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단편소설집은, 2003년에 발표되고 올해 재발간되었다고 하니 벌써 19년 전 작품인데, 생소할 정도로 오랜 기억인 20여년이 훌쩍 지난 내 여고생 시절 마음과 감성마저 재소환해야 했다.


 교실이란 그런 곳이다, 학교는 세계의 요모조모를 전하는 지구촌 뉴스를 생산한다. 어떤 나라들의 전쟁 어떤 나라의 한파, 알몸에 가까운 모습에 구슬 장식을 한 사람들처럼... 기쿠코는 엄마와 살며 아빠를 종종 만나게 될 때, 전화 통화를 할 때도 어색함( 틈)을 느끼는 중이다.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장면을 본 적은 없지만, 아빠는 엄마를 울게 한 이유로 따로 살게 되었고 그런 아빠가 그녀 자신과는 가까웠던 기억, 놀랍도록 따뜻한 손길이었던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  그런 기쿠코에게 전철에서 만난 치하루.혼란스러운 여고생 기쿠코의 호기심은 그녀를 같은 곳에서 마주치며 더해간다. 치하루와 대화하며 느낀건 그녀의 손가락이 정겨운 느낌, 엄마 손의 감촉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아빠와 별거하듯이 치하루 씨는 남편과10년 전 별거하며 생활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두 남녀의 결혼과 부모와 함께 있을 때의 감정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할 필요없으며, 누구 한 명을 이해하기보다 그 속의 자신의 존재만이 남는다는 것을 생각했다. 치하루 그녀를 다시는 보지 못했지만, 신학기가 되자 자리바꿈이 있었고 기쿠코와 그녀의 친구들은 각자의 일상에 바쁘다.

3년 동안 같이 놀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흐르는 12월 여고시절을 함께 즐기던 친구 에미는 둘도 없던 모에코를 멀리 하고 있었다. 에미는 이전의 살갑던 아이가 아니었고 외톨이가 되어 모두들 피했고 비정상으로 여겨졌다. 신학기가 되자 에미는 입원을 하고 휴학을 예고할 정도로 이상증세를 보였다. 모에코는 에미를 따돌리며 단독행동자,고타로라고 부르는 동급생들의 말을 신경쓰지 않았고 그녀 자신도 그렇게 여기는 다른 친구란 존재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모에코의 엄마는 둘만 붙어다니지말고 모두하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걱정을 하지만,

유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대체 '모두'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모두' 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따돌릴 때 외에는.'

초록고양이 중에서.

동창생의 의미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학교 특히 교실에서 둘도 없이 가까워 매일 안보면 어떻게 될 것 같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멀어지고, 때로는 오해가 쌓이기도 해서...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신의 자리를 혼란스러워하며 견디어 간다. 중학교란 공간이 계속될 것 같지만 고등학교라는 새 세상에서는 누구도 그 자리에 있지 않은거다. 기대했던 사이일 수록 그 관계는 어느덧 희미해져가는 일도 부지기수인거다.

신학기가 되기 전 어두운 풍경들, 관계들을 희석하는 일들이 동급생 친구들(마미코, 유즈, 다케이, 카나 등등)의 일상을 힘들게 한다. 그래도 새로운 인연들이 있고 항상 나쁜 일만은 아니며 관계를 정리하면 감정은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도 증명한다.

그녀들의 교실 안 새로 앉는 자리에서, 창밖이 보이거나 안보이거나, 혹은 길이나 사람들이 보이거나 하는데, 아마 각자의 시선을 바꾸게 할 작가의 의도였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지적해주었듯, 옮긴 김난주가 후기에서 사라질 감정들이지만 기억은 남듯이. 나도 예전의 딸이었던 시절에 매달렸던 힘겨운 일들이 엄마가 되어 이제는 희석되었으나 또다시 딸이 마주하게 될 순간들로. 나보다는 좀더 현명해지기를 바라게 되는 소설이었다.

