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이루어진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봄을 만드는 법, 여름의 '자유'연구, 가을의 비밀, 겨울에 진실은 전하지 않는다. 각 부의 제목들을 보면, 언뜻 '말이 안되는 문구'같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지며 구미를 당긴다.

주인공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추억하며 벚꽃절임차를 드시곤 하는데, 그런 손자는 안타깝게도 실수로 할머니의 절임병을 깨뜨리고 만다. 이럴 때 그는 미즈타니를 찾는다. 조금 전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그 친구가 만들어보라던. 벚꽃절임, 마지막 남은 벚꽃나무를 그와 함께 찾아가 꽃잎을 따다 어설프지만 비슷하게 만들어 담아 놓고 할아버지가 알아차리실까 전전긍긍하는 소년. 그의 이름은 사토하라.


2부 가와카미를 만나기까지 사토하라의 이름보다 미즈타니 이름을 독자는 먼저 읽는다. 친구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주인공을 비롯한 아이들은 그를 찾는다. 왜일까? 우선, 사려깊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뛰어난 추리력으로 관찰한 퍼즐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상대방을 설득한다. 비록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사토하라의 셜록 홈즈같은 미즈타니는 모든 걸 꿰뚫고 해결해내기에 붙은 별명 '신' 으로 통한다.

사토하라, 미즈타니 그리고 한 소녀, 가와카미. 그들은 여름, 미술 시간에 가와카미에게 물감이 잔뜩 풀어져 있던 가와카미의 물통을, 그녀에게 다가간 야노가 쏟아버린 사건으로 계기로 친해진다. 가와카미를 먼저 초대해 대접한 미즈타니와 그에 보답하듯 가와카미는 '더럽고 냄새나는' 자신의 집을 감추고 싶으면서도 두 소년을 집으로 들어오게 한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가와카미의 아버지는 파친코에 빠져 딸도 돌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아버지를 미워한 가와카미가 아빠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세 사람은 일을 꾸미지만, 실패하게 되고. 각자의 여름을 보내며 사토하라는 그녀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어린이로서는 더이상 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낀다.


 

'가을' 에는 우리나라처럼 일본(주인공들의) 초등학교도 가을 운동회를 하고, 기마전(청백팀을 나누어 각 팀의 기마들이 한 명씩의 모자를 쓴 기수를 뽑아 태우고 기수끼리 상대방의 모자를 먼저 뺏는 팀이 이기는 경기)을 하게 된다. 사토하라와 미즈타니가 속한 곳에 청팀에서 승부욕과 열정 캐릭터의 와타베는 남학생들을 불러모으고 작전회의를 열고 기수 역할의 미쓰하시가 상대방팀의 기수가 공격할 때 방어만하고 소극적이자 '제대로 하라'는 지시를 하고, 화난 듯한 와타베의 얼굴에서 사토하라는 승리에 연연하는 것, 이기든 지든 일상은 변함없을테고 어차피 두 팀뿐이니 아이들의 절반이 지는 셈이라는 승부의 무용론에 가까운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까지 와타베 같은 아이가 거북했다. 성격이 드세고, 목소리가 크고, 늘 반의 중심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난폭하고 제멋대로인 아이. 가까이 하기 싫었고 그럴 일도 없으리가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승부욕의 희생양이 된 미쓰하시는 이기고 싶지 않은걸까? 그리고, 기수를 돕고자 나선 미즈타니가 팀을 승리로 이끌 작전을 짜게 되고...

작전에서 "사토하라도 잘 부탁한다."라고 친근하게 말해준 와타베에게 인정받고 싶고 친구로 지내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미즈타니는 나하고 달라. 오전에 있었던 100미터 달리기에서 꼴지를 하고도 전혀 창피해하지 않고 와타베를 상대로 당당하게 말하는 그를 보니, 한편으로는 부럽고 (작전으로)남을 설득시키는 신처럼 느껴지며 입안이 씁쓸해짐을 느낀다.

어느새 미즈타니가 아이들의 중심에 있었다.

그럼에도 미즈타니는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차분한 얼굴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가와카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를 위험한 곳에 데려가거나 혹은 집에 혼자내버려두지도 않는 주인공의 부모님과는 너무나 다른 아빠가 경찰서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어른의 도움을 청했으며... 그 방법은 그녀를 구했을까?

4,5학년 같은 반이었던 미즈타니와 6학년이 되기 전 봄방학, 동생을 잃어버린 다른 반 친구 이다의 4살짜리 동생의 행방을 찾아주기까지 사토하라는 많은 일을 겪었고 잘못 알고 있었던 가와카미의 그 후의 일,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방법을 택했다는 '정답'을 알게 된다.

아이는 어른에게 의지해도 돼. 어린아이니까 그래도 된다고,

미즈타니는 신도 아니었지만 어린아이니까 우리는 어른에게 의지해도 된다는 말을 사토하라에게 해준다. 어른이 되기엔 어린 초등학생 시절, 수많은 계절을 지나야 할 아이들이 가와카미 아빠같은 어른에게 받은 상처는 돌이킬 수가 없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성장할 것이다. 내 어린시절 미즈타니 같은, 몇 번을 틀리든, 그래서 후회를 짊어지든 결코 전진을 멈추지 않는 지혜와 용기를 지닌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 소설이다.


이 리뷰는 하빌리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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