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쫓는 두 여자, 두 여자의 위태로운 시선 끝에 매달린 한 남자.

치정에 의한 살인일까? 내가 좋아하는 범죄수사물 중에 대부분의 남녀 관계에서는 사랑, 배신에 의해 살인하게 되는 내용들인데 이것도 비슷하겠지 지레 짐작을 했다.


세이디,

그녀는 매력적인 남편을 둔 두 아들의 엄마이자 시카고 응급의학과 의사였지만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항상 그렇듯 격무에 시달렸고 가정에 소홀했었다. 가정에 수입에 대부분을 책임지기도 했지만 조력자로서 남편 윌이 훌륭했기에 그러저럭 버티던 그녀.

큰 아들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한 사건 이후로, 자의반 타의반 메인이라는 작은 섬으로 가족이 이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곳 작은 진료소에서 일하게 되고 남편 윌과는 달리 세이디는 이웃이나 진료소 간호사들과도 잘 지내는 성격이 아니다. 매력적이고 호감을 지녀 섬의 이웃주민들과 친분을 갖고 지내는 남편은 아이들 등하교. 집안 살림도 내내 해낼 뿐아니라 그의 누나의 죽음으로 마음을 닫은 조카 이모젠까지도 믿음을 보일 정도로 따뜻한 성격이다.


평범하게 새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 들어온 메인 섬. 누나의 빈자리를 메워 함께 잘 지내고?싶은 세이디의 의도와는 달리 (누나의 딸 시조카) 이모젠은 그녀에게 계속 적대감을 보이고 어느 날 이모젠의 방에 호기심으로 들어갔다 마시던 와인잔을 놓고오는 바람에 조카에게 들키고 만다. 아예 잠금장치를 달아버린 그녀 그리고 휴대폰에 엄마 앨리스의 자살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본 세이디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이웃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 나는데...살해된 여성은 모건 베인스 라는 이웃여자 그리고 그녀가 살해된 시각 일본으로 장기출장 가 있는 남편. 그 시각 함께 있던 6살의 의붓딸(남편의딸)만이 죽어있는 모건을 처음 발견했다. 작은 섬에 자살도 아닌 살인이 의심되는 일은 떠들썩하고 세이디의 마음은 흔들린다. 살인자가 섬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고 자신의 가족들을 해칠 거라는 불안이 그녀을 사로잡게 된다...

아름다운 여성을 살해한 자는 남편 제프리일까? 아님 수상한 알리바이의 섬뜩한 조카 이모젠일까...? 심지어 집안에서 끔찍한 그림을 발견하고 14살 아들 오토를 의심하기 까지 한다. 모른체하고 싶어도 집집마다 탐문 수사를 하던 형사가 그녀를 찾아오고 모건과 다툼을 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 이야기를 한다.

세이디의 알리바이는 윌이 집에 함께 있었다고 했으나 이내 진술을 철회하고 아내는 집을 비웠다고 말했기에...세이디는 사실 본인이 그 시각에 진료를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바람을 피워 들킨 적이 있던 남편 윌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그녀의 싸우는 모습을 본 이웃인 할아버지 닐슨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버그 형사가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세이디를 표적 수사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고. 남편을 포함한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만이 용의자가 되어 곤란해졌으므로 어떻게든 무혐의를 밝혀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집안에서 나온 살인 무기인 칼과 모건의 목걸이 피묻은 수건을 발견하게 되고...윌의 과거와 맞닥뜨린다.

상황은 세이디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내 빈자리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 윌과 아이들은 내가 없는 삶에 익숙한 것처럼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녀는 난관을 이기고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어떤 음모를 밝혀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주인공의 어린 시절은 엄마의 부재 그리고 사랑하지만 집을 자주 떠나있던 아빠에 의해 잘못 기억이 되어있었다. 그것이 원인되어 다 자란 그녀가 해리성 인격장애를 갖게 되었고 남편도 그것을 알고 이용했다는 것을 독자들이 깨달을즘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숨막히는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용서와 화해가 있긴 하나 미국 헐리웃식 엔딩이 조금 식상하다는 인상이 남는다. 그래도 반전에 반전 배경과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설정들이 그렇게 작위거나 하진 않아 좋았다. 사춘기 아들의 학교폭력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엄마의 자책 또한 부모 중 한 사람만이 가져야하는 의무감이 아니며 부부간의 일들이 표면에 보이는 의무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라는 삶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디아더미세스 #메리쿠비카지음 #신솔잎옮김 #해피북스투유출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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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택시운전사, 대학생 그리고 경찰. 평범하거나 평범하지 않거나 둘중의 하나.