이 리뷰는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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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과 누나 외할머니와 스코틀랜드 던바라는 곳에 살고 있던 평범한 청년 딘. 그는 사실 어렸을 때 아기갈매기를 키운 적이 있을 정도로 동물애호가 였고, 믿거나말거나라고 독자들이 생각할까봐 본책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갈매기를 어깨에 올리고 웃고 있는 소년 사진을 올려두었다, 가족사진이라든가, 고양이 날라와의 일상 등 저절로 미소 지어지는 사진들이 많다.

누구나 그렇듯 그의 20대는 술과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될 만큼의 약물, 그리고 크고 작은 싸움질 등으로 다소 방탕했고 그렇다고 성실한 아시아의 젊은이들처럼 정해진 틀에 얽매어있지도 않았기에...뭔가 인생을 걸고 시도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게 바로 자전거 여행자의 삶이었다고. 흔히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자아라고 느끼는 친구와 동행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둘도 없는 친구 리키와 처음 자전거 여행에 나서던 때를 떠올리며

여행을 계속할수록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을 원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나는 대도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탁 트인 길과 시골 풍경이었다.

다양한 야생 환경을 체험하고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그는 이제 네덜란드나 벨기에 프랑스 파리에서 파티로 향하지 않고, 험준한 산으로 자전거를 몰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작은 생명의 소리를 듣게 되고,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산기슭에서 만난 이 유기묘와의 인연이 시작이 되어 전혀 다른 여행이 되었다고 말한다. 삶의 전환점이 제대로 된 것이 바로 고양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그였지만 고양이는 처음이었는지, 아기고양이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페스토를 먹여 고양이가 토했고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을지, 본인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휴대폰은 어디에서나 이젠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장비 중의 하나였다. 고양이를 발견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은 국경넘어 몬테네그로에 있었고, 국경경비대는 생각보다 삼엄했기에 동물 공식 입국?을 하려면 어찌해야할지 난감했다. 움직이는 동물을 반입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기에, 고양이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국경너머 믿을만한 동물병원을 찾아 갔고 반려동물로 미등록된 이 작은 녀석을 '날라' Nala_애니메이션 라이온킹에서 따온 이름으로 짓고, 돌봐주기로 결정했다.

어느새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커다란 암반 위에 서서 아기사자처럼 당당한 태도로 해안을 내다보고 있었다. ...영화에서 심바의 소꿉친구이자 나중에 배우자가 된 암사자 날라.

내 기억에 따른면 날라 역시 혈기 왕성하고 용감한 성격이었다.

그가 발견할 당시 이 아기고양이 날라는, 딘의 인스타그램(여정을 기록하기 위한 가족용) 계정에 우연히 몇 장 찍힌 것이 다인데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급격히 늘었으며 딘의 자전거에 탄 채, 그의 주머니 속에서 그 어렵고 힘든 여정을 견디는 모습 자체가 성장드라마였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 스타가 되어 갔다. 날라를 돌보며 딘 또한 멋모르고 무모한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여권을 잃어버렸던 일, 텐트를 쳤다가 다가오는 커다란 곰 존재를 느끼고 도망쳤던 일 등을 겪으며, 다녀간 여행지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시리아 난민들도 희망으로 삶을 꾸려가는 것을 보며 성장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그는 날라의 사진과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렸고 미국에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유저들 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 동물 여권도 정식으로 만들었고, 계획된 여정을 다시 돌아가더라도 천천히, 날라의 건강을 위해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않기위해 그리스, 터키 등의 동물 병원 그리고 보호소 등을 우선 순위에 두고 움직이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은 중단하고 날라가 회복할 때까지 알바니아에 머물러야지.

