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후의 삶 -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케이트 소퍼 지음, 안종희 옮김 / 한문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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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 이후의 대안, 물질문명이 앗아간 고유의 삶의 즐거움에 주목하라고 말하는 이 책의 저자 케이트 소퍼는 소비로 정의되고 정체성을 갖는' 행복'은 낡은 개념이며 더 적게 소비하고 더 풍성하게 누리는 '대안적 쾌락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다른 즐거움’을 사라! 심각해진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 불평등과 불안한 노동 환경은

우리에게 삶의 태도와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점점 더 빠르게 덮쳐오는 재난을 피할 수 있을까?

간단하게 저자 케이트 소퍼에 대한 소개를 보면, 그녀가 지속적으로 환경철학(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소비에 관한 글들을 써왔음을 알 수 있다.

모두를 위한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의 공정한 분배에 기반한 성장 이후의 경제 질서란 무엇인가? 물질적 소비가 진보와 번영의 본질인가? 소비문화가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삶을 제공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저자는 1장, 생각을 전환하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비를 화석연료 경제가 저지르는 범죄 중 사소한 부분으로 취급하는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나는 번영, 소비, 좋은 삶에 관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더 근본적인 경제적 변혁을 추동하는 역할을 한다

고 생각한다. 2018년 10월에 발표된 IPPC보고서는 지구온난화에 직접적이고 급진적으로 대응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국가에 요구하고, 국가를 변화의 주요 주체로 제시했다.

저자는 무모할지 모르지만 풍요로운 소비문화를 검토하고 비판하면서 소비문화가 과연 불가피한 좌파와 우파의 합의인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비와 관련된 획기적인 정치 투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2장,왜 지금 대안적 쾌락주의인가?를 이야기할 것을 예고한다. 지금 우리의 (경제)성장이 가져다 분 노동자의 불안, 불만의 문제.부의 격차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주변부에서 중심부 경제로의 생물-무생물 자원의 지속적이고 불공정한 이동에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세계적 격차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는 진보적 무역 개방의 이득으로 표현되며 경제적 보호주의 즉, 세계 무역을 통해 비대칭적 자원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어 신자유주의가 신식민주의(알프 혼버그, 제국주의가 세계화로 재정립)를 통해 중심부 국가들(선진국가들의 소수 엘리트들의 지위를 확대했다)의 지위 확대를 위한 논리로 확립시켰다고 보았다.

이에 대한 댓가는 무엇인가. 극단적인 불평등과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토양 침식, 대기 및 수질 오염, 관리 불가능한 폐기물을 낳음으로써 거대한 담론을 이끌고 있다. 최근의 생산과 소비 관련 수치는 디지털 경제와 녹색기술에도 불구하고 원재료가 인간 역사의 어느 시기보다 지금 더 많이 소비되고 있고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또한, 윤리적 쇼핑은 모든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고 단언하는데, 소비자의 즐거움이나 이익이 아니라 의무적인 구매와 연결될 경우 행복과 이를 얻기 위한 소비의 역할에 대한 개념을 크게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윤리적 쇼핑이 증가하는 이면에 있는 각성한 유권자들이 있고 영향력 있는 사살가 대니얼 밀러는 이미 20년 전에 기업과 정부의 책임에 대해 말했음을 저자는 인용하고 있다.

소비는 세계 진보운동의 한 영역으로서 미래의 모든 '해결책'의 중심이다.

기업과 정부가 행동의 결과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p61, 대니얼 밀러


우리 시대의 소비에 대해 '시민다운' 접근법의 한 측면인 윤리적 쇼핑은 이제 그동안 '풍요'라는 목표를 스트레스, 시간 부족, 대기 오염, 교통 혼잡, 비만, 건강 악화를 유발하는 위태로움의 다른 이름으로 여기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자유로운 시간, 더 나은 개인 관계, 더 느린 삶과 같은 비감각적인 재화에 대한 요구와 불만의 목소리가 삶의 새로운 기준에 부합할 때 '좋은 삶=대안적 쾌락주의'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5년 이상, 지역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착한 경제 활동을 지지해오고 있는데, 이는 윤리의식과 소비에서의 만족 그리고 일상의 행복이 어떠한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협에의 지지와 소비로도 미세플라스틱이나 과대포장의 문제 등은 대기업이 행해 온 비윤리적 생산 행위를 완전히 막을 수 없었고, 지금도 그 한계를 조합원들과 나누고 개선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야한다고 느끼고 있다.

