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설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 교과서 문학으로 떠나는 스토리 기행
정명섭.이가희.김효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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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문학이라는 장르가 존재할까? 그것은 몰라도 교과서에 나온 시.소설을 읽은 누구나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며 여행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도로 문학 기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세 사람이 함께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 엮은 책이 나왔다.


문학은 글이지만 공간이기도 합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인 3명은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의 길을 걷는 책을 기획하고 다양한 작품을 놓고 비교 토론해 이 시대에 가장 울림이 크고 메세지를 잘 전달해줄 작품을 골랐다며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이렇게 고민 끝에 엄선한 박완서의 삶과 그녀의 수많은 소설 중, <나목>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의 배경을 찾아 서울 나들이를 한다. 그리고 큰 별 조세희 작가의 롱스테디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지금도 사회 문제작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도로 남은 사내>의 배경인 광주 지금은 성남시인 곳,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로 부천을 가기도 하고요.

가난한 삶을 사는 우리의 다른 모습이었던 소시민의 이야기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김중미 작가가 그때 그시절 그곳에서 생생하게 사람들의 모습을 소설로 옮겨놓아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오면서도 사라져가는 모습에 아련해지기도 했답니다.

일제 강점기에 생긴 미쓰코시 백화점을 인수한 신세계가 백화점으로 문을 열었던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PX로, 박완서가 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전 자전적 이야기의 <나목>을 구상했던 곳이라고 하니 당시 시대적 배경과 함께 남아있는 건물을 돌아본다면 박완서의 초기작들을 다시금 찾아보게 될 거 같다. 그녀의 출신은 이북 황해도로, 자신과 오빠를 유학시킨 홀어머니가 사대문 안의 학교로 보내기 위해 친척집으로 불법 전입을 감행해 서울 현저동이라는 가난한 동네에 상경민들이 살던 곳에 대한 기억을 담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있다. 지금은 새 아파트 촌이 되어 당시 살던 많은 완서네 가족들이 서울 언저리 혹은 그 바깥으로 밀려난 것은 아닌가하는 심상을 떠올리게 된다. 표지의 소녀가 어린 박완서이고 현저동 초입에 서대문 형무소의 '옥바라지 골목'이 자리하고 있어서 전쟁 직후 사람들의 고단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고 한다. 충정로역을 나와 서울역 뒤로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중림동이 난쏘공(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배경으로 지금 남아있는 성요셉 아파트 언덕 아래쪽에서는 7층 언덕 위에는 3층으로 보이는 비탈길 아파트가 있다고 한다. 필자도 서울 시민이었던 적은 거의 없어서 서울의 재개발 지역은 용산 부근밖에 몰라, 건물이름도 건물 생김새도 사진을 보고 생소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의 풍경은 깨끗해지고 젊어지는 중이라고 하니, 옛모습이 없어도 충분히 한번 가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원주민은 쫓겨나듯 떠나지만, 자본주의 도시답게 스스로 변화한 것이 아닌가. 1960년 대 서울을 돌아보는 여정이 있다면, 인천 차이나타운을 찾은 작가들은 어떤 작품과 함께였을까. <중국인 거리>라는 오정희 님의 1979년 발표한 단편 소설이었다고 한다. 차이나타운은 6.25 전쟁 몇 해 뒤 조성된 중국인과 한국인, 미군들이 한데 섞여 '모두가 이방인이 되는 거리'였다고 한다. 전쟁 직후 새로 집을 짓느라 냄새와 탄가루가 날리며 제분공장의 매연도 사람들의 인종만큼 섞여있던 곳, 그곳에 이사온 피란민 가족과 소녀가 이사를 와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여성들의 차별적 삶에서 소녀는 절망과 막막함을 느꼈지만, 아버지의 전근으로 서울로 가게되며 그 시절을 반추하는 작가 오정희의 자전적 성장소설로 가치를 지닌다니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 또한 어리고 가난한 노동자 들의 병원에서 일하다 인천에서 사회 활동을 하게 되며 여성작가로서 이름을 알렸고, 양귀자 작가 또한 자신의 삶이 투영된 곳 부천 원미동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학창 시절, 인천에서 살며 부천을 오갔지만 원미동 사람들의 거리는 가본 적이 없어 '무궁화 연립' 이 대화아파트로 재개발 되어 있고 원미산 원미공원 등도 처음 들어본다. 1980년 대 경제발전과 함께 잘 살겠다는 소시민들의 욕망을 담아낸 소설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지금은 거대 역사가 된 용산역, 얼마전에도 전시장을 다니러 갔었지만 내가 살던 20년 전과 그 이전의 용산의 모습은 너무나 급변한 것 같다. 저자들이 돌아본 용산역 주변은 거대한 빌딩숲이 되어 아쉽다고 말했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의 주인공 유준과 인호의 무전여행 당시의 풍경이 없어서라고.

