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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 -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이향아 에세이
이향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시집으로 24권, 에세이집은 16권을 쓰신 이향아 작가님의 최근작입니다.
문학이론과 평론을 활발히 내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그리고 시문학상 , 한국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창조문예상 등 수상하신 문학계의 원로격이라고 하는데, 나는 현대시를 잘 읽지도 에세이를 즐겨 읽지도 않았기 때문인지 이 분을 몰랐습니다.책 표지처럼 향기로운 꽃 그리고 이름마저 향내를 간직했을 것 같은 작가님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1부에서 4부까지 총98편의 짧은 삶의 단상들이 들어있고 어떤 기준으로 각 부가 나뉘어진건가 궁금합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다도를 놓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젊은 시절부터 교단에서 가르친 제자들의 면면을 떠올리며, 그녀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 자신이 되어보기도 하고 보듬어 안습니다.
그리고 돌보지 않던 수선화 뿌리에서 끈질기고 부단한 생명을 발견하고는 뒤늦게 물속에 넣고 꽃을 피워냄을 보며 살아있는 푸른 잎을 보여주는 것도 마른 뿌리에서 꽃까지 보여주는 작은 생명에서 위대하고 엄숙함 그리고 경이로움에 서정주 시인의 <봄에 꽃피는 것 기특해라>를 떠올렸어요.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눈에 삼삼 어리어...
봄날에 꽃 피는 것 기특해라.
그러고보니 베란다에 화분들도 봄이라고 볕에 두었더니 저마다 작고 이쁜 새 잎을 틔우고 매일 밤을 잘 지냈는지 궁금케 했었는데, 이향아 작가 또한 그러한 느낌을 책의 첫부분에 읊조리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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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는 세 아이들이 있고 장성하였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는데요, 작가는 결혼한 새댁 시절, 혹은 그 이전 대학 시절 사진들을 보며 왜 나이답게 누리지 못했다고 할까? 왜 활짝 웃지 않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는지 가늠해본다.
갈 길이 멀다고 걸음을 재촉하면 목적지에 도달했어도 왔던 길을 모른다.
자신이 늘 낯선 시간 앞에서 망설이고, 머뭇거리다 밀려왔지만 그 시절이 단련시켜 지금부터라도 현재를 느끼며 살겠다 어제는 감사의 날로, 오늘은 축제의 날로, 내일은 꿈꾸던 '그 날'로 만들겠다 다짐합니다.
모자라지 않게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게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든, 일정한 거리를 둔 누군가이든 시를 노래하는 마음,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 시를 쓰겠다고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들이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사유도 재미있습니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차의 뒤창에 붙인 차를 만나면 자기 아기를 태우고 있으니 다른 운전자들이 조심해야 한단 말인지, 아이가 타고 있는 천천히 운전하는 차이니 지나가는 차들도 속도를 내지 말라는 말인가 의아하다고 합니다. 자기 차의 앞에 붙여 운전자 스스로가 안전 운행에 대한 다짐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하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많았고 기분이 별로, 다른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게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언제나 아이를 보는 어른들은 자신을 돌아봐야 하고,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색에 대한 글도 재미있습니다. 그림을 취미로 그리는 작가는 색에 대한 자신의 변화, 나이에 따라 달라져온 감상을 이야기하며 홀로 있는 색보다 콤비네이션, 즉 어우러짐에 따라 달라짐이 어떠한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의 표지를 정할 때도 출판사 편집자에게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했다가 금세 마음이 바뀌어 변덕을 부렸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모든 색을 '싫어함'은 불가능하며
다른 모든 색깔과 등을 지지 않고서 어찌 하나의 색깔을 선택하랴?
무슨 색깔을 좋아하세요 중에서.
반세기를 넘게 살아오며, '이 다음 어느 날'이 꿈꾸기를, 기쁨을 미루며 살았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습니다. 그가 그리는 아름다운 백조(기쁨)가 궁금해도 참고 견디었을 안개같은 나날듯을 지나서 문득 '오늘이 내가 꿈꾸던 바로 그 날이 아닐까. ..무심히 지나가지 않고 최고의 의미를 찾으며 하루를 살겠다.'고 하신 말씀을 새기게 됩니다.
이 리뷰는 스타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