두살이 되면 담배를 피울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사실일까?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내가 사는 이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아 바로 이런 느낌이야. 이런 느낌 때문에 책을 읽는 거야 하는 마음.

그리고 오래 전 말랐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났다. 책을 읽으면서 화장지로 연신 눈가를 눌러 줘야했던 이유는 책의 내용이 슬퍼서가 아니라 데이지를 통해 잊고 있었던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지처럼 당당하게 자신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서서 갖가지 핑계만 늘어놓고 있었던 못난 나의 모습을 말이다. 나 자신도 인정하기 싫어 마음 깊은 곳 저 한쪽 구석에 몰아넣고 아니라고 부정했던 내 모습. 그 나를 꺼내 이제 인정하련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나약하고 태만한 나라도 그 나를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하련다. 바로 내가 사는 이유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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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 값싼 위로, 위악의 독설은 가라!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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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을 돌아보면 난 그리 다정다감한 편이 아니었다. 어디 아니었다 뿐이겠는가. 경우에 따라서는 좀 쌀쌀맞게 느껴지는 성격이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에서 연유한 것이지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라든가, 다른 사람의 내면 심리 이해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따라서 다른 사람의 눈에 비쳐지는 나의 모습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던 것 같다.

그런 성격이 바뀌게 된 계기는 아이의 출산, 육아 등을 겪으면서였다. 세상사는 일이 녹록치 않음을 느끼면서 ‘내가 무심코 던진 말, 눈빛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으니 늦되어도 한참 늦되었다 할 수 있겠다. 그 후로는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에게 친절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그런데 바로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내가 상처를 받는 일들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어리고 친절하려 노력하는 내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마냥 어리숙하고 만만하게만 보이는지 경우를 넘어선 요구들을 너무 쉽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하는 것이다. 한번 두 번 그런 일들을 겪다 보면 나는 타인에 의해 마구 휘둘리는 자신에게 더욱 실망하지만 야무지게 거절도 못하고 그야말로 속으로만 끙끙거린다.

더 큰 문제는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이럴 때 이렇게 얘기해 줄 것을, 이것을 요구 했을 때 딱 부러지게 거절할 것을, 하는 후회들도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지도 못하고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는 것. 책을 읽고 있어도 눈으로 글자만 따라갈 뿐 머리는 그 하찮은 생각에 온통 빼앗기고 있었다.

 

김별아 작가의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는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지침서이지 싶어서 반가웠다.

특히 첫 장에 소개된 ‘찢어진 청바지 일화‘는 그동안의 나의 바보스러움을 한방에 날려주는 듯한 대리만족까지 얻을 수 있었다.

“남이 뭘 입든 무슨 상관이에요? 제 청바지가 아저씨한테 무슨 피해를 줬는데요? 이런 저런 꼴 다 보기 싫으면 집에 들어앉아 계시지 왜 나와서 돌아다니셔요?”(17쪽)

통쾌하고 시원했다. 책을 읽으면서 십년 묶은 체증이 쑤욱 내려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구나 하며 슬며시 자족의 미소를 흘려본다. 그래 바로 저렇게 말하는 거야 하고 다짐까지 하면서 말이다.

정말 실천이 가능할까? 내가 과연 저렇게 맞받아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나중으로 미루고 이 밤 모욕의 매뉴얼을 한 가지, 한 가지 준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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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유령일 뿐 - Nothing But Ghost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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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책을 먼저 읽고 나면 아무래도 신선함을 잃게 된다.

원작이 있다 하더라도 영화는 감독에 의해 다르게 그려지는 독립된 장르임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는 경우도 마찬가지. 먼저 보았던 영상이 자꾸 떠올라 몰입에 방해가 되곤 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번 영화 [단지 유령일 뿐]은 원작이 있음을 알면서도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영화를 보러갔다.

엽서 크기만 한 작은 포스터의 선전문구에만 의지해서.

‘낯설고 긴장된 순간들의 강렬한 포착‘

내가 영화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현실에서 꿈꿀 수 없는 낯설고 강한 그 무엇. 그것이 사랑이래도 좋고, 허무함이래도 좋다. 잃어버린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더더욱 환영이다.

거기다가 5개국 로케이션이라지 않는가.

[단지 유령일 뿐]은 5가지 각기 다른 이야기가 순서 없이 교차되며 줄거리를 이끌어 나간다. 각각 이야기상의 연결점이 없어 영화를 보는 내내 혹시 ‘나비효과’라도 있지나 않을까 정신을 집중해 보지만 별다른 연결고리는 찾을 수 없다.

다만 소통의 부재는 공통된 주제로 등장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른 곳 바라보기.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처 외면하기.

주인공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기 바빠, 5개국 로케이션이 안겨준다는 그 장대한 영상미는 오히려 한발 뒤로 물러선 느낌이다.

주인공들은 영화를 보는 나와 같다.

일상을 떠난 낯선 곳으로의 여행.

그 여행지에서 그들은 자신안의 낯선 감정과 조우하고 새로운 자신과 부딪치며 일탈을 경험한다.

