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참새 지붕 위의 비둘기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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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독립을 원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물론 각자 개인차가 있겠지만 [손안의 참새 지붕위의 비둘기]의 주인공 로테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시기.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로테는 자신만의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엄마 아빠와 함께 방이 단 하나뿐인 공동 주택에서 살고 있는 로테는 자신의 방이 따로 없어 거실의 소파를 밤에는 침대로 사용한다. 더구나 화장실도 두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태.

그러한 상황에서 어찌어찌하여 로테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생겼다. 엄마 아빠와도 함께 사용하지 않는 오로지 로테만의 화장실.

로테는 그 화장실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화장실로 향한다.

그곳에서 편지도 쓰고 책도 읽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시간은 공상에 빠져들 때이다.

열한 살 소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나의 십대 초반이 생각난다.

나도 꽤나 공상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 때의 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 보다는 혼자서 공상에 잠기는 것을 더욱 즐겼었다. 로테가 화장실에서 혼자만의 공상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면 나의 공상의 시간은 주로 등하교 때였다. 제법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걸어서 통학하자면 걸리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 친구들은 집의 방향이 같은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등하교를 하며, 이 때 주로 자신들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으로 이용했다.

아마도 그 때가 나의 사춘기의 시작이었나 보다.

일부러 집의 방향이 같은 친구들이 학교를 빠져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름길이 아닌 먼 길을 돌아서 집으로 가곤 했다. 혹시 친구들을 만나 나 자신만의 오롯한 시간을 방해 받을까 염려 되어서였다.

지금도 뇌리에 선명한 기억은 햇살이 반짝거리는 늦은 봄날 오후, 일부러 선택한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데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반가움으로 깜짝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던 친구의 얼굴이다. 고개를 들어 마주쳤을 때 순수한 기쁨으로 환해지는 그 얼굴을 보면서 내 마음 속에 퍼지던 낭패스러운 느낌 때문에 다소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다.

 

로테에게는 손안의 참새 같은 남자친구 문디가 있다. 문디는 정말 완벽하게 순수한 열정으로 로테를 좋아한다.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문디는 로테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라고 하는 아이. 그러나 로테의 마음은 지붕 위의 비둘기 같은 소년 슈를리에게 향해 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라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상처로 남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 되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의 관계는 어른들의 그것과 흡사하다.

아직은 그 무엇도 결정되어지지 않은 열 한 살의 세 아이.

그들이 어린 날의 상처를 아름답게 승화시켜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바라볼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그래서 밝고 멋있는 미래를 가꿔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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