 

각 자의 기억은 어떤 진실을 품고 있을까? 머리말부터 흥미롭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어쩌다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는 믿었던 것의 상실일 것입니다.

 

우리의 기억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변질될 수 있는지 충분한 가능성을 열고... 여기서 나는 먼저 읽었던 스릴러 소설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감의 일부는 맞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롤로그 '기억'과 에필로그 '섣부른 기억의 오류'의 연결점은 못 찾겠다ㅜㅜ

 

단지 주인공(범죄자)이 병원에서 의사와 이야기하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는 것만은 이해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take#1 택시운전사가 여수에서 서울로 가려는 이상한 어떤 손님을 태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손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take#2로 넘어가며 성찬이라는 이름의 대학생과 친구들 친구 태형과 그 누나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술을 먹고 교통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1장 알 수 없는 기억의 하루는,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목격담 그리고 '필름이 끊기는' 마지막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고

 

 

경찰이 된 고등학교 친구가 대학생 성찬의 단골 식당 배달원으로 잠시 맞닥뜨리는 순간을 보여주고, 곧 같은 팀을 이룬 다른 형사가 찾아와 성찬에 대해 그리고 새벽에 목격한 택시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여수의 문제의 정육점은 택시의 피흘리는 손님에 의해 신고가 들어와 여수의 경찰인 임 경위가 가서 조사를 하게 되고, 골목에서 악취가 나는 드럼통을 발견하게 된다. 그 드럼통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그리고 주인없는 정육점에 택배 배달을 온 택배기사는 주인의 이름을 다르게 부르고 경찰을 사칭하고 드럼통을 가져간 이는 누구일까?

 

 

모든 것이 이상하게 여겨진 임 경위는 딸 연수와 함께 서울로 출장을 가서 정육점과 실소유주와 매매거래 대해 조사를 하게 된다.

 

 

정육점 실소유주 김성균은 김성찬의 형이다. 그리고 형제는 서울 성찬의 월세방에서 사람을 죽이고 말다툼을 벌인다. 정확히 말하면 동생이 죽이고 형이 뒷수습을 하는데 김성균은 '그만둬야 한다'고 동생을 설득하다 결국 매번 성찬이 쇠파이프로 때려 기절시키고 수면제를 맞고 잠을 자고 '기억을 잃는다' 매번 기억을 잃기 때문에 그는,

 

정말......,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아요......

 

 

형사의 말에 이렇게 밖에 대답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성찬의 시점으로, 태형의 누나 태연은 자신과 사귀고 있고 그가 군대를 다녀와서 그녀가 도와준다면,

 

형에게 넘긴 정육점을 가끔 와서 운영해준다면, 정육점을 그녀에게 넘겨주고 결혼하자고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형과 나는 이미 한 몸이나 다름 없었다...그런데 요즘 자꾸 형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그냥 이쯤에서 형을 남겨두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여기서 낌새를 챘는데 성찬은 성균의 대학생 때의 분신이다. 군대를 다녀왔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김성균이 박태연과 사귀었고 그녀의 전 남편을 살해했으며 증거들을 없애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한 것이다. 알 수 없는 기억의 시작과 추적은 임 형사의 활약으로 짜맞춰졌고 정육점과 김성균의 추악한 진실은 밝혀져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이 퍼즐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맞춰지다 별안간 5장 뒤통수에서 또 '~'하고 또 다른 진실을 알려준다.

 

 

왜 김성균이 자아를 분리해 본래 자신보다 폭력적인 김성찬이라는 동생을 만들어야 했는지, 어린시절 아버지에 학대를 당했고 택시운전을 할 당시 손님에게 조롱을 당했다고 생각해 살인을 저질다.

 

박태연과 결혼하려고 했던 것은 자신이 아니라 뭐든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생이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왜 만나면 항상 이런 일이 생기고 기억이 안 나는지......알고 싶다

 

 

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격이 분리돼 소심한 성격의 자아를 폭력적이고 대담한 성격에 살인을 저지른 인격은 자신이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희생된 이는 병원에 있는 그가 아니라 진실을 밝힌 임 경위 그리고 그의 하나밖에 없는 딸 연수가 되었다. 죄없는 이들은 슬픔에 빠져있지만 범인이자 용의자 김성균은 감옥에 가지도 않았고, 병실에서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의사의 질문에 답하던 그는 약물 중독임을 실토하고 의사는 사건을 넘겨받은 형사에게 설명하기를, 소설 초반에 그가 태운 피 흘리는 남자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그 남자는 김성균 씨 본인과 그가 만들어낸 동생의 합쳐진 인격으로 보여집니다. 도박을 하는 형을 두었다는 건 동생 성찬일 것이고 자신이 택시운전수였다는 건 본인 그대로를 말하는 겁니다. 피를 흘렸다는 환상은 살인에 대한 뒤처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고깃집 앞에서 '목격했다고 기억한' 뺑소니 교통사고는, 김성균 본인이 어머니를 치어 낸 사고였던 것이다. (...여기서 나는 살인 장면보다 더 소름이 끼쳤음.) 다중인격장애, 망상장애 그리고 천륜을 저버린 패륜...