그 안에서 자아 찾기는 각자의 몫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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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니콜 크라우스 지음, 최준영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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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나의 동작을 심으면 하나의 습관을 수확하게 된다.

하나의 습관을 심으면 하나의 품격을 수확하게 된다.]

출처는 분명치 않지만 요즘 내가 컴퓨터 앞에 써놓고 매일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듬는 문구이다. 더 나이를 먹어서 늦어지기 전에 좋은 습관을 가져 스스로 품격 있다 느끼고 싶다.

이제는 무엇을 더 가지려 하지 않고 버릴 줄 알아야 하는 나이. 그러나 좋은 습관이야 죽을 때까지 더 가져도 좋지 아니한가 하는 마음이다.

어느 날 문득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이런 노력이 무슨 소용일까 싶다가도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그 사람의 사소한 습관이나 품격은 남아 있을 것 같다. 아니 모든 기억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더 빛을 발하게 되지 않을까. 기억이 사라진 후에도 그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게 하는 것. 그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습관, 품격일 것이다.

 

니콜 클라우스 작가의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는 바로 그런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다.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의 가장 강렬한 첫인상은 겉표지를 넘겼을 때 온다. 마치 배우의 사진처럼 멋지게 다가오는 작가 니콜 클라우스의 매력적인 눈빛. 그녀의 약력을 살펴보면 그녀의 매력은 한층 더 깊어진다. 1974년생의 작가가 뉴욕의 문단에서 ‘문학 신동’이란 뜻의 ‘분더킨트’로 통한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니 과연 분더킨트로 불리울만 하다 싶다.

 

서른여섯 살의 대학교수 샘슨은 어느 날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로 사막에서 발견된다. 이유의 뇌의 종양 때문. 수술을 거쳐 그는 12살 이전의 기억만을 되찾게 된다. 12살 이후 24년간의 삶을 모조리 잃어버리고도 샘슨에게 일상은 계속된다.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아내 애나, 지인들. 그리고 제자 라나.

 

[그가 지금껏 내내 같이 살아왔던 공허가 사실 전혀 공허가 아닌 인식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외로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 자리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마침내 그것이 또 다른 정신을 스치고 지나갈 때까지 어떻게 알겠는가? ](300쪽)

 

그는 힘겹게 과거와 싸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고, 비를 막기 위해 얼굴을 수그린 채 여느 사람들처럼 과거를 가진 사람이 되어 걸어갔다.](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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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작 영화 50
노비친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10대 초반부터 중간에 그만두거나 싫증내지 않고 몇 십 여년을 꾸준히 이어온

일이라면 책읽기와 영화보기 두 가지이다. 그 외에 무엇이 더 있나 아무리 생

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마 없는 듯하다. 내가 너무 정적인 사람이라

서 일까?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매주 토, 일요일 밤에 더빙으로 방영되던 주말의

명화는 정말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일명 고전으로 분류되는 명작들은 아마도

그 시절 티브이로 본 것이 다 일 것이다.

특히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족이 생긴 뒤에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기엔 영화 한편이 더 할 수 없이 좋다.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지 않고 조금씩 양보해야 하는 약간의 불편만 감수한다면 말이다. 다행이 가족들도 모두 영화 보기는 좋아한다. 가끔 주말여행을 떠나서도 우리 가족은 그 여행지에서 [친절한 금자씨]나 [추격자]같은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영화를 아들과 함께 보곤 했다. 지방의 한적한 도시라서 아무래도 직원을 속이기가 좀 쉽기는 하다. 요즘 아이들은 어떠어떠한 방법으로 다운 받아서 저희들끼리 볼 것은 다 보는 것 같으니 기왕이면 부모와 함께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나오면 조금은 후회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

이렇게 영화보기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영화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좋았던 영화는 감독과 주연배우가 누구였던가를 외우는 정도이니. 조금 쉽게 영화에 대한 지식을 쌓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발견한 책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작 영화 50]이다.

역시 내가 기대했던 데로 10대 시절 본 영화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티브이에서 본 고전뿐만 아니라 그 시절 상영관을 찾아가 본 영화들도 이젠 고전이 되어 있었다.

십대 소녀이던 나에게 가장 강렬하게 키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빠져 있어 서운함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노력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지금까지 보지 못하고 있는 [카사블랑카]를 만날 수 있어 무엇보다도 반가웠다. 카사블랑카 편을 읽다보니 배우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만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여주인공에서 탈락하자 제작사를 찾아가 원래 캐스팅되었던 여배우 미셀 모르강의 출연료의 절반만 받기로 하고 출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여주인공은 잉그리드 버그만이 맡았었으니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영화를 본 다음 날, 온 교실을 술렁거림 속에 빠지게 했던 [에덴의 동쪽]의 제임스 딘. 지금도 귓전에 들리는 듯한 [남과 여]의 싸운드 트랙. 그 시절 정말 충격적이던 히치콕 감독의 [새]. 영화를 보고 주연 배우 보다는 감독에게 관심을 갖게 한 첫 영화가 바로 히치콕 감독의 [새]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대의 어느 주말 밤으로 돌아간 듯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상식으로 알아야 할 세계의 명작 영화 50]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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