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맥락에서 7.이토록 다른 우리가 친구가 되기까지의 <청춘시대> 드라마는 전혀 모르던 하우스메이트가 함께 살아가면서 어느새 진정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보여준다. 적대에서 출발했지만 소문을 뚫고 서로를 직면하며 위험에 처하면 기꺼이 달려나가 구해지는 시간들을 보내며 타자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진 틈을 메워가는 여성의 서사, 남성과의 관계가 없이도 그녀들이 존재하고 여성의 삶에서 사랑이란 우정보다 작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보았다.
<방옥숙의 비밀> 은 우정과는 결이 다른 여자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한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란 중산층의 욕망과 실천의 대상이자 이성애 결혼 제도 안에 들어간 중하층계급 여성들이 살고자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해주는 상징이다. 그녀들의 초과된 욕망이 만들어낸 아파트, 특히 강남 한강뷰 아파트란 공간에서 빚어내는 부녀회 '방옥숙'들의 파국을 보여주는 네이버웹툰이었다.
집값에 진심인 분들이라는 빈정거림을 듣는 방옥숙을 비롯한 노블 골드 캐슬 아파트 부녀회의 그녀들, 겨우 이뤄낸 중산층의 삶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남편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의 허구적 성격을 폭로하는 동시에 전업주부 여성들이 적극적인 투자 행위를 비롯해 저축과 관리,자녀 교육과 집안 일, 간병, 돌봄 노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규범화된 일들이 가부장제 가족 제도에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주택 실천에 관해 최시현 박사님의 책<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창비,2021)를 읽고 이러한 성별회된 중산층의 시민 윤리, 투기화된 실천의 주체로 여성들은 자발적으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지점에 놓여져 있다고 생각해왔다. 아직 보지 못한 이 웹툰은 사회 부조리, 성별화의 부조리를 아파트라는 것을 매개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책을 읽다보니 검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최근까지도 화제의 중심에 있는 Mnet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등장한 여자들은 춤이라는 강한 무기로 무장하고, 리더를 주축으로 좋은 리더, 좋은 크루(멤버)의 작은 사회들을 모아 보여주고 있었다. 일명 <스우파> 출연진들은 계급 미션을 서열 싸움이 아닌 수싸움 읽기와 리더십 경쟁으로 소화해 여자들의 싸움이 서로 상생하는 굿 파이트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모든 춤꾼들이 행복하게 출 수 있게 되길 바란다.'제일 먼저 서바이벌에서 물러난 웨이비(팀)의 리더 노제가 남긴 말이 내 기억에 소환되며 조직 전체를 위해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어 시청자들의 팬덤이 생겨나고, 과거의 안 좋은 인연과 스승과 제자, 선후배, 배틀의 상대자였던 여자들이 다양하게 맺는 관계를 거듭되는 회에서 보여줌으로써, 갈등과 화해 그리고 배틀이 스트릿 댄스 씬을 멋있고 풍요롭게 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언니들이라면 아무리 싸워도 괜찮은 안심되는' 서사가 되고 역사가 된다는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언니네>라는 인터넷 기반의 페미니스트 공동체 커뮤니티의 운영진을 했었고 그녀가 경험했던 여자들의 사회는 남자없는 사회가 아니라 남자가 필요 이상 중요해지지 않는 사회다. 남자가 여자친구의 아이디를 빌려 접속하지 않고 남자들을 걸러내지 않고 일종의 개인 블로그나 위키백과 같은 지식놀이터를 만들었고 이때의 경험이 여자들의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를 참조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소수자의 문제를 여성혐오에 대한 세간의 시선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한다. 영화 <기생충>으로 상을 받는 봉준호 감독을 보고 충격을 받은 한국계 헐리웃 배우 산드라 오는 자신이 영화계에서 소수자였고 한국계 미국인 여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봤다고 했다. 문제는 피부색이 아니고, 여성이 남성 중심 사회에 소수자란 위치지만 '여자들의 사회' 즉 여자들만의 사회에서 여자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며 대중문화에서 흔히 여왕벌로 그려지거나 아메리칸 탑모델 혹은 골때리는 그녀처럼 캣파이트가 일상적이지도 않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다. 저자는 여자 상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들이 많지만 일반화할 정도로 케이스가 풍부하지 않기에 실체 없이 만들어진 고정 관념 때문에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여자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관계로 지내는 것은 쉽지도 당연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가부장제 사회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방식으로 여성 동성 사회를 만들어왔다고 단언한다. 그 증거들을 대중문화 속에서 찾아내는 작업이었고 아주 즐거웠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