제 3장, 끝없는 소비의 불안한 즐거움에서 저자는 소비주의 생활방식이 상반된 감정과 불안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문제 제기한다. 대안적 쾌락주의가 문화를 바꾸고 잠재적인 영향력과 새로운 '번영의 정치'에 대한 자극제가 될 수 있고 웰빙에 대한 새로운 원천으로 더 즐겁고 사회적으로 공정하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로 전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민의로서 개인은 소비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소비의 개인화 경향에 대한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소규모된 가족,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화, 대중 교통에서 개인 교통 수단으로의 변화, 브랜드 마케팅, 개인의 기분을 세심하게 고려한 음식 제공, 개인 맞춤식 상품과 같은 요소들이 기업이 이를 이용해 이익을 본다. 이는 화경 피해를 낳고 상품 획득 경쟁을 부추겨 상품을 구매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확인받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은 기존 성적 차별을 강화하고 브랜딩 전문가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 십대 이전 소녀들에게 전통적인 성 역할과 쇼핑 관행을 그대로 수용할 대상으로 만든다. 또한 금융 분야는 손쉬운 각종 대출 상품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부채 상태에 놓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독일과 같은 유럽의 몇몇 나라는 이미 환경비용을 생각하고 고가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에너지를 국가의 주에너지원으로 대체하였다. 자전거가 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많은 이용자들은 안전하게 도로를 누빔으로서 자동차가 중심이 아닌 생활 방식을 선호하여 교통혼잡이 고통이 되지 않게 다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프랑스 또한, 도로의 자동차를 반이상 줄이겠다고 공약한 여성 대통령을 선출한 유권자들의 민주적이고 정치의 결단을 보였다. 이러한 정책 변화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을 팔로우중인 동아시아 나라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진보 개념에 대한 저항 즉 높은 생활 수준으로 초래한 위태로운 소비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재화를 즐기는 방식을 버리고 미래 세대에 생태계와 사회에 그리고 항상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대안적 쾌락주의를 표방한 일련의 행동에 대한 담론을 계속 해야만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삶, 좋은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6장 번영이란 무엇인가, 7장 녹색르네상스를 향하여의 장에서 구체적인 변화 그리고 이어질 행동에 대한 담론을 제시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위기를 반전시킬 시간이 불과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10년 후에도 나는 30세가 채 되지 않으며, 전 생애가 내 앞에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약 20억 명의 아이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뉴사우스 웨일즈 출신의 15세 휴 헌터. 2019년 3월15일 파업한 소년.

그레타 툰베리나 휴 헌터와 같은 세계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른 세대의 한 명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윤리적 소비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대안적 쾌락주의에 대한 입장을 다시금 생각하고 소비행동과 기후행동을 해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글은 한문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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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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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소설은 종종 읽었어도 본격 페미니즘을 맞딱뜨리긴 다소 불편감이 있어 멀리했던 독서의 분류에 속했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애정하는 책들, 영화 그리고 심지어는 대중적인 서바이벌 TV예능프로그램까지 총망라한 저자의 열정이 엿보이는 목차를 보니 책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을만큼 궁금했다. 작가는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을까?

권김현영(權金炫伶, 1976년 ~ )은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으로 재직중이다. 2020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부문을 수상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여자의 삶에서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 외에도 동성 사회의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여성은 남성의 타자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이며 인간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중 문화 콘텐츠들에 남성을 대체한 여성들이 예능을 하고 성공을 거두고 이러한 여성 서사는 특히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은 아씨들》, 《빨강머리 앤》 같은 곳에서 계속 리메이크되어 여자의 적이 여자(여적여)가 아니며여 여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강박도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이 보여지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소설 《작은 아씨들》 은 1970년대 이후에 비평가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가치를 부여받았을만큼 중요전환점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소비 지향성과 허영심에 대한 당대의 여성 혐오가 들어있다고 혹평도 있고 가부장적 플롯에 머물렀다는 비평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실제로 여성의 자립과 여성 공동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던 페미니스트였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이 소설은 어린 시절 만화나 TV시리즈보다 2019년 영화화된 그레타 거윅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원작과 이전 영화들에서 에이미가 다소 이기적이고 허영심이 많으며 철없는 행동으로 조 마치의 헌신적이고 선머슴(의리있는)같은 역에 대비된 묘사였다면, 플로렌스 퓨가 분한 2019년의 에이미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현실주의자로 묘사된다. 한 남자 로리를 사이에 둔 자매의 삼각관계가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고 로리의 존재는 조와 에이미의 유대 관계를 더 돈독해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문에 영화가 더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특히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저자도 80p.에서 인용하고 있다.