문화서울역284가 되기전 서울역은 소설 속에서 새벽녘 광장의 푸르스름한 가로등 밑에서 삶의 이정표를 잃은 시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데, 필자는 사실 이 건물을 언뜻 지나치기만 했지 드라마 <미생>의 무대인 서울스퀘어빌딩(구 대우그룹 본사)과 예전 서울역의 모습을 간직한 광장만이 기억난다.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경성역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지배의 상징물로 그 어마한 규모의 내부를 들어가본 적이 없어 에 나오는 카페와 대합실, 역무실 등의 내부구조를 그저 상상할 수 밖에 없다.


벚꽃이 필 무렵 작가들은 모였고 1년간 모든 계절을 통틀어 함께 위의 순간들을 같이 하며 마음에 담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재개발로 없어진 선술집, 포장마차가 아쉽고, 작은 흔적이라도 찾으면 사진으로 남겨두어 오롯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마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 소설 속에서 살아나 지금의 우리에게도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돌아보게 했다고, 이 문학기행이 즐거웠다고 독자들과 작가와 작품이 '공간'으로 함께 만나는 일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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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 -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이향아 에세이
이향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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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으로 24권, 에세이집은 16권을 쓰신 이향아 작가님의 최근작입니다.

문학이론과 평론을 활발히 내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그리고 시문학상 , 한국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창조문예상 등 수상하신 문학계의 원로격이라고 하는데, 나는 현대시를 잘 읽지도 에세이를 즐겨 읽지도 않았기 때문인지 이 분을 몰랐습니다.책 표지처럼 향기로운 꽃 그리고 이름마저 향내를 간직했을 것 같은 작가님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1부에서 4부까지 총98편의 짧은 삶의 단상들이 들어있고 어떤 기준으로 각 부가 나뉘어진건가 궁금합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다도를 놓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젊은 시절부터 교단에서 가르친 제자들의 면면을 떠올리며, 그녀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 자신이 되어보기도 하고 보듬어 안습니다.

그리고 돌보지 않던 수선화 뿌리에서 끈질기고 부단한 생명을 발견하고는 뒤늦게 물속에 넣고 꽃을 피워냄을 보며 살아있는 푸른 잎을 보여주는 것도 마른 뿌리에서 꽃까지 보여주는 작은 생명에서 위대하고 엄숙함 그리고 경이로움에 서정주 시인의 <봄에 꽃피는 것 기특해라>를 떠올렸어요.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눈에 삼삼 어리어...

봄날에 꽃 피는 것 기특해라.

그러고보니 베란다에 화분들도 봄이라고 볕에 두었더니 저마다 작고 이쁜 새 잎을 틔우고 매일 밤을 잘 지냈는지 궁금케 했었는데, 이향아 작가 또한 그러한 느낌을 책의 첫부분에 읊조리니 반갑네요.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그녀에게는 세 아이들이 있고 장성하였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는데요, 작가는 결혼한 새댁 시절, 혹은 그 이전 대학 시절 사진들을 보며 왜 나이답게 누리지 못했다고 할까? 왜 활짝 웃지 않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는지 가늠해본다.

갈 길이 멀다고 걸음을 재촉하면 목적지에 도달했어도 왔던 길을 모른다.

자신이 늘 낯선 시간 앞에서 망설이고, 머뭇거리다 밀려왔지만 그 시절이 단련시켜 지금부터라도 현재를 느끼며 살겠다 어제는 감사의 날로, 오늘은 축제의 날로, 내일은 꿈꾸던 '그 날'로 만들겠다 다짐합니다.