필요하다면 겨울 내내 있어도 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할 거야. 날라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그는 이때 미국 뉴욕에 있는 동물 관련 유명 사이트 '도도The Dodo' 에 기사를 제안 받았으며 영국의 데일리 메일과 같은 메인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제안받았다고 한다. 지중해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어떤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이제 인플루언서로 일종의 직업으로 삼아, 세상에 유익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동물복지나 환경보호처럼 관심분야의 문제들에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도 있겠다는. 뭔가 좋은 일을 하겠다는 새해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방문하는 해변마다 해안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이를 인스타에 올리기도 했고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리스 국경에서는 유기견 '발루'를 발견하고 구조해 입양해 줄 주인을 찾아주는 보호소를 데려다주는 일도 했으며 인스타에서는 그가 지어준 애니메이션 <정글북>의 곰 발루를 딴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가 속속 들어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의 여행을 관람(?)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숙소와 용품을 홍보하기 위해 딘과 날라가 와주길 희망한다는 사업가들이 있었고, 적지 않은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딘은 분별있게 행동했으며 산토리니의 카약 강사로 있으며 짧았지만 값진 인연들을 만나 유기 동물을 위한 모금이나 기부 등에만 힘을 쏟았다.

이스탄불 여행 중에 그는 고향 스코틀랜드로 잠시 돌아왔다. 여행 전 그에게 진지한 문제의 의견을 묻는 사람들은 드물었고 그는 자신이 진지한 인물도 아니고 파티광이자 자유인이었지만 여행을 마친 다음에 어디로 갈 것인지 앞으로 의 계획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왔다.

모두가 나를 더이상 '동네 바보'로 보지 않았고 심지어 다들 내가 무슨 역할 모델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했다. ...여행이 끝났을 때 모두가 여기 그대로 있으리라는 걸 확인하니 기뻤지만 내겐 갈길이 한참 남아있었다. 나는 날라와 함께 여행으 계속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여행길에 올라 불가리, 세르비아-헝가리의 여정을 날라와 함께 더 나아갈 수 있었고,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음에 감사한 마음을 평생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날라와 함께라면 더 힘든 여행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 고양이와 함께라면 모든 게 완벽하지!라고 말하고 있다. 완벽한 타이밍에 그의 인생에 들어와 완벽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일생 처음으로 유기견 보호센터를 검색했고 그곳의 아이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보았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버려진 강아지 고양이들 반려 동물이 왜 이렇게 넘쳐나는가?

딘으로 인해 그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 공동 집필가 게리 젠킨스 덕분에 날라를 간접적으로 만났으며, 책을 통해 동물 애호라는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과 사랑을 알게 되어 감사한 연말이 되었다. 고마워요 딘, 고맙다 날라^^

 


이 리뷰는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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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크 루소는 교육학에서 그의 지대한 영향력이 오늘날까지 이어온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정작 그의 <에밀>은 처음 접한다.

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에서 이 책의 1권만을 다루고 있어 문고본을 집어들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뒤엎고, 모든 것을 일그러뜨리며, 기형과 괴물을 좋아한다.

인간은 무엇 하나 자연이 만든 그대로를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인간에 대해서도 그렇다.

작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 교육학을 인강으로 듣게 되면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짧게나마 사유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중지능을 가진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육아할 때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생활 속에서 종종 느꼈다. 그렇다면 루소가 말하는 '자연'이 인간을 인간답게 할 것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 인간, 사물을 근원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우리가 가진 정신과 신체를 발달시키는 것은 자연의 교육이고, 이런 발달을 우리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인간의 교육이다라고 단언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1~5권을 통틀어 자세히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공통 뼈대를 이룬다.




자애롭고 사려 깊은 어머니여! ...어린나무가 죽기 전에 물을 주고 가꾸시오. 장차 그 나무의 열매가 당신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니.