여자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고 외모만이 아니라 야심과 재능이 있어요.

여자에겐 사랑이 전부라는 말이 신물이 나요. 지긋지긋해요. 그런데 너무 외로워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사랑하는 것과는 다른 마음이고 중요한 건 여자의 삶에서 사랑은 어떤 위치여야 하는지이다.

동성 친구 관계, 특히 여자친구들끼리의 관계는 진정한 우정관계로 발전 가능한가? 이는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대학교 1학년 교양 수업의 첫시간을 소환하는데, '우정이 무엇인가?'를 적었던 선생님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인용하며 "다른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해도 필로스philos가 없는 삶은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기들끼리 잘 지내라고 했다. 그러나 여학생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언급하였고, 동기를 강조하던 선배 중 누구 하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친구란 없다고 말하는 것을 기억했다. 저자는 그래서 언젠가 오래된 폄훼의 역사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곤 했다는 것이다.

2.서로 길러내는 우정에 대해, 《빨강머리 앤》 은 동맹으로서의 순수함, 1908년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 백인 중산층 가정의 모범적인 소녀 다이애나와 고아원 출신으로 집안의 노동력을 위해 입양된 앤 사이의 우정이 지고한 이상을 가진 그 동맹 관계임을 보여준다.신분제나 인간 이하로 취급받던 여성인 고대 그리스 우정이 아닌 근대적 의미에서의 우정은 출신과 무관하게 존재 그 자체의 동등성으로 타인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유익하되 그것이 우정의 조건이 되면 안 되고,

동등하되 집단의 무리로서 소속하는 것 이상의 배타적 특별함이 있는 것.

무엇보다 순수하게 '상대의 좋은 점을 좋아해주는 것'

이러한 맥락에서 7.이토록 다른 우리가 친구가 되기까지의 <청춘시대> 드라마는 전혀 모르던 하우스메이트가 함께 살아가면서 어느새 진정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보여준다. 적대에서 출발했지만 소문을 뚫고 서로를 직면하며 위험에 처하면 기꺼이 달려나가 구해지는 시간들을 보내며 타자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진 틈을 메워가는 여성의 서사, 남성과의 관계가 없이도 그녀들이 존재하고 여성의 삶에서 사랑이란 우정보다 작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보았다.

<방옥숙의 비밀> 은 우정과는 결이 다른 여자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한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란 중산층의 욕망과 실천의 대상이자 이성애 결혼 제도 안에 들어간 중하층계급 여성들이 살고자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해주는 상징이다. 그녀들의 초과된 욕망이 만들어낸 아파트, 특히 강남 한강뷰 아파트란 공간에서 빚어내는 부녀회 '방옥숙'들의 파국을 보여주는 네이버웹툰이었다.