모자라지 않게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게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든, 일정한 거리를 둔 누군가이든 시를 노래하는 마음,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 시를 쓰겠다고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들이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사유도 재미있습니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차의 뒤창에 붙인 차를 만나면 자기 아기를 태우고 있으니 다른 운전자들이 조심해야 한단 말인지, 아이가 타고 있는 천천히 운전하는 차이니 지나가는 차들도 속도를 내지 말라는 말인가 의아하다고 합니다. 자기 차의 앞에 붙여 운전자 스스로가 안전 운행에 대한 다짐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하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많았고 기분이 별로, 다른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게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언제나 아이를 보는 어른들은 자신을 돌아봐야 하고,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색에 대한 글도 재미있습니다. 그림을 취미로 그리는 작가는 색에 대한 자신의 변화, 나이에 따라 달라져온 감상을 이야기하며 홀로 있는 색보다 콤비네이션, 즉 어우러짐에 따라 달라짐이 어떠한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의 표지를 정할 때도 출판사 편집자에게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했다가 금세 마음이 바뀌어 변덕을 부렸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모든 색을 '싫어함'은 불가능하며

다른 모든 색깔과 등을 지지 않고서 어찌 하나의 색깔을 선택하랴?

무슨 색깔을 좋아하세요 중에서.

반세기를 넘게 살아오며, '이 다음 어느 날'이 꿈꾸기를, 기쁨을 미루며 살았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습니다. 그가 그리는 아름다운 백조(기쁨)가 궁금해도 참고 견디었을 안개같은 나날듯을 지나서 문득 '오늘이 내가 꿈꾸던 바로 그 날이 아닐까. ..무심히 지나가지 않고 최고의 의미를 찾으며 하루를 살겠다.'고 하신 말씀을 새기게 됩니다.

​이 리뷰는 스타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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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프로젝트 - 노력으로 시간을 채워 나를 브랜딩하는 방법
김현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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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라는 착각, 한 사람의 재능보다 노력이 99프로라는 미덕은 양극화된 현대 사회에 신화임이 깨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인싸맨 김현이라는 40대 초반의 한국 남성은 한 권의 책으로 '노력'이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프랜차이즈 실무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마케팅 회사를 창업해 예비창업자와 가맹본부를 위한 틈새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2022 신지식인에 선정될 정도로 업계 안팎에서 인정을 받아온 그는, 유투브 인스타그램 등으로도 자신의 영역을 국한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며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집필을 해냈다고 하니 동년배로서 리스펙하게 되었다.

사실 자기계발이란 현재의 자리에서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 적성을 고려한 제2의 삶을 끊임없이 상상하는 일이다.

당장 몇 년 후가 보이지 않았으며 가진 무기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노력했고 맨땅에 헤딩해 가며 온갖 시행착오를 겪었다. ...여러분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공감해 주는 누군가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완벽이라는 화려함을 좇는 삶은 힘들며 완성 또한 없지만 그 과정에서 웃고 때로는 슬퍼하는 삶을 살아보면 어떠하냐고, 마음속에 콘텐츠를 찾아 자기다운 삶을 누리라며 친구로서 Only one이 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한다.
학력도 집안도 내세울게 없어, 일찍부터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도전/가능성/차별화/실행을 통해 거듭날 수 있다고 그만의 팁을 공유하고 있는데, 경단녀인 나로서는 같은 연령대이긴 하지만 백프로 받아들이거나 또는 아예 받아들일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단지, 자신을 가다듬고 일에 매진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공감했다가, 번아웃을 겪으며 쉼을 온전히 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부분에서 그래 그거다라고 공감했더랬다.



아무것도 모르고 20대에 사회생활의 기본기를 갖추고, 30대 초반 자신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공부하며 정진해갔고, 비로소 30대 후반 그동안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전문성으로 평생의 업을 찾아 퇴사를 했던 10 여 년간의 로드맵이 그려졌다고 한다. 나의 토양을 단단하게 다지며 넓히며 손안에 쥐어진 '씨앗'을 찾았다고 나를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가장 먼저라고.



그는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업무를 하던 당시, 자신의 과오를 돌아본다. 정체된 업무를 하고 있는 것, 정체된 생각은 정체된 행동으로 이어져 결국 그 사람을 정체된 사람으로 만든다. 업무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공간과 환경에 익숙함에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던 과거를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동기화 하고 있는가?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고 무섭게 변하는 회사 안팎의 시스템에 업데이트를 수시로 하고 있는지, 명사형의 한계를 벗어나 동사형, 즉 자신만의 액션플랜을 짜고 그것을 실행을 옮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리더가 될 것인가 단순히 상사가 될 것인가?

자신의 실무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팀을 이끌 것인지 본인이 잘 하는 것보다 구성원을 다독여 조직이 일이 잘 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인가?

진정성이 있다는 것은 나 스스로 떳떳한가?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가?