어디까지 성벽을 세울지가 아닌 정작 벽을 세우는 이는 오직 어머니, 인간을 교육하는 것은 첫째가 어머니라고 부른다.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이 당신에게 제시하는 길을 따르도록 하라. 자연은 아이들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고 일찍부터 괴로움과 아픔이 무엇인가를 가르친다. 루소는 이 시련을 견디면 아이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숭배하다시피 하여 아이가 자신의 나약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려다 오히려 그를 더 나약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루소가 1권에서 거듭 말하는 '유모'상위계층이 고용하는(루소 시대에는 귀족)돌봄 수단은 현대에는 거의 없다. 부유층에서 부모 대신 여러가지를 가르치는 그녀들의 존재는 있겠지만 말이다. 루소가 주변에서 자주 목격한 유모들은 인간 교육에 있어 다소 부정적 측면이 많았던지...그는 어머니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아버지들은 사업, 직무, 의무 등으로 정신없다고들 말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의무 중에서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제일 뒤로 미룬다. 그러나 저자인 루소는 분별력 있는 아버지, 어머니의 손에서 아버지의 손으로 건네져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능이 열정을 보완해줄 수는 없지만 열정이 재능을 보완해줄 수는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역대 최고의 불수능이었다고 한다. 만점자의 인터뷰를 보면, 타고난 머리 외에 노력과 열정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지 세상이 다 알 수 있을만큼 해당 학생은 꾸준함이 돋보였다고 기억된다.

아버지로서의 의무로 돌아가서, 아버지는 아이를, 인류에 대해서는 인간으로, 사회에 대해서는 사회인으로, 국가에 대해서는 시민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아버지가 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18세기 그 옛날에도 부모 중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바른 소리'를 들려주는 지성인이 존재했다는 점 말이다.

또한 세상에는 너무나 고귀해서 돈을 목적으로 두지 못하는 직업들이 있는데, 군인과 교사가 그렇다고 루소는 이야기한다.

도대체 누가 내 아이를 교육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아버지인 당신 자신이다.

어린아이의 첫울음은 간절하게 하는 부탁이다. 이를 적절하게 대해야 그 울음이 명령으로 바뀌지 않는데, 자신의 연약함을 무기로 남에게 의지하려고하면 나중에 권력과 지배의 관념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의 시중을 들어줌으써 유발된 것이고 자연에서는 생겨날 일이 없는 것이다. 아이가 울면 울수록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야 한다.

최근 오은영 박사님의 강연 중에,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싸울 때는 부모가 그냥 공감해주는 말만 하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이내 떼를 부리는 것을 그만두고 감정을 추스리게 돕게 된다고 말이다. 이는 루소가 말했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아이 앞에서는 항상 우리가 정확한 말을 쓰고 누구보다도 아이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을 즐겁게 여기도록 하라고 한다. 아이가 혹여 스스로 말을 배우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 말을 하게끔 서두르는 실수를 하게 되면 아이는 말이 더 늦어지고 말을 더 모호하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우리의 지나친 주의를 의식해 정확한 발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입을 닫게 될 수도 있으며 평생 발음상의 결함과 어눌함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거다.

요즘은 언어가 늦고 말더듬이 아이들이 종종 언어발달센터를 찾는다. 부모는 원인도 모른채 또래아이보다 늦다는 이유로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치료센터로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요즘 트렌드도 모두 부모의 불안과 성급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는 말하는 것, 먹는 것, 걷는 것을 거의 동시에 배우고 인생의 제1기인 유아기는 어머니의 태내의 상태와 다를 것이 감정도 관념도 없이 감각만 가지며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살아있으나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 1권과 제 2권 아동기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부모라면 2권까지는 참을성(?)있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육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은 제 3권 소년기 그리고 제 4권 청년기까지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10살 아래로 미취학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므로 3,4권은 나중에 추가적으로 읽어도 좋겠다^^


 


 


 

인간에게는 그가 맺고 있는 관계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자신을 도덕적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인간관계를 통해 자기를 연구해야 한다.

바로 앞에 썼던 <여자들의 사회>처럼 인간 관계 속에서 사유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인 것 같다.