집값에 진심인 분들이라는 빈정거림을 듣는 방옥숙을 비롯한 노블 골드 캐슬 아파트 부녀회의 그녀들, 겨우 이뤄낸 중산층의 삶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남편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의 허구적 성격을 폭로하는 동시에 전업주부 여성들이 적극적인 투자 행위를 비롯해 저축과 관리,자녀 교육과 집안 일, 간병, 돌봄 노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규범화된 일들이 가부장제 가족 제도에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주택 실천에 관해 최시현 박사님의 책<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창비,2021)를 읽고 이러한 성별회된 중산층의 시민 윤리, 투기화된 실천의 주체로 여성들은 자발적으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지점에 놓여져 있다고 생각해왔다. 아직 보지 못한 이 웹툰은 사회 부조리, 성별화의 부조리를 아파트라는 것을 매개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책을 읽다보니 검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최근까지도 화제의 중심에 있는 Mnet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등장한 여자들은 춤이라는 강한 무기로 무장하고, 리더를 주축으로 좋은 리더, 좋은 크루(멤버)의 작은 사회들을 모아 보여주고 있었다. 일명 <스우파> 출연진들은 계급 미션을 서열 싸움이 아닌 수싸움 읽기와 리더십 경쟁으로 소화해 여자들의 싸움이 서로 상생하는 굿 파이트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모든 춤꾼들이 행복하게 출 수 있게 되길 바란다.'제일 먼저 서바이벌에서 물러난 웨이비(팀)의 리더 노제가 남긴 말이 내 기억에 소환되며 조직 전체를 위해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어 시청자들의 팬덤이 생겨나고, 과거의 안 좋은 인연과 스승과 제자, 선후배, 배틀의 상대자였던 여자들이 다양하게 맺는 관계를 거듭되는 회에서 보여줌으로써, 갈등과 화해 그리고 배틀이 스트릿 댄스 씬을 멋있고 풍요롭게 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언니들이라면 아무리 싸워도 괜찮은 안심되는' 서사가 되고 역사가 된다는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언니네>라는 인터넷 기반의 페미니스트 공동체 커뮤니티의 운영진을 했었고 그녀가 경험했던 여자들의 사회는 남자없는 사회가 아니라 남자가 필요 이상 중요해지지 않는 사회다. 남자가 여자친구의 아이디를 빌려 접속하지 않고 남자들을 걸러내지 않고 일종의 개인 블로그나 위키백과 같은 지식놀이터를 만들었고 이때의 경험이 여자들의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를 참조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소수자의 문제를 여성혐오에 대한 세간의 시선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한다. 영화 <기생충>으로 상을 받는 봉준호 감독을 보고 충격을 받은 한국계 헐리웃 배우 산드라 오는 자신이 영화계에서 소수자였고 한국계 미국인 여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봤다고 했다. 문제는 피부색이 아니고, 여성이 남성 중심 사회에 소수자란 위치지만 '여자들의 사회' 즉 여자들만의 사회에서 여자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며 대중문화에서 흔히 여왕벌로 그려지거나 아메리칸 탑모델 혹은 골때리는 그녀처럼 캣파이트가 일상적이지도 않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었다. 저자는 여자 상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들이 많지만 일반화할 정도로 케이스가 풍부하지 않기에 실체 없이 만들어진 고정 관념 때문에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여자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관계로 지내는 것은 쉽지도 당연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가부장제 사회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방식으로 여성 동성 사회를 만들어왔다고 단언한다. 그 증거들을 대중문화 속에서 찾아내는 작업이었고 아주 즐거웠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세상의 반이 여자이고 인간 사회의 단면에 속한 '나'를 되돌아보니 맞고 틀린 내가 보였던 책이어서 참 감사했다.

[이 글은 휴머니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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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더 좋은 날이 될 거예요 - 365 희망 일력
김재식 지음 / 토네이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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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피어 있는 꽃은 없다. ...붙들려고 하지 말자, 그게 무엇이든

December 2


어린 날에는 첫눈이 오면 무척이나 설렜는데

그 마음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December 3


저는 이 문구를 제 카톡 프로필로 변경했어요~

사랑은 내게 무언가를 해 주어서가 아니라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임을.

올해의 마지막날 12월31일에는 어떠한 말이 있을까요? 작가 김재식 님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어 희망찬 새해를 기다린다.

December 31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January 20

출처 입력


하루에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행복해지는 만년 일력


이 책은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로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김재식 작가의 글 365개를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와 함께 엮은 스탠드형.  스프링 제본으로 구성되어 있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매일 한 줄씩 좋은 글을 읽어 나갈 수 있기도 하구요. 또한 년도나 요일이 따로 기록되어 있지 않아 해가 바뀌어도 계속 다시 사용할 수 있으며 고급스러운 케이스로 포장되어 있어 신년에 선물하기 좋은 책입니다. 




이 리뷰는 토네이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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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읽자마자 한 사람이 떠올랐다. 1년 전 미국인 정자 도너를 받아 출산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이다. 재치있는 입담과 우리나라에서의 오랜 방송 생활로 그녀는 우리나라 셀럽이며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일본 정자은행을 통해 미혼임에도 '선택적 싱글맘'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는 가족문화인가?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30여년 전도 앞서서 일본은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었고, 이미 난자냉동, 정자 도너, 인공수정 등의 생식기술이 발전되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사유리 씨의 뉴스를 검색해보니, 2년 전 검진 당시 자연적 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2017년에 냉동해 둔 난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불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치료의 대상인지 오래이다. 6~70대가 되어도 활동성이 가능한 정자와는 달리 난자는 40대 이후 현저히 노화가 진행되어, 저자는 이를 유명한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 시티의 한 에피소드를 통해, 40대 여성들이 가임 적령기를 지나 스스로나 사회적으로 노산의 불안정성 혹은 불임으로 인해 평생 '엄마가 될 수 없음'에 대한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커리어 쌓을 시기와 출산 적령기가 겹쳐 일이냐 출산이냐를 선택하는 기로에 선 현대 여성들의 고민, 결혼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며 '생물학적 시계' 를 의식해 가능한 선택지를 갖게 해준 것이 현대 생식의료이다.