성공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낙심하지 말며, 성공했다고 너무 방심하지도 말라...






결과적으로 그 말은 거침없이 달리던 나에게 브레이크가 되어 주었다.

내가 나를 넘어서는 방법 중에서


언제나 일정하게 좋은 평판을 갖지 못했을 때도 그 자신은 마음속의 지나친 의무와 책임감을 내려놓고 가면을 내려놓고 재정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프로일잘러의 비밀, 실무 경험, 일의 퍼포먼스, 명확한 마무리를 위한 보고 등 현실적인 조언을 받고자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뿐아니라 중장년 현직에 근무하는 직장인들 추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고자하는 분들까지 고려하여 각 니즈에 맞는 부분을 발췌해 읽어도 좋고, 전반적인 마음가짐 팀원으로서 미래의 팀장이나 사업가로서의 태도까지 아우르는 저자의 의도에 공감하는 분들도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다.


우리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고,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자신을 믿는 것에서부터 그 삶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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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프로젝트
#북스고출판사
#김현인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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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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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중단편에서 죽음은 직간접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문제이다. 삶이란 반대편이 아닌 또다른 형태의 '죽음의 모습'이라는 인식이 처음에 어렵게 다가왔지만 문학작품이 아니더라도..우리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큰 충격과 함께,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하지 않게 된 주제이자 궁극이 아닐까 싶다. 톨스토이가 실제로 만난 적 있는 검사 이반 일리치 메치니코프가 질병으로 사망한 소식을 그리고 고인의 부인에게 들은 고인의 죽음에 관한 생각, 살아온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 나눈 대화를 토대로 작품을 썼다는 당시 주변 증언들이 있다고 한다.

죽음을 두려워 한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무의미하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깨달음을 얻는 내용일 터,

사실 단편은 집약이기 때문에 작품해제에서 나오듯 '사건이 있고 고찰이 있을 뿐' 이야기 상 등장인물 관계나 사건의 발전의 일정한 체계(슈제트)는 자리 잡기 어렵다고 했다.


삶이 지속가능하다 생각하거나 아니면 아무 일이 없다고 무의식 속에, 우리가 죽음을 의식 속에 넣지 않듯이, 단편의 주인공들은 사회적 관성대로 삶을 소비하고 있다. 이반 일리치는

결혼 과정과 신혼 시절 부부의 애정이 끈끈했고 새 가구와 식기, 새 옷과 더불어 아내가 임신할 때까지 너무나 흥겹게...유쾌하게 지냈다. 삶의 본질로 여겼던 유쾌하고 가볍고 '고상한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방식' 을 유지하는 중에 부인이 임신으로 인해 '변덕스럽게' 삶의 즐거움과 품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반 일리치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직무 공적인 일로 독립적 세계에 울타리를 치고 편안과 유쾌한 삶을 지키기 위해 카드 게임을 하거나 클럽에 다녔다. 첫 아이를 낳아 함께 육아를 하겠다는 여성의 외침은 그저 불쾌하고 무례하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결혼 생활이라는 것을 집에서의 식사, 집안 관리, 잠자리 같은 편익...

여론이 요구하는 품위 있는 외양을 잘 맞춰주길 바랐다.

1886년 백년이 넘는 시간과 러시아라는 공간을 초월해 '결혼과 육아'란 것이 남성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며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는지 이렇게 잘 표현한다는 것도 놀랍고, 부인의 생활방식이나 남편의 태도와 행동에 실망한 심리상태까지 묘사해내는데 작가의 훌륭함에 있지 않을까?

어쨌거나 최근 나온 한국 영화 <아름다운 인생>처럼 가족에 헌신한 아내처럼, 가장인 이반 일리치는 가족의 재산과 품위를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성공을 바탕으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생명이란 존엄을 더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것,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의지와 다르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주인공의 마음.


결혼... 그것은 아주 우연히 찾아왔고 이어진 실망 그리고 아내의 입냄새 그리고 관능, 가식! 그리고 이 쓸모없는 직무, 돈에 대한 집착, 그렇게 한 해, 두 해 , 십 년, 이십 년 그리고 똑같은 삶. 그리고 다음은 죽음. 산 위로 올라간다고 상상했지만, 사실은 완벽하게 일정한 속도로 내리막길을 간 거였다.

삶에 대한 회의,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 왜 고통 속에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 그가 익숙한 법정이라고 상상하고 재판이 진행 중이며 '잘못이 없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답을 찾을 수 없었고 정당한 삶이 이렇게 끝나야 하는가에 고통스럽다.