사회가 어떻게 인간들을 타락시키고 왜곡하는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인간이여, 정말 이지 인간을 욕되게 하지 말라.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책이었고, 이 기회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 리뷰는 책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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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이후의 삶 -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케이트 소퍼 지음, 안종희 옮김 / 한문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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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 이후의 대안, 물질문명이 앗아간 고유의 삶의 즐거움에 주목하라고 말하는 이 책의 저자 케이트 소퍼는 소비로 정의되고 정체성을 갖는' 행복'은 낡은 개념이며 더 적게 소비하고 더 풍성하게 누리는 '대안적 쾌락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다른 즐거움’을 사라! 심각해진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 불평등과 불안한 노동 환경은

우리에게 삶의 태도와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점점 더 빠르게 덮쳐오는 재난을 피할 수 있을까?

간단하게 저자 케이트 소퍼에 대한 소개를 보면, 그녀가 지속적으로 환경철학(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소비에 관한 글들을 써왔음을 알 수 있다.

모두를 위한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의 공정한 분배에 기반한 성장 이후의 경제 질서란 무엇인가? 물질적 소비가 진보와 번영의 본질인가? 소비문화가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삶을 제공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저자는 1장, 생각을 전환하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비를 화석연료 경제가 저지르는 범죄 중 사소한 부분으로 취급하는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나는 번영, 소비, 좋은 삶에 관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더 근본적인 경제적 변혁을 추동하는 역할을 한다

고 생각한다. 2018년 10월에 발표된 IPPC보고서는 지구온난화에 직접적이고 급진적으로 대응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국가에 요구하고, 국가를 변화의 주요 주체로 제시했다.

저자는 무모할지 모르지만 풍요로운 소비문화를 검토하고 비판하면서 소비문화가 과연 불가피한 좌파와 우파의 합의인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비와 관련된 획기적인 정치 투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2장,왜 지금 대안적 쾌락주의인가?를 이야기할 것을 예고한다. 지금 우리의 (경제)성장이 가져다 분 노동자의 불안, 불만의 문제.부의 격차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주변부에서 중심부 경제로의 생물-무생물 자원의 지속적이고 불공정한 이동에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세계적 격차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는 진보적 무역 개방의 이득으로 표현되며 경제적 보호주의 즉, 세계 무역을 통해 비대칭적 자원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어 신자유주의가 신식민주의(알프 혼버그, 제국주의가 세계화로 재정립)를 통해 중심부 국가들(선진국가들의 소수 엘리트들의 지위를 확대했다)의 지위 확대를 위한 논리로 확립시켰다고 보았다.

이에 대한 댓가는 무엇인가. 극단적인 불평등과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토양 침식, 대기 및 수질 오염, 관리 불가능한 폐기물을 낳음으로써 거대한 담론을 이끌고 있다. 최근의 생산과 소비 관련 수치는 디지털 경제와 녹색기술에도 불구하고 원재료가 인간 역사의 어느 시기보다 지금 더 많이 소비되고 있고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또한, 윤리적 쇼핑은 모든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고 단언하는데, 소비자의 즐거움이나 이익이 아니라 의무적인 구매와 연결될 경우 행복과 이를 얻기 위한 소비의 역할에 대한 개념을 크게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윤리적 쇼핑이 증가하는 이면에 있는 각성한 유권자들이 있고 영향력 있는 사살가 대니얼 밀러는 이미 20년 전에 기업과 정부의 책임에 대해 말했음을 저자는 인용하고 있다.

소비는 세계 진보운동의 한 영역으로서 미래의 모든 '해결책'의 중심이다.

