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을 읽자마자 한 사람이 떠올랐다. 1년 전 미국인 정자 도너를 받아 출산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이다. 재치있는 입담과 우리나라에서의 오랜 방송 생활로 그녀는 우리나라 셀럽이며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일본 정자은행을 통해 미혼임에도 '선택적 싱글맘'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는 가족문화인가?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30여년 전도 앞서서 일본은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었고, 이미 난자냉동, 정자 도너, 인공수정 등의 생식기술이 발전되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사유리 씨의 뉴스를 검색해보니, 2년 전 검진 당시 자연적 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2017년에 냉동해 둔 난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불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치료의 대상인지 오래이다. 6~70대가 되어도 활동성이 가능한 정자와는 달리 난자는 40대 이후 현저히 노화가 진행되어, 저자는 이를 유명한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 시티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 40대 여성들이 가임 적령기를 지나 스스로나 사회적으로 노산의 불안정성 혹은 불임으로 인해 평생 '엄마가 될 수 없음'에 대한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커리어 쌓을 시기와 출산 적령기가 겹쳐 일이냐 출산이냐를 선택하는 기로에 선 현대 여성들의 고민, 결혼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며 '생물학적 시계' 를 의식해 가능한 선택지를 갖게 해준 것이 현대 생식의료이다.
정상 부부는 각각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인공수정을 거쳐 수정란 상태로 여성의 자궁에 착상을 시키면 되지만, 여성의 자궁에 문제가 있거나 정자 혹은 난자 자체의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자를 다른 여자의 난자와 수정시키거나 무정자라면 제3자(도너)가 제공하는 정자를 사용해 아이를 갖는 DI(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도 있으며, 두 사람이 동성혼 커플의 경우에도 이 DI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신체적이 문제가 없이도, 특정 성별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남아선호' 로 인한 한국만의 불임 치료 환자들을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부끄럽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생식의료와 인식 변화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들이 불임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된 DI로 탄생한 아이들의 법적 부모가 누구인가? 대리모가 낳았다고 해서 낳은 사람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본을 예로 들기도 하고, 미국에서 대리모가 의뢰인 부부에게 출산한 아기를 돌려주지 않아 일어난 분쟁 돈으로 아이(생명)를 사고 팔 수 있다는 생명윤리의 문제 등 법과 윤리 이슈된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접근을 소개하고 있다.
도너의 익명성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정자은행은 충분한 정자를 확보할 수 있기에 '아이의 태생을 알 권리'에 반대를 표명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본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생물학적 뿌리, 아버지의 역할 부재를 채우려고 하는 일말의 노력과 행동들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스웨덴을 비롯한 주로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인공수정법으로 도너를 알 권리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고, 웹사이트 도너 형제 등록을 통해 배다른 형제 (미국 스타벅이라는 정자 도너에게는 142명의 형제들이 그를 찾아온 사례가 소개됨)들이 서로 핏줄, 유전자의 공유라는 연대로 모임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도너는 제공한 정자로 탄생한 아이(남매)가 자라서 자신들의 생물학적인 아버지 폴을 찾아오고 , 동성부부(여기서는 레즈비언 커플)의 가족과 만남 그리고 이들의 복잡한 심정 등을 그리는 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 THE KIDS ARE ALL RIGHT을 인용하며. 사회적 문제와 심리적 간극을 이야기 하고 있다.
'부모가 되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이 그것을 실현하는 기술의 등장으로 부모자식 관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종래의 가족관을 무너뜨리는 일들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뿐아니라 현실 법정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새로운 가족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저자는 묻고 있다. 흔히 생물학적 아버지처럼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은 그들의 생명을 있게 했지만 단순한 세포에서 나왔다는 잡히지 않는 사실외에 '아버지'라는 존재를 직접 만나고 싶어하며 그 권리가 무시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게 된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에 상관없이 두 명의 아이를 낳을 때까지 몇 번이고 무료로 체외수정을 받거나, 결혼하지 않은 비혼여성에게도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겨우를 들며 출산률 향상을 위한 임신, 출산을 위해 정부가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또한 OECD국가들 중 출산률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출산장려 정책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그 효과는 미비하지 않은가?
시행되는 여러 생식의료 기술 따르는 적법한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는 등 실효성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폭넓은 독자들에게 딱딱한 통계와 기술적 용어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필요한 정보와 내용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하도록 객관적으로 잘 짜여있으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교양 서적으로 추천한다.
이 리뷰는 글로세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