그의 일, 삶의 방식, 가족, 사회적 및 직업적 이해관계 역시 모두 거짓일 수도 있었다.

고통이 사흘째 지속되던 날, 죽기 한 시간 전 아들의 머리에 닿은 손 아들이 붙잡은 그의 손, 아내에게 미안함으로 단 한번의 손짓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를 괴롭힌 것은 자신이 가족들을 괴롭혔다는 사실이며, 갑자기 '진짜 방향을 인식'한 그의 삶은 습관적 두려움 대신 어떤 편안함으로 '이렇게 기쁠 수가!'하고 깨닫게 된 것이다.

죽음 대신에 빛이 있었다.

톨스토이가 그린 그의 깨달음엔 물론, 질병 뿐아니라 곁을 지키는 게라심이라는 인물에서도 기인한다. 아내와 아이들의 거짓말 가식이 기만하지 않고 자신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유일한 조력자. 어린아이같이 단순한 삶을 사는 이를 보며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되돌아보게 한 것이다. <주인과 일꾼> 어리석게 사는 주인 바실리 안드레이치 브레후노프도 성실한 일꾼 니키타의 관계 설정도 유사하다. 차이점이라면 1890년대 작가가 이 진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형이상학적, 윤리적, 종교적으로 가져오려고 했다는 점이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이는 정작 현실적인 부를 추구하는 주인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는 것을 알면서도 봉사하는 순수한 니키타의 태도에 중심점을 두고 있다. 니키타의 성스럽고 희생 앞에서 숙연해진 바실리 안드레이치는 육체적 고통보다 이해타산에서 벗어난 삶의 의미에 대해 하느님의 명령을 느낀다. 얼마 전 동일한 출판사에서 번역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단편집에서 공통적으로 견지하고 있는 견해의 동일성을 발견했다.

톨스토이는 마지막 이야기 <세 죽음>에서 귀부인, 마부 그리고 나무의 죽음(십자가로 사용된 나무를 의인화)을 우화로 엮어 인간의 죽음의 의미가 자연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자연법칙에 따른 세계를 동일시하는 면모를 나타낸다. 고전이라는 의미는 동시대 뿐아니라 먼 후세대에게까지 동일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정의해보면 그의 작품은 세대별 의미해석이 달라진다면 면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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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문학에서 나온 백온유의 새 소설, 이전 그의 작품 <유원>을 읽었을 때 아주 섬세한 감각으로 인물들과 서사를 잊지 못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경우 없는 세계>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소설 속의 젊은이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천진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는...'경우있다'의 반대편에 있는 곳이란 짐작을 하며 가제본을 펼쳐보았다.


주인공 인수에게 가출청소년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소년 이호를 만나고, 어른으로서 자신과 동일시되는 소년의 삶을 배려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자신이 그랬듯 부모로부터 다른 어른들로부터 배려받지 못했던 소년은 무슨 속사정이 있었을까? 극은 바로 인수의 가출했던 과거,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가정에서 끊임없이 폭력을 저지르는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끔찍한 남편의 폭력에 반항할 의지조차 없이 살던 어머니를 보여준다. 그런 집마저 없다면? 인수는 폭력을 목도할 때마다 자신을 억누르지만 어느 날 매맞는 어머니를 방어하며 아버지를 막아서고...

그렇게 따뜻한 집을 탈출해 거리의 아이들을 만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이거나 혹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을 아예 잃은 '경우'와 같은 아이들과 생활하게 된다. 그 집의 이름은 Welcome to sweet home...'우리집'

우리집은 이 아이들에게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쉴 수 있게 하는 장소이자, 이웃이나 뭇 어른들이 보기에 그곳은 시끄럽고 불온한 공간이다.

공간의 의미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 어느 날 갑작스럽고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처지와 사정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고, 인수는 비겁했던 자신에 대한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김경우가 함께 했던 기억으로부터 달아나지만, 결국 자신이 닮고 싶었던 경우를 향해 미처 말하지 못했던 닿지 못했던 마음.

경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


우리는 안 미쳤는데, 사람들이 우리보고 미쳤다고 하잖아.



결국 아이들은 조금 더 이해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그랬다면 집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살기 위해 악독하고 지독하게 그 시절을 지나며 상처받지 않아도 될 마음들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어제보다 오늘 아이들을 '좀더 안아주어야겠다, 경우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이 리뷰는 창비출판으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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