 

 

에필로그 섣부른 기억의 오류는 take#5 으로 분류되어 단 3페이지인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줍게 된 예쁜 꽃 무늬 플라스틱과 비를 피하기 위해 작은 통나무 집에 들어갔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11구의 시체가 거기서 발견되었다고 나온다. 그런데 김성균이 살해한 시체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 왜 그들의 유류품에 알 수 없는 부적이 나왔는지, 임 형사의 딸 연수가 뉴스를 보며 부적을 가지고 있던 임 형사에 대해 언급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 뭔가 꺼림칙하지만 이 제목과 프롤로그를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결말은 아니지만. 기억의 오류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고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것에서 그냥 '잊어야 할 것 같다.'

 

 

 

 

 

#기억잊어야하는밤#진현석지음#반석북스#컬처블룸#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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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케이시 맥퀴스턴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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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자기만의 빛깔을 지킬 용기가 필요하다.

본의 아니게 그만 역사적인 러브스토리!


베스트 셀러라하면 일단 선택해보는 나. 아마존 스튜디오 영화화 확정이라니 정말 빨리 보고 싶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인물들의 캐스팅도 궁금하고~

퀴어 소설은 나를 로맨스 소설을 읽던 소녀로 데려다주는 착각을 선사한다...


영국 왕실 그리고 미국 백악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일상은 어떤 것일까? 권력을 추구하는 삶일까 호화로운 생활에 찌든 삶일까? 나같은 일반인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임은 분명하다.



앙숙인 남녀주인공이 결국 연인이 된다는 설정이 여기에서도 통하지만...케이시 맥퀴스턴 소설에선 영국 왕자 헨리 그리고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 두 남남이 결국 연인이 되고...

완전 돌겠다. 넌 어떻게 이렇게까지 바보냐.


둘의 알 수 없는 줄다리기와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헨리 왕자는 한 아동병원을 방문해 백혈병 소녀와의 대화에서 고상하지 않은 알렉스의 구미를 당길만한 취미를 말하게 된다. <스타워즈> "난 처음부터 루크가 좋았어. 용감하고 착하고 누구보다 강한 제다이야. 루크는 출신이든가 가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 같거든." 헨리의 이 말을 알렉스는 인상깊어했다.

알렉스는 헨리와 둘도 없는 연인.

나는 너희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단 말이야. 제임스 본드였다는 것만 빼고, 어떤 분이셨어?


헨리의 아버지 제임스 본드 출신 영화배우와 캐서린 공주가 아버지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헨리의 이야기를 듣는 알렉스. 헨리로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는 게 몸이 아프도록 힘든 일이었다.

이 아픈 연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극히 보수적인 곳, 영국 왕실에서 헨리 왕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렉스와의 감정을 감추며 살아야 할까? 로열 패밀리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최초의 여대통령 앨런 클레어몬트-디아즈 아들인 알렉스는 이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H: 내가 할 수도 없는 선택을 앞두고 이렇게 네 앞에 서게 될 줄은 몰랐어....,

네가 ...한번도 네가... 나를 사랑해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A: 뭐 난 널 사랑해. 그리고 넌 선택할 수 있어.



젠장 넌 안 보이니? 나는 너 같지 않아. 무모하게 굴어버리면 감당할 수가 없어. 응원해줄 가족도 없어.


헨리의 극도의 외로움과 공황장애발작적 언행은 결국, 알렉스 원래 집 텍사스의 아버지 별장에서 고백하려는 알렉스를 두고 떠나는 그가 남긴 메모.

알렉스, 가족 문제로 일찍 떠나게 됐어. 경호팀과 함께 가.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어. 모든 게 고마웠어.


라고 이별을 고하고 알렉스는 상사병에 걸린 바보 멍청이, 한심한 자신을 깨닫게 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그는 결국 경호원들을 이용해 헨리가 있는 런던으로 날아간다. 그들은 화해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이루게 될까?

나는 너처럼 이런 일들을 말로 표현하는데 능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언제나 생각했어. 나 자신을 알게 된 후로, 그전에도, 내가 다르다는 걸 알고는. 지난 몇 년 사이 겪은 모든 일과 내 머릿속의 미친 생각들...난 언제나 나 자신을 은폐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거야. 나 자신을, 내가 원하는 것들을, 믿지 못했어.


