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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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관계에서 유난히 소통의 어려움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평상시에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듯 보이다가도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사람을 만나면 난감하기만 하다. 서너 사람이 모여서 일상적인 잡담을 하던 중이라 말을 하던 사람도 같이 이야기를 듣던 일행들도 도무지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저리 흥분하는지 난감할 뿐이다. 도무지 왜 그러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내용을 아무리 따져 봐도 그 사람에 대한 비난이나 은근한 비꼼은 전혀 없었고, 그 사람과는 상관이 없는 일상의 화제였기 때문이다. 이유를 물으면 자신은 화를 낸 것이 아니라 평상시의 버릇일 뿐이라고 황급히 둘러댄다.

 

이무석 박사의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이라는 책을 읽으며 그 사람이 갑자기 버럭 화를 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니 ‘아하’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상처받은 그 사람의 열등감이 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고개를 들었었구나 이해하게 된다.

마음 깊은 곳에 상처받은 어린 자아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분노를 순간순간 주위 사람들에게, 더 나쁘게는 자기 자신에게 폭발하게 되곤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남자일 경우 권위적인 가장의 모습으로 또는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소위 말하는 때리는 남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평소 열등감으로 인하여 항상 긴장 상태로 지내다가 자신보다 약자인 부인이나 자식에게 그 분풀이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일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무석 박사는 한 가지 한 가지씩의 임상경험의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그동안 사례만 쭈욱 열거해 놓은 심리학책들을 보며 ‘그래, 맞아, 그런데 어떻게 하라고...’ 했던 답답함이 확 가시는 느낌이다.

물론 각 개개인의 개인차가 있어 그 방법이 통할 수도 있고 효과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각각의 열등한 환경 때문에 상처 받은 순간에서 자라지 않는 성숙하지 못한 자아를 갖게 되기는 했지만 그러한 환경에 처했다고 모든 사람이 열등감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밝히고 있다. 즉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책임을 바로 인식하고 인정한 다음에야 제대로 된 치료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맞다. 언제까지 환경 탓, 남의 탓만 하고 있겠는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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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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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암울한 기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속 허우적거리게만 되는, 마치 허리춤에 무거운 돌멩이가 잔뜩 매달린 듯 아래로 아래로만 가라앉는 기분을 어찌해볼 수 없는 그런 날.

그런 날에는 혼자서 조조영화를 보러 가거나 마음을 달래줄 서정적인 소설을 찾게 된다.

아사다 지로작가의 [가스미초 이야기]는 바로 그런 날 읽기 좋은 소설이다.

[철도원]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아사다 지로. 그의 글에는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의 소설을 읽노라면 인간은 본래 선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믿음을 준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뒷배경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다소 경직된 표정의 할아버지와 교복을 입은 소년의 모습. 할아버지의 목에 걸린 카메라와 교복에서 우리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상상하게 된다. 표지의 뒤 쪽에는 그 벤치위에 덩그러니 구식 수동 카메라만 남아 있다. 표지의 그림이 말해 주듯이 [가스미초 이야기]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일종의 회고록 형식을 빌리고 있다.

안개마을이라는 뜻의 가스미초는 주인공의 청춘시절처럼 지금은 도쿄에서 사라져버린 지명으로서, 소설 [가스미초 이야기]에는 이 가스미초를 중심으로 총 8편의 이야기가 연작 소설의 형태로 실려 있다.

돌아보면 아름답지 않은 청춘이 어디 있겠는가. 사라져 버린 모든 것들은 마음속에 애잔한 그리움을 남긴다.

평생을 사진에 바치고 이제 여든이 넘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제자로서 가업을 이어 받았으나 이젠 사양길에 접어든 사진관은 버려두고 풍경사진을 찍으며 떠돌아다니는 아버지. 뛰어난 미모를 가진 할머니의 슬픈 생애. 그리고 1960년대의 일본에서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 이노의 모습이 잔잔히 그려진다.

