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센티미터 ㅣ 웅진책마을 113
이상권 지음, 째찌(최현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평점 :
표지를 보고 책소개를 보고 나니, 딱 30센티짜리 플라스틱 자가 떠올랐다.
소년의 머리가 29센티를 기르기까지의 그 이유와 과정은 어땠을까? 꾹 다문 그의 입이 어떤 의지가 보이다고 할까?
웅진주니어에서 초등5~6학년 권장 어린이를 동화(웅진책마을 113)로 나온 이상권 작가님의 책, <위험한 호랑이 책>, <대한 독립 만세> 등의 다소 굵은 스토리 선과는 조금 다를 거라는 기대를 안고 첫 장, '백 살도 더 먹은 마법사의 실수' 를 펼쳤다.
요즘 아이들은 유아 때부터 동네 헤어샵 단골이 되곤 한다. 나역시 오랫동안(이 동네에 정착한 후) 특정 헤어샵의 우리 가족이 선호하는 실장님(마법사)에게 모두 아이들의 머리손질을 맡기곤 하는데, 각자 성격이 다르기도 하고 그날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들고 안들고 반응이 매번 다르다.
주인공 시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처음 마법사 설라딘 원장님께 갔던 소년 시하는, 우연히 커트 가위에 살짝 귀를 다치게 되고 그 단순할 것 같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과 트라우마로 도중에 자른 비대칭의 머리로 남아있게 된다.
그 이후에 가위에 대한 공포증은 아랑곳없이 가족들 특히나, 할아버지는 '남자아이는 머리를 길어서는 안된다. 여자처럼' 대놓고 손녀가 아닌 손주를 원한다고 하시고. ...엄마조차 트라우마에 숨어 헤어샵을 다시는 가지 못하는 시하가 답답해 아빠를 따라 이발소에 가게 하는데.
시하의 머린 여전히 그대로다 아니, 계절이 바뀌고... 한여름에도 꾸준히 길어져가고 머리가 앞을 가려 엄마의 조언에 따라 머리띠를 하게 된 소년. 그를 본 동네 아이들도 언니라고 하거나, 동년배 여자친구 그리고 믿었던 리라조차 긴머리에 핑크색 머리띠를 한 시하를 멀리한다.
병원에 입원하실 때 시하의 긴 머리를 보고 화를 냈던 할아버지와 병간호를 하시던 고모를, 가족들 모임에서 다시 뵐 때는 오히려 시하는 '자신의 선택에 당당하게' 다른 사람등의 생각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안도하게 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나이가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시하 할아버지처럼 남자는 멀리를 기르면 안된다고 하시니 그는 할아버지가 미웠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경비 할아버지는 자신의 할아버지와는 다르게 남자도 머리를 기를 수 있고 시하에게 겉모습보다 무엇이 '멋' 있다는지를 일깨워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가까운 가족이 아니어도, 핏줄이 아니어도 성별과는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렇다면 29센티미터까지 자란 머리카락, 주인공은 어떤 마음으로 그만 기르게 되었을까? 어떤 계기로 변하게 되는 걸까? 새롭게 만난 이와의 교감은 시하를 얼마나 성장시킬지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시라^^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별, 더 나아가서 빈부,민족의 따른 차별은 '아주 오래된' 이슈지만 지금도 공공연히 계속되고 있다. 요즘 그 중요성 때문에 어린이 동화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예전과 지금은 수십년 사이에 많은 변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변했고 황혼에도 이혼하는 노부부, 아동과 여성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등 사회적 변화까지 동반하고 있다.
작가님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남녀의 고정관념 (패션이나 색깔을 이용한)이 어떻게 우리의 인식 속에 있는지도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는 실제로 이를 겪은 아이의 글을 보고 시하를 만들고 주변 사람들은 허구의 인물로 설정하였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모든 차별없는 곳, 세상 모든 생명에 대한 애정을 갖기를 희망하고 이를 위해 동화책이 하는 역할을 다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책을 읽은 내 딸 아이는 긴머리를 한동안 했다가 짧은 머리를 원해서 잘라준 상태에서 더 확고하게 짧은 머리를 고수하고 싶어했다. '머리 길이가 단순히 자신의 생각 신념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핑크색을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싫어 파랑색을 좋아한다 라고 하는 것과 똑같이 편견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