재선을 앞둔 알렉스의 어머니 앨런 대통령과 퍼스트 패밀리는 결국 적들에 의해 이메일 서버 해킹을 당하고 온세상에 이 아름다운 게이 커플이 언론에 까발려지는데...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퍼스트 패밀리는 어떻게 힘을 합쳐 이 난관을 해쳐 나갈까?

이 책의 원 제목인 Red, White and Royal blue 는 무슨 뜻이었는지 마지막 챕터에서 알게 되었다.

알렉스에게 어울리는 정장은 그레이도 남색도 아니다. 왕실과 공화당의 빨강, 진보와 민주당의 파랑, 퀴어의 무지갯 빛을 모두 갖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알렉스가 자란 집에서 헨리의 사진을 잡지에서 보고 잠시 번쩍하는 빛을,

무언가의 시작을 느꼈던 집에서 둘은 함께 되뇌인다.

우리가 이겼어.


옮긴이 김선형은 이 책이 뻔한 클리셰 범벅의 로맨스지만, 아주 특별하게 사랑스러운 책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아버지는 소수인종의 상원 의원, 단 한치의 흠결도 없는 완벽한 모범생 알렉스와 고루한 영국 왕실의 도도한 막내 왕자 헨리가 상상속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디테일로 살아움직이게 했다.

사회적 허울을 잠시 잊고 괴짜, 너드, 책벌레, 몽상가, 역사덕후, 스타워즈 마니아, 양성애자와 동성애자, 내밀하고 다면적인 '알맹이'를 발견하게 한다.


어쨌든 반짝반짝 찬란한 책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이 리뷰는 살림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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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 베르테르에서 해리 포터까지,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본 문학 속 주인공들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지음, 장윤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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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르테르에서 해리포터까지...《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는 정신분석, 비교문학 전문가인 두 저자가 서양 문학사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대별 작품들을 선별해 심리학, 문학, 정신분석학 그리고 사회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먼저 각 시대적 배경과 문학사적 특징을 짚어보고, 문학 비평과 정신분석학이 두루 섞인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 주요 인물의 성장 배경과 심리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총평,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인물의 심리 분석으로 이어지며, 마지막으로 심리 치료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고 바로 읽고 싶었다고 느낀 지점이 '세계문학의 주인공'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해 심리치료까지 제시했다는 점이었다.


클라우디아 호흐브룬(Claudia Hochbrunn)

안드레아 보틀링거(Andrea Bottlinger)

클라우디아 호흐브룬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상담가다. 그는 수년 동안 여러 정신과 전문 병원에서 일했으며, 정신 건강 보건 센터와 정신 질환 범죄자 감호 시설에서도 오랜 기간 종사했다. 저서로 《세상은 정신 병원, 여기는 그 한복판》 《분노 유발의 심리학》《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을 빼야 할까?》 등이 있다.

안드레아 보틀링거는 도서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출판 편집자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소설을 번역하고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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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소설 속 유명 인물들이 적나라하게 정신 감정을 받는 일종의 '모독' 행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5장의 챕터는 고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문학사에서 굵직한 작품들을 선정했다. 나는 특히 17~19세기 그리고 20세기 작품들을 해석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드라큘라>는 뱀파이어라는 표상이 '해방'을 의미하며 그에 매혹되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인물로 묘사된다. 1976년부터 이미 작가 앤 라이스는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소설에 담았다. 대표적인 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는 내 젊은 시절에 보았던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의 영화를 상기시켰다.

뱀파이어로서 괴로워하는 루이보다 강인한 모습의 레스타는 대개 여성 팬 사이에 더욱 인기가 있는데 레스타는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의식하며 충분히 즐기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기꺼이 유혹에 넘어가며 즐거움을 만끽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가 17~19세기 분석된 작품의 마지막이다.

오늘날 우리가 팬덤이라 부르는 현상을 처음으로 이끌어낸 작품 중 하나이다.

50년 이후 <스타 트렉> 팬들처럼 홈즈에 열광한 수많은 독자들은 소설이 연재되던 월간지를 구독하고 주인공 홈즈가 작품에서 죽음을 맞이하자 추모했고 수만 명의 독자들은 월간지 구독을 취소할 정도였다고 한다. 수천의 사람들이 담당 편집자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서 죽은 그를 살려내는 데 이르기도 했단다.

