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하는 변호사로 유명한 셀럽 손수호 변호사가 책을 냈다. 사람이 싫다...라니, 제목처럼 그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고나서 문득문득 이렇게 느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책표지를 펼쳤다.


변호사는 인간이다. 그리고 판사에 의해 주장과 변론이 평가받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까칠하게 사건을 대하고 꼼꼼하게 사건기록을 수차례 들여다 봐야하며, 매사 의심하여야 하고 대충 넘어가면 안된다고. 사건을 처리하면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 가끔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있다.

닭 잡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잡고 보니 소였던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런 사람 꼭 변호사 돼라 중.


그는 어느 날 유언장을 작성해달라는 부탁으로 간 병원에서 죽어가는 이의 모습을 목도한 이후,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기로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나'그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동안 겪은 일을 되짚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왕가위 감독의 빅 팬이다. 그래서 그의 유작들로 차례를 정했다. 정말 크리에이티브한 변호사이지 싶다~

세상만사 다 그렇듯 송사도 사람 사이 일이다. 변호사님 누구 편이에요? 우리 편 아닌가요?


의뢰인이 서운해하면 돈 받고 일하는데 어찌 고객 편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진정 중요한 건 의뢰인을 위해 '어떻게' 일하느냐라고 한다. 법은 계속 바뀌고 새로운 판례가 매일 쏟아지는 법조계에서 이 직업은 언제까지 긴장하며 노력해야 하는 건지,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손 변호사. 변호사로 성공하려면 이러한 판례를 공부만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하나의 '사업' 이고 변호사는 학자가 아니라 '기업경영인' 이라고 말한다. 법무법인을 이끌고 있는 그는 시행착오를 겪고, 사무실 임대료, 직원 월급, 퇴직금, 식비, 청소비...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한 각종 세금과 지출 항목을 꾀고 끊임없이 일거리(수임)를 받아와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고 세상이 무서웠다는 걸 깨달은 그는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사람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미드에서 많이 본 미국 법정은 판사의 절대적 권한보다 배심원 제도로 인해 변호사의 역량에 따라 뻔히 피고 유죄이었던 것도 무죄로 바꾸어 놓는다. 우리는 옳고그름의 회색지대가 있음을 안다. 저자인 손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재판은 이겨야 한다. 일단 이겨놔야 한다. 그래야 욕 안먹는다.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고, 금전적 보상도...

승소율, 한번도 져본 적 없는 변호사 승률 100% 변호사는 드라마나 영화에만 존재하는 캐릭터이다. 내가 즐겨봤던 미드 <슈츠Suits> 의 하비 스펙터는 자잘한 곤경에 처할지언정 마지막에는 상대방을 제압하고 모든 일을 해결하는 비현실적 슈퍼맨임을 저자는 인정하며 예를 들고 있다.

그건 완벽한 허구의 세계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승소율은 변호사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진지한 자료가 아니다. 야구에서도 타율, 홈런 등 고전적 수치로 선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보니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해 따진다고 한다. 내가 야구의 문외한이라 완벽한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재미있는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송의 승패는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의뢰인만 그걸 모를 뿐이다. ...이길 사건은 변수 없이 처리하고 패배의 피해를 최소화해주는 사람이 좋은 변호사다. ...여기 놀라운 비결이 있다. 이길 사건만 맡으면 된다.

천하제일 무술대회,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만화 <드래곤볼>에서는 이 무술대회를 위해 갖가지 싸움꾼이 나와 겨룬다. 저자는 이 무술대회가 재판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단다..

아무리 존경받는 성직자라도 돈 문제로 송사에 걸리면 교묘한 눈속임을 넘어 거리낌 없이 거짓말한다. 법정에 서는 사람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돈 앞에서 모두의 인간성과 도덕관념은 평등해진다. 법정은 공인된 거짓말 경연장이다.

변호사 역시 이 거짓말 대회의 훌륭한 참여자로서 의뢰인의 거짓말을 포장하고 가리는... 진실하게 보이도록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 가끔 의뢰인에게 먼저 거짓말을 제안하는 정시 나간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상대방의 거짓말이 최대한 두드러지게 노력하고 양쪽 모두 돈 받고 하는 일이기에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재판 현실이라고 한다. 이 때 판사의 판단은 중요하고 재판이 거짓말 경연임을 잘 알고 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않는다. 판사도 이 대회의 필수 참여자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하나씩 고쳐나가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 기형도의 시나 박찬욱의 영화 제목에도 쓰였듯 '질투는 나의 힘' 인 것처럼, 실수도 내게는 힘이 될 수 있다.

나도 박찬욱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면이 있어, 저자의 인용을 긍정하려고 보니 감독 이름에 오타가...어쨌거나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힘을 얻는다는 저자의 인생길에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었다...

챕터를 넘기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2015년 신입 법관 임명식에서 했던 :

"재판을 함에 있어 법관이 따라야 할 양심은 보편적인 규범의식에 기초한 법관의로서의 직업적이고 객관적인 양심을 뜻하는 것이지 개인의 소신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그는 이 말을 지키지 못했고, 재판에 불법 개입을 해 법관의 양심을 져버렸다.

왜 그의 말을 특히 인용했을까?

법이 법관에 우선한다. 법관의 직업적 양심은 막 나가는 법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국민이 쉬지 않고 감시해야할 법관도 사람이다. ...실제로 판사 그만두자마자 정당에 들어가 정치를 시작한 사람도 있고 국회의원 당선되는 사람도 있다. 염치들이 없다.


법관은 그렇고, 그럼 변호사에게는 양심이 있느냐고 하면 저자는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다양한 분야와 유형의 사건을 매일매일 새롭게 접하고 용하게도 다 처리하면서 하루하루 버텨내며 성취와 수명을 맞교환한다. 변호사만 아니었으면 만날 일 없는 이상한 사람을 계속 만날 수밖에 없고 변호사 생활로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부작용이란?

점점 더 사람이 무서워진다. 갈수록 세상이 두려워지고 주변 세상이 흑백 화면으로 보인다. 선명하고 화려한 총천연색 아름다움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싫다.

사실 이 책을 내긴 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잡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설정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는 이 일을 한참 더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무섭다'고 말한다. 손변이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회복이 필요했고, 원고를 쓰면서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바로 여러분들이 지금 나를 회복시켜주고 있다. 이제 결론이다. 솔직히 사람이 싫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좋아질지도 모른다. 세상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이 리뷰는 브레인스토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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