정상 부부는 각각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인공수정을 거쳐 수정란 상태로 여성의 자궁에 착상을 시키면 되지만, 여성의 자궁에 문제가 있거나 정자 혹은 난자 자체의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자를 다른 여자의 난자와 수정시키거나 무정자라면 제3자(도너)가 제공하는 정자를 사용해 아이를 갖는 DI(비배우자 간 인공수정) 도 있으며, 두 사람이 동성혼 커플의 경우에도 이 DI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신체적이 문제가 없이도, 특정 성별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남아선호' 로 인한 한국만의 불임 치료 환자들을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부끄럽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생식의료와 인식 변화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들이 불임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된 DI로 탄생한 아이들의 법적 부모가 누구인가? 대리모가 낳았다고 해서 낳은 사람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본을 예로 들기도 하고, 미국에서 대리모가 의뢰인 부부에게 출산한 아기를 돌려주지 않아 일어난 분쟁 돈으로 아이(생명)를 사고 팔 수 있다는 생명윤리의 문제 등 법과 윤리 이슈된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접근을 소개하고 있다.


도너의 익명성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정자은행은 충분한 정자를 확보할 수 있기에 '아이의 태생을 알 권리'에 반대를 표명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본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생물학적 뿌리, 아버지의 역할 부재를 채우려고 하는 일말의 노력과 행동들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스웨덴을 비롯한 주로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인공수정법으로 도너를 알 권리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고, 웹사이트 도너 형제 등록을 통해 배다른 형제 (미국 스타벅이라는 정자 도너에게는 142명의 형제들이 그를 찾아온 사례가 소개됨)들이 서로 핏줄, 유전자의 공유라는 연대로 모임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도너는 제공한 정자로 탄생한 아이(남매)가 자라서 자신들의 생물학적인 아버지 폴을 찾아오고 , 동성부부(여기서는 레즈비언 커플)의 가족과 만남 그리고 이들의 복잡한 심정 등을 그리는 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 THE KIDS ARE ALL RIGHT을 인용하며. 사회적 문제와 심리적 간극을 이야기 하고 있다.

'부모가 되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이 그것을 실현하는 기술의 등장으로 부모자식 관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종래의 가족관을 무너뜨리는 일들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뿐아니라 현실 법정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새로운 가족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저자는 묻고 있다. 흔히 생물학적 아버지처럼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은 그들의 생명을 있게 했지만 단순한 세포에서 나왔다는 잡히지 않는 사실외에 '아버지'라는 존재를 직접 만나고 싶어하며 그 권리가 무시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게 된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에 상관없이 두 명의 아이를 낳을 때까지 몇 번이고 무료로 체외수정을 받거나, 결혼하지 않은 비혼여성에게도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겨우를 들며 출산률 향상을 위한 임신, 출산을 위해 정부가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또한 OECD국가들 중 출산률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출산장려 정책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그 효과는 미비하지 않은가?

시행되는 여러 생식의료 기술 따르는 적법한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는 등 실효성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폭넓은 독자들에게 딱딱한 통계와 기술적 용어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필요한 정보와 내용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하도록 객관적으로 잘 짜여있으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교양 서적으로 추천한다.



이 리뷰는 글로세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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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이루어진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봄을 만드는 법, 여름의 '자유'연구, 가을의 비밀, 겨울에 진실은 전하지 않는다. 각 부의 제목들을 보면, 언뜻 '말이 안되는 문구'같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지며 구미를 당긴다.

주인공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추억하며 벚꽃절임차를 드시곤 하는데, 그런 손자는 안타깝게도 실수로 할머니의 절임병을 깨뜨리고 만다. 이럴 때 그는 미즈타니를 찾는다. 조금 전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그 친구가 만들어보라던. 벚꽃절임, 마지막 남은 벚꽃나무를 그와 함께 찾아가 꽃잎을 따다 어설프지만 비슷하게 만들어 담아 놓고 할아버지가 알아차리실까 전전긍긍하는 소년. 그의 이름은 사토하라.