기업과 정부가 행동의 결과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p61, 대니얼 밀러


우리 시대의 소비에 대해 '시민다운' 접근법의 한 측면인 윤리적 쇼핑은 이제 그동안 '풍요'라는 목표를 스트레스, 시간 부족, 대기 오염, 교통 혼잡, 비만, 건강 악화를 유발하는 위태로움의 다른 이름으로 여기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자유로운 시간, 더 나은 개인 관계, 더 느린 삶과 같은 비감각적인 재화에 대한 요구와 불만의 목소리가 삶의 새로운 기준에 부합할 때 '좋은 삶=대안적 쾌락주의'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5년 이상, 지역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착한 경제 활동을 지지해오고 있는데, 이는 윤리의식과 소비에서의 만족 그리고 일상의 행복이 어떠한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협에의 지지와 소비로도 미세플라스틱이나 과대포장의 문제 등은 대기업이 행해 온 비윤리적 생산 행위를 완전히 막을 수 없었고, 지금도 그 한계를 조합원들과 나누고 개선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야한다고 느끼고 있다.

제 3장, 끝없는 소비의 불안한 즐거움에서 저자는 소비주의 생활방식이 상반된 감정과 불안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문제 제기한다. 대안적 쾌락주의가 문화를 바꾸고 잠재적인 영향력과 새로운 '번영의 정치'에 대한 자극제가 될 수 있고 웰빙에 대한 새로운 원천으로 더 즐겁고 사회적으로 공정하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로 전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민의로서 개인은 소비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소비의 개인화 경향에 대한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소규모된 가족,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화, 대중 교통에서 개인 교통 수단으로의 변화, 브랜드 마케팅, 개인의 기분을 세심하게 고려한 음식 제공, 개인 맞춤식 상품과 같은 요소들이 기업이 이를 이용해 이익을 본다. 이는 화경 피해를 낳고 상품 획득 경쟁을 부추겨 상품을 구매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확인받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은 기존 성적 차별을 강화하고 브랜딩 전문가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 십대 이전 소녀들에게 전통적인 성 역할과 쇼핑 관행을 그대로 수용할 대상으로 만든다. 또한 금융 분야는 손쉬운 각종 대출 상품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부채 상태에 놓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독일과 같은 유럽의 몇몇 나라는 이미 환경비용을 생각하고 고가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에너지를 국가의 주에너지원으로 대체하였다. 자전거가 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많은 이용자들은 안전하게 도로를 누빔으로서 자동차가 중심이 아닌 생활 방식을 선호하여 교통혼잡이 고통이 되지 않게 다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프랑스 또한, 도로의 자동차를 반이상 줄이겠다고 공약한 여성 대통령을 선출한 유권자들의 민주적이고 정치의 결단을 보였다. 이러한 정책 변화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을 팔로우중인 동아시아 나라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진보 개념에 대한 저항 즉 높은 생활 수준으로 초래한 위태로운 소비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재화를 즐기는 방식을 버리고 미래 세대에 생태계와 사회에 그리고 항상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대안적 쾌락주의를 표방한 일련의 행동에 대한 담론을 계속 해야만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삶, 좋은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6장 번영이란 무엇인가, 7장 녹색르네상스를 향하여의 장에서 구체적인 변화 그리고 이어질 행동에 대한 담론을 제시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위기를 반전시킬 시간이 불과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10년 후에도 나는 30세가 채 되지 않으며, 전 생애가 내 앞에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약 20억 명의 아이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뉴사우스 웨일즈 출신의 15세 휴 헌터. 2019년 3월15일 파업한 소년.

그레타 툰베리나 휴 헌터와 같은 세계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른 세대의 한 명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윤리적 소비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대안적 쾌락주의에 대한 입장을 다시금 생각하고 소비행동과 기후행동을 해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글은 한문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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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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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소설은 종종 읽었어도 본격 페미니즘을 맞딱뜨리긴 다소 불편감이 있어 멀리했던 독서의 분류에 속했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애정하는 책들, 영화 그리고 심지어는 대중적인 서바이벌 TV예능프로그램까지 총망라한 저자의 열정이 엿보이는 목차를 보니 책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을만큼 궁금했다. 작가는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을까?