다른 모든 이야기도 좋았지만 60대 중반을 넘긴 할머니의 일상을 그린 [평지꽃]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그 할머니가 꽃다발을 수로 안으로 내던진 뒤, 난간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마치 오래된 흑백영화를 본 것처럼, 아니 한 장의 스틸 사진을 본 것처럼 뇌리에 박힌다.

 

[할아버지는 이 세상이 ‘빛’과 ‘형태’와 ‘그림자’로 되어 있다고 했다.]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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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성공맛집 - 맛의 달인 중앙일보 유지상 기자의
유지상 지음 / 리스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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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때까지만 해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 주로 외식으로 모든 식사를 해결하면서도 특별히 못 견디게 맛이 없다거나 지저분하지만 않으면 그냥 이용하곤 했다. 음식점을 선택하는 기준도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다른 집보다 조금 저렴하다면 대 만족이었다. 다행히 가족들도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는 않다.

그러던 내가 맛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여행을 다니면서였다.

기왕이면 여행지에서 유명한 음식이나 소문난 집을 찾아 가는 것이 또 다른 여행의 재미라는 것을 깨닫게 된 연유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에게 있다.

초등학생이던 아들의 방학을 이용해 함께 여행을 하던 중 전주에서 그 유명한 [전주비빔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냥 운 좋게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했구나 하고 잊고 있었는데 어린 아들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긴 듯하다. 어느 날 할머니에게 자신이 먹어본 최고의 맛이었다고 자랑을 하더라고 하신다. 어린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종류의 음식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기억에 남은 것은 아마도 여행 중에 먹었다는 것이 플러스로 작용했으리라. 그리고 그 아들의 행복은 다음 해 해남에서 [떡갈비]를 먹었을 때는 절정에 달했다. 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떡갈비를 먹었던 일을 회상하곤 칭찬의 말을 덧붙이는 것이 아닌가.

그 아이가 사춘기를 쉽게 넘어가 준 것도 전국의 맛집 덕을 톡톡히 봤으리라 짐작된다.

이제 나는 맛집에 대한 소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곤 한다.

‘맛의 달인‘이라는 유지상 기자의 [비지니스 성공 맛집]도 이제는 다 자라 성인이 된 아들이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 정보를 주기 위해 선택한 책이다. 물론 정보를 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직접 찾아가 맛을 봐야하겠지만.

책의 앞부분에 [이 책의 기사들은 철저한 암행 취재를 바탕으로 씌여졌으며, 협찬을 받지 않았습니다] 라는 글귀를 보니 더욱 믿음이 간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상세한 약도가 첨부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젊은 청년들은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지 않겠는가.

[비지니스 성공 맛집]은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음식의 종류가 아닌, 음식점을 찾는 그룹의 성격이나 특징에 맞게 파트별로 분류되어 있다.

600여 곳을 다 찾아 볼 수는 없겠지만 그 날 먹고 싶은 종류를 정해 한 가지씩 따라가 볼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진다. 우리 가족이 [비지니스 성공 맛집]을 보면서 맨 처음 가보자고 약속한 집은 255쪽에 나와 있는 중식집 ‘팔선생‘으로 북경식 탕수육이라는 ‘꿔바로우’를 먹어볼 생각이다.

 

[대표 메뉴는 북경식 탕수육 ‘꿔바로우’. 처음 씹을 때바삭거리는 찹쌀 튀김에 주욱 늘어지는 찹쌀, 그리고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맛이 지금가지 먹었던 탕수육과는 다르다.](255쪽)

 

가격에 비해 그리 양이 많지 않다하니 점심 특선의 코스요리를 즐기면서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 행복한 상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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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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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엇비슷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절차대로 아이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나는 엄마로서는 정말 빵점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에도 혼란을 느끼면서 가당치도 않게 아이를 턱하니 낳은 것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격에, 감추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의 잣대를 아이에게 들이대며 닦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만사가 귀찮아지면 아이를 방치했었다.

아마도 외로웠을 것이다. 까다롭고 힘들기만 한 엄마가 그저 두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엄마가 못 미더웠을 것이다.

[네 번째 빙하기]의 주인공 와타루를 보면 이젠 너무 자라버린 아들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된다.