2부 가와카미를 만나기까지 사토하라의 이름보다 미즈타니 이름을 독자는 먼저 읽는다.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주인공을 비롯한 아이들은 그를 찾는다. 왜일까? 우선, 사려깊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뛰어난 추리력으로 관찰한 퍼즐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상대방을 설득한다. 비록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사토하라의 셜록 홈즈같은 미즈타니는 모든 걸 꿰뚫고 해결해내기에 붙은 별명 '신' 으로 통한다.

사토하라, 미즈타니 그리고 한 소녀, 가와카미. 그들은 여름, 미술 시간에 가와카미에게 물감이 잔뜩 풀어져 있던 가와카미의 물통을, 그녀에게 다가간 야노가 쏟아버린 사건으로 계기로 친해진다. 가와카미를 먼저 초대해 대접한 미즈타니와 그에 보답하듯 가와카미는 '더럽고 냄새나는' 자신의 집을 감추고 싶으면서도 두 소년을 집으로 들어오게 한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가와카미의 아버지는 파친코에 빠져 딸도 돌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아버지를 미워한 가와카미가 아빠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세 사람은 일을 꾸미지만, 실패하게 되고. 각자의 여름을 보내며 사토하라는 그녀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어린이로서는 더이상 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낀다.


 

'가을' 에는 우리나라처럼 일본(주인공들의) 초등학교도 가을 운동회를 하고, 기마전(청백팀을 나누어 각 팀의 기마들이 한 명씩의 모자를 쓴 기수를 뽑아 태우고 기수끼리 상대방의 모자를 먼저 뺏는 팀이 이기는 경기)을 하게 된다. 사토하라와 미즈타니가 속한 곳에 청팀에서 승부욕과 열정 캐릭터의 와타베는 남학생들을 불러모으고 작전회의를 열고 기수 역할의 미쓰하시가 상대방팀의 기수가 공격할 때 방어만하고 소극적이자 '제대로 하라'는 지시를 하고, 화난 듯한 와타베의 얼굴에서 사토하라는 승리에 연연하는 것, 이기든 지든 일상은 변함없을테고 어차피 두 팀뿐이니 아이들의 절반이 지는 셈이라는 승부의 무용론에 가까운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까지 와타베 같은 아이가 거북했다. 성격이 드세고, 목소리가 크고, 늘 반의 중심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난폭하고 제멋대로인 아이. 가까이 하기 싫었고 그럴 일도 없으리가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승부욕의 희생양이 된 미쓰하시는 이기고 싶지 않은걸까? 그리고, 기수를 돕고자 나선 미즈타니가 팀을 승리로 이끌 작전을 짜게 되고...

작전에서 "사토하라도 잘 부탁한다."라고 친근하게 말해준 와타베에게 인정받고 싶고 친구로 지내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미즈타니는 나하고 달라. 오전에 있었던 100미터 달리기에서 꼴지를 하고도 전혀 창피해하지 않고 와타베를 상대로 당당하게 말하는 그를 보니, 한편으로는 부럽고 (작전으로)남을 설득시키는 신처럼 느껴지며 입안이 씁쓸해짐을 느낀다.

어느새 미즈타니가 아이들의 중심에 있었다.

그럼에도 미즈타니는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차분한 얼굴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가와카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를 위험한 곳에 데려가거나 혹은 집에 혼자내버려두지도 않는 주인공의 부모님과는 너무나 다른 아빠가 경찰서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어른의 도움을 청했으며... 그 방법은 그녀를 구했을까?

4,5학년 같은 반이었던 미즈타니와 6학년이 되기 전 봄방학, 동생을 잃어버린 다른 반 친구 이다의 4살짜리 동생의 행방을 찾아주기까지 사토하라는 많은 일을 겪었고 잘못 알고 있었던 가와카미의 그 후의 일,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방법을 택했다는 '정답'을 알게 된다.

아이는 어른에게 의지해도 돼. 어린아이니까 그래도 된다고,

미즈타니는 신도 아니었지만 어린아이니까 우리는 어른에게 의지해도 된다는 말을 사토하라에게 해준다. 어른이 되기엔 어린 초등학생 시절, 수많은 계절을 지나야 할 아이들이 가와카미 아빠같은 어른에게 받은 상처는 돌이킬 수가 없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성장할 것이다. 내 어린시절 미즈타니 같은, 몇 번을 틀리든, 그래서 후회를 짊어지든 결코 전진을 멈추지 않는 지혜와 용기를 지닌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 소설이다.


이 리뷰는 하빌리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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