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문학에서 나온 백온유의 새 소설, 이전 그의 작품 <유원>을 읽었을 때 아주 섬세한 감각으로 인물들과 서사를 잊지 못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경우 없는 세계>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소설 속의 젊은이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천진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는...'경우있다'의 반대편에 있는 곳이란 짐작을 하며 가제본을 펼쳐보았다.
주인공 인수에게 가출청소년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소년 이호를 만나고, 어른으로서 자신과 동일시되는 소년의 삶을 배려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자신이 그랬듯 부모로부터 다른 어른들로부터 배려받지 못했던 소년은 무슨 속사정이 있었을까? 극은 바로 인수의 가출했던 과거,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가정에서 끊임없이 폭력을 저지르는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끔찍한 남편의 폭력에 반항할 의지조차 없이 살던 어머니를 보여준다. 그런 집마저 없다면? 인수는 폭력을 목도할 때마다 자신을 억누르지만 어느 날 매맞는 어머니를 방어하며 아버지를 막아서고...
그렇게 따뜻한 집을 탈출해 거리의 아이들을 만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이거나 혹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을 아예 잃은 '경우'와 같은 아이들과 생활하게 된다. 그 집의 이름은 Welcome to sweet home...'우리집'
우리집은 이 아이들에게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쉴 수 있게 하는 장소이자, 이웃이나 뭇 어른들이 보기에 그곳은 시끄럽고 불온한 공간이다.
공간의 의미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 어느 날 갑작스럽고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처지와 사정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고, 인수는 비겁했던 자신에 대한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김경우가 함께 했던 기억으로부터 달아나지만, 결국 자신이 닮고 싶었던 경우를 향해 미처 말하지 못했던 닿지 못했던 마음.
경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
우리는 안 미쳤는데, 사람들이 우리보고 미쳤다고 하잖아.
결국 아이들은 조금 더 이해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그랬다면 집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살기 위해 악독하고 지독하게 그 시절을 지나며 상처받지 않아도 될 마음들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어제보다 오늘 아이들을 '좀더 안아주어야겠다, 경우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이 리뷰는 창비출판으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