권김현영(權金炫伶, 1976년 ~ )은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으로 재직중이다. 2020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부문을 수상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여자의 삶에서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 외에도 동성 사회의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여성은 남성의 타자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이며 인간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중 문화 콘텐츠들에 남성을 대체한 여성들이 예능을 하고 성공을 거두고 이러한 여성 서사는 특히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은 아씨들》, 《빨강머리 앤》 같은 곳에서 계속 리메이크되어 여자의 적이 여자(여적여)가 아니며여 여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강박도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이 보여지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소설 《작은 아씨들》 은 1970년대 이후에 비평가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가치를 부여받았을만큼 중요전환점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소비 지향성과 허영심에 대한 당대의 여성 혐오가 들어있다고 혹평도 있고 가부장적 플롯에 머물렀다는 비평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실제로 여성의 자립과 여성 공동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던 페미니스트였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이 소설은 어린 시절 만화나 TV시리즈보다 2019년 영화화된 그레타 거윅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원작과 이전 영화들에서 에이미가 다소 이기적이고 허영심이 많으며 철없는 행동으로 조 마치의 헌신적이고 선머슴(의리있는)같은 역에 대비된 묘사였다면, 플로렌스 퓨가 분한 2019년의 에이미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현실주의자로 묘사된다. 한 남자 로리를 사이에 둔 자매의 삼각관계가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고 로리의 존재는 조와 에이미의 유대 관계를 더 돈독해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문에 영화가 더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특히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저자도 80p.에서 인용하고 있다.

여자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고 외모만이 아니라 야심과 재능이 있어요.

여자에겐 사랑이 전부라는 말이 신물이 나요. 지긋지긋해요. 그런데 너무 외로워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마음이고 중요한 건 여자의 삶에서 사랑은 어떤 위치여야 하는지이다.

동성 친구 관계, 특히 여자친구들끼리의 관계는 진정한 우정관계로 발전 가능한가? 이는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대학교 1학년 교양 수업의 첫시간을 소환하는데, '우정이 무엇인가?'를 적었던 선생님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인용하며 "다른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해도 필로스philos가 없는 삶은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기들끼리 잘 지내라고 했다. 그러나 여학생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언급하였고, 동기를 강조하던 선배 중 누구 하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친구란 없다고 말하는 것을 기억했다. 저자는 그래서 언젠가 오래된 폄훼의 역사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곤 했다는 것이다.

2.서로 길러내는 우정에 대해, 《빨강머리 앤》 은 동맹으로서의 순수함, 1908년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 백인 중산층 가정의 모범적인 소녀 다이애나와 고아원 출신으로 집안의 노동력을 위해 입양된 앤 사이의 우정이 지고한 이상을 가진 그 동맹 관계임을 보여준다.신분제나 인간 이하로 취급받던 여성인 고대 그리스 우정이 아닌 근대적 의미에서의 우정은 출신과 무관하게 존재 그 자체의 동등성으로 타인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유익하되 그것이 우정의 조건이 되면 안 되고,

동등하되 집단의 무리로서 소속하는 것 이상의 배타적 특별함이 있는 것.

무엇보다 순수하게 '상대의 좋은 점을 좋아해주는 것'

이러한 맥락에서 7.이토록 다른 우리가 친구가 되기까지의 <청춘시대> 드라마는 전혀 모르던 하우스메이트가 함께 살아가면서 어느새 진정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보여준다. 적대에서 출발했지만 소문을 뚫고 서로를 직면하며 위험에 처하면 기꺼이 달려나가 구해지는 시간들을 보내며 타자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진 틈을 메워가는 여성의 서사, 남성과의 관계가 없이도 그녀들이 존재하고 여성의 삶에서 사랑이란 우정보다 작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보았다.

<방옥숙의 비밀> 은 우정과는 결이 다른 여자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한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란 중산층의 욕망과 실천의 대상이자 이성애 결혼 제도 안에 들어간 중하층계급 여성들이 살고자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해주는 상징이다. 그녀들의 초과된 욕망이 만들어낸 아파트, 특히 강남 한강뷰 아파트란 공간에서 빚어내는 부녀회 '방옥숙'들의 파국을 보여주는 네이버웹툰이었다.

