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크 루소는 교육학에서 그의 지대한 영향력이 오늘날까지 이어온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정작 그의 <에밀>은 처음 접한다.

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에서 이 책의 1권만을 다루고 있어 문고본을 집어들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뒤엎고, 모든 것을 일그러뜨리며, 기형과 괴물을 좋아한다.

인간은 무엇 하나 자연이 만든 그대로를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인간에 대해서도 그렇다.

작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 교육학을 인강으로 듣게 되면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짧게나마 사유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중지능을 가진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육아할 때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생활 속에서 종종 느꼈다. 그렇다면 루소가 말하는 '자연'이 인간을 인간답게 할 것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 인간, 사물을 근원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우리가 가진 정신과 신체를 발달시키는 것은 자연의 교육이고, 이런 발달을 우리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인간의 교육이다라고 단언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1~5권을 통틀어 자세히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공통 뼈대를 이룬다.




자애롭고 사려 깊은 어머니여! ...어린나무가 죽기 전에 물을 주고 가꾸시오. 장차 그 나무의 열매가 당신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니.

어디까지 성벽을 세울지가 아닌 정작 벽을 세우는 이는 오직 어머니, 인간을 교육하는 것은 첫째가 어머니라고 부른다.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이 당신에게 제시하는 길을 따르도록 하라. 자연은 아이들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고 일찍부터 괴로움과 아픔이 무엇인가를 가르친다. 루소는 이 시련을 견디면 아이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숭배하다시피 하여 아이가 자신의 나약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려다 오히려 그를 더 나약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루소가 1권에서 거듭 말하는 '유모'상위계층이 고용하는(루소 시대에는 귀족)돌봄 수단은 현대에는 거의 없다. 부유층에서 부모 대신 여러가지를 가르치는 그녀들의 존재는 있겠지만 말이다. 루소가 주변에서 자주 목격한 유모들은 인간 교육에 있어 다소 부정적 측면이 많았던지...그는 어머니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아버지들은 사업, 직무, 의무 등으로 정신없다고들 말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의무 중에서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제일 뒤로 미룬다. 그러나 저자인 루소는 분별력 있는 아버지, 어머니의 손에서 아버지의 손으로 건네져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능이 열정을 보완해줄 수는 없지만 열정이 재능을 보완해줄 수는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역대 최고의 불수능이었다고 한다. 만점자의 인터뷰를 보면, 타고난 머리 외에 노력과 열정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지 세상이 다 알 수 있을만큼 해당 학생은 꾸준함이 돋보였다고 기억된다.

아버지로서의 의무로 돌아가서, 아버지는 아이를, 인류에 대해서는 인간으로, 사회에 대해서는 사회인으로, 국가에 대해서는 시민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아버지가 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18세기 그 옛날에도 부모 중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바른 소리'를 들려주는 지성인이 존재했다는 점 말이다.

또한 세상에는 너무나 고귀해서 돈을 목적으로 두지 못하는 직업들이 있는데, 군인과 교사가 그렇다고 루소는 이야기한다.

도대체 누가 내 아이를 교육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아버지인 당신 자신이다.

어린아이의 첫울음은 간절하게 하는 부탁이다. 이를 적절하게 대해야 그 울음이 명령으로 바뀌지 않는데, 자신의 연약함을 무기로 남에게 의지하려고하면 나중에 권력과 지배의 관념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의 시중을 들어줌으써 유발된 것이고 자연에서는 생겨날 일이 없는 것이다. 아이가 울면 울수록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야 한다.

최근 오은영 박사님의 강연 중에,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싸울 때는 부모가 그냥 공감해주는 말만 하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이내 떼를 부리는 것을 그만두고 감정을 추스리게 돕게 된다고 말이다. 이는 루소가 말했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아이 앞에서는 항상 우리가 정확한 말을 쓰고 누구보다도 아이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을 즐겁게 여기도록 하라고 한다. 아이가 혹여 스스로 말을 배우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 말을 하게끔 서두르는 실수를 하게 되면 아이는 말이 더 늦어지고 말을 더 모호하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우리의 지나친 주의를 의식해 정확한 발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입을 닫게 될 수도 있으며 평생 발음상의 결함과 어눌함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거다.

요즘은 언어가 늦고 말더듬이 아이들이 종종 언어발달센터를 찾는다. 부모는 원인도 모른채 또래아이보다 늦다는 이유로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치료센터로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요즘 트렌드도 모두 부모의 불안과 성급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는 말하는 것, 먹는 것, 걷는 것을 거의 동시에 배우고 인생의 제1기인 유아기는 어머니의 태내의 상태와 다를 것이 감정도 관념도 없이 감각만 가지며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살아있으나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 1권과 제 2권 아동기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부모라면 2권까지는 참을성(?)있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육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은 제 3권 소년기 그리고 제 4권 청년기까지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 10살 아래로 미취학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므로 3,4권은 나중에 추가적으로 읽어도 좋겠다^^


 


 


 

인간에게는 그가 맺고 있는 관계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자신을 도덕적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인간관계를 통해 자기를 연구해야 한다.

바로 앞에 썼던 <여자들의 사회>처럼 인간 관계 속에서 사유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인 것 같다.

사회가 어떻게 인간들을 타락시키고 왜곡하는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인간이여, 정말 이지 인간을 욕되게 하지 말라.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책이었고, 이 기회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 리뷰는 책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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