외로운 아이들의 특징일까. 유난히도 역사를, 이젠 사라져버린 옛것들을 좋아한다. 와타루도, 나의 아들도. 그리고 그들은 공상을(거의 망상에 가까운) 즐긴다. 그건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봐도 비슷하다.

고정관념과 완고한 집단의식이 팽배한 마을에 이방인으로 등장한 모자.

아버지가 없는 편모의 아이라는 것만으로도 배타적인 시골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힘이 들 터인데 주인공 와타루는 혼혈아이다. 여기에 엄마는 이렇다 할 설명이 없이 침묵으로 일관 한다.

나와 달리 와타루의 엄마는 감정의 기복도 없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의 잣대를 아이에게 들이대며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엄마이다. 절대로 아이를 방치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지는 한계.

와타루는 불안하고 외롭다. 늘 아침에 출근한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까봐 불안해한다.

그 아이의 상상이 이끌어 간 곳. 그곳에는 강하고 믿음직한, 절대로 변하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 그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에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크로마뇽인이다.

와타루는 그 상상에 힘입어 자신의 불안과 의문을 이겨낸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남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의 고독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누군가가 필요할 때 느끼는 고독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내 심장은 부싯돌이 아니므로] (69쪽)

 

[나는 아버지가 없어서 고민하고 사치는 있어서 고민한다. 우리는 자신의 껍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달팽이와 소라게 같은 존재였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소라게와 달팽이는 껍데기를 서로 바꿀 수도 없다.](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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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참새 지붕 위의 비둘기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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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독립을 원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물론 각자 개인차가 있겠지만 [손안의 참새 지붕위의 비둘기]의 주인공 로테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시기.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로테는 자신만의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엄마 아빠와 함께 방이 단 하나뿐인 공동 주택에서 살고 있는 로테는 자신의 방이 따로 없어 거실의 소파를 밤에는 침대로 사용한다. 더구나 화장실도 두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태.

그러한 상황에서 어찌어찌하여 로테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생겼다. 엄마 아빠와도 함께 사용하지 않는 오로지 로테만의 화장실.

로테는 그 화장실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화장실로 향한다.

그곳에서 편지도 쓰고 책도 읽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시간은 공상에 빠져들 때이다.

열한 살 소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나의 십대 초반이 생각난다.

나도 꽤나 공상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 때의 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 보다는 혼자서 공상에 잠기는 것을 더욱 즐겼었다. 로테가 화장실에서 혼자만의 공상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면 나의 공상의 시간은 주로 등하교 때였다. 제법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걸어서 통학하자면 걸리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 친구들은 집의 방향이 같은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등하교를 하며, 이 때 주로 자신들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으로 이용했다.

아마도 그 때가 나의 사춘기의 시작이었나 보다.

일부러 집의 방향이 같은 친구들이 학교를 빠져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름길이 아닌 먼 길을 돌아서 집으로 가곤 했다. 혹시 친구들을 만나 나 자신만의 오롯한 시간을 방해 받을까 염려 되어서였다.

지금도 뇌리에 선명한 기억은 햇살이 반짝거리는 늦은 봄날 오후, 일부러 선택한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반가움으로 깜짝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던 친구의 얼굴이다. 고개를 들어 마주쳤을 때 순수한 기쁨으로 환해지는 그 얼굴을 보면서 내 마음 속에 퍼지던 낭패스러운 느낌 때문에 다소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다.

 

로테에게는 손안의 참새 같은 남자친구 문디가 있다. 문디는 정말 완벽하게 순수한 열정으로 로테를 좋아한다.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문디는 로테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라고 하는 아이. 그러나 로테의 마음은 지붕 위의 비둘기 같은 소년 슈를리에게 향해 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라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상처로 남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 되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의 관계는 어른들의 그것과 흡사하다.

아직은 그 무엇도 결정되어지지 않은 열 한 살의 세 아이.

그들이 어린 날의 상처를 아름답게 승화시켜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바라볼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그래서 밝고 멋있는 미래를 가꿔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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