집값에 진심인 분들이라는 빈정거림을 듣는 방옥숙을 비롯한 노블 골드 캐슬 아파트 부녀회의 그녀들, 겨우 이뤄낸 중산층의 삶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남편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의 허구적 성격을 폭로하는 동시에 전업주부 여성들이 적극적인 투자 행위를 비롯해 저축과 관리,자녀 교육과 집안 일, 간병, 돌봄 노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규범화된 일들이 가부장제 가족 제도에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주택 실천에 관해 최시현 박사님의 책<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창비,2021)를 읽고 이러한 성별회된 중산층의 시민 윤리, 투기화된 실천의 주체로 여성들은 자발적으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지점에 놓여져 있다고 생각해왔다. 아직 보지 못한 이 웹툰은 사회 부조리, 성별화의 부조리를 아파트라는 것을 매개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책을 읽다보니 검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최근까지도 화제의 중심에 있는 Mnet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등장한 여자들은 춤이라는 강한 무기로 무장하고, 리더를 주축으로 좋은 리더, 좋은 크루(멤버)의 작은 사회들을 모아 보여주고 있었다. 일명 <스우파> 출연진들은 계급 미션을 서열 싸움이 아닌 수싸움 읽기와 리더십 경쟁으로 소화해 여자들의 싸움이 서로 상생하는 굿 파이트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모든 춤꾼들이 행복하게 출 수 있게 되길 바란다.'제일 먼저 서바이벌에서 물러난 웨이비(팀)의 리더 노제가 남긴 말이 내 기억에 소환되며 조직 전체를 위해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어 시청자들의 팬덤이 생겨나고, 과거의 안 좋은 인연과 스승과 제자, 선후배, 배틀의 상대자였던 여자들이 다양하게 맺는 관계를 거듭되는 회에서 보여줌으로써, 갈등과 화해 그리고 배틀이 스트릿 댄스 씬을 멋있고 풍요롭게 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언니들이라면 아무리 싸워도 괜찮은 안심되는' 서사가 되고 역사가 된다는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언니네>라는 인터넷 기반의 페미니스트 공동체 커뮤니티의 운영진을 했었고 그녀가 경험했던 여자들의 사회는 남자없는 사회가 아니라 남자가 필요 이상 중요해지지 않는 사회다. 남자가 여자친구의 아이디를 빌려 접속하지 않고 남자들을 걸러내지 않고 일종의 개인 블로그나 위키백과 같은 지식놀이터를 만들었고 이때의 경험이 여자들의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를 참조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소수자의 문제를 여성혐오에 대한 세간의 시선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한다. 영화 <기생충>으로 상을 받는 봉준호 감독을 보고 충격을 받은 한국계 헐리웃 배우 산드라 오는 자신이 영화계에서 소수자였고 한국계 미국인 여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봤다고 했다. 문제는 피부색이 아니고, 여성이 남성 중심 사회에 소수자란 위치지만 '여자들의 사회' 즉 여자들만의 사회에서 여자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며 대중문화에서 흔히 여왕벌로 그려지거나 아메리칸 탑모델 혹은 골때리는 그녀처럼 캣파이트가 일상적이지도 않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다. 저자는 여자 상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들이 많지만 일반화할 정도로 케이스가 풍부하지 않기에 실체 없이 만들어진 고정 관념 때문에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여자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관계로 지내는 것은 쉽지도 당연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가부장제 사회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방식으로 여성 동성 사회를 만들어왔다고 단언한다. 그 증거들을 대중문화 속에서 찾아내는 작업이었고 아주 즐거웠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세상의 반이 여자이고 인간 사회의 단면에 속한 '나'를 되돌아보니 맞고 틀린 내가 보였던 책이어서 참 감사했다.

[이 글은 휴머니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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