원래 홈즈의 결말을 모리어티 조직에게 역습을 당한 홈즈가 스위스에서 잡히고 난투를 벌인 끝에 모리어티와 함께 모두 폭포에서 추락하는 것으로 했지만 작가 코난 도일은 팬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의해 셜록 홈즈를 되살리며 폭포에서 떨어진 후 죽은 것이 아니라 모리어티가 홈즈의 흔적을 찾지 못하게 함으로써 간신히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했다. 홈즈 시리즈는 왓슨과의 끈끈한 인연과 남성들의 진정한 우정 그 이상을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시대적으로 과학의 믿음이 범행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한 것이 주효했는데 현대적인 과학 수사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 과학을 통해 범행을 밝힐 수 있다는 생각을 매우 유치하게 취급했다.


셜록 홈즈는 오늘날이었다면 지체 없이 정신과 정문의에게 보내,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지 검사해봐야 할 정도로 이 증상에 부합하는 여러 특징을 보인다.

그가 특별한 감각 능력을 토대로 그와 마주한 상대방의 세부적인 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인물 유형을 구분하여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벌어지기 쉬운 단점을 상쇄한다.

그는 '보통'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신경을 쏟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세밀한 부분에서 오히려 흥미로운 점을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빈번히 보여 주변 사람들 심기를 건드리곤 하는데, 그래서 같이 지내던 왓슨 박사도 재차 집을 나가야만 했다.

 

20세기에는 거대한 각성이 일었는데 새로운 기술로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루고 이전의 그 어떤 전쟁보다 더욱 난폭한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환상에서 깨어나 환멸에 빠져 훨씬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전 시대를 그리워하며 되돌아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학교에서 읽으라고 권하는 문학작품은 재미도 없고 딱히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을.특히나 어딘가 기이하면 흥미가 일지 않는다. 카프카의 작품들은 매우 낯설고 이상하다. <변신>은 카프카 생전에 출간된 작품들 가운데 가장 긴 소설로,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여기에 담긴 카프카의 생각은 그렇게 혼란스럽거나 복잡하지는 않은 편이다.

사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 이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마거릿 미첼의 소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나에게 스칼렛 오하라 역의 비비안 리와 레트 버틀러 역의 클라크 게이블의 영화를 자동 연상시킨다. 여기서 스칼렛은 매번 쉽게 흥분하고 쉽게 격앙되며 지속적인 모험거리를 찾으면서 결코 깊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양심의 가책도 잘 느끼지 않으니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하게 된다고 한다. 그녀는 사람들을 체스 말처럼 사용한다. 여동생의 약혼자를 뺏기 위해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여동생을 유용한 도구로 보았으며 남편이 세상을 떠나도 그리 비통해하지 않는다.

그녀는 체질적으로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정서적 결함은 그녀의 양육 과정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그녀는 노예를 소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공감 능력을 형성하는 데 어려웠고, 모든 남성적 미덕을 지녔지만 '여성인 까닭'에 그저 규범에서 벗어난 인물로 여겨진다.

이러한 스칼렛에게 결여된 공감 능력이 멜라니에게는 잘 갖춰져 있는데 이는 인간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서 비롯된 깊고 단단한 믿음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늘 불안하고 변덕스런 스칼렛과 달리 내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할 줄 알며 남편과 아이 그리고 스칼렛도 사랑하며 레트와도 우정에 바탕을 둔 사랑을 주고 받은다. 저자들은 소설에 등장하는 가장 성숙하고 정상적인 인물은 그녀다. 심리 치료 전문가로 일해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마거릿 미첼은 이후 다른 작품을 남기지 않았으며, 이 소설의 연작이나 속편을 내려 하지 않았으나 다른 작가들이 쓴 속편이 나왔는데 스칼렛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소설 <스칼렛>과 레트를 집중 조명하는 소설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이렇게 두 편이 세상에 나왔다.

이전의 애슐리에게 그랬든이 주인공 스칼렛은 레트를 향해 지속적으로 손을 뻗지만, 그가 다시 마음을 받아줄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새로눈 이상이 손에 잡힐 위험은 없다. 그녀를 향한 사랑이 소진되었기도 하지만 그녀에게서 결코 사랑을 기대할 수 없음을 이미 알기 때문에 그녀와의 딸이 죽은 이후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을 치유하지 못하고 스칼렛이 그걸 그에게 줄 수 없는 인물이기에 작가 미첼은 속편을 원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스칼렛은 자신의 땅과 자신을 위해 살며, 위험하지 않은 관계만 맺고 유지할 수 있다.

...다들 그녀를 바꾸어보려 시도하지만, 결국 그녀의 매력 속에서 파괴되며 그녀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활기 속에서 휘청거린다. 이런 스칼렛이 달라진다면 더는 스칼렛이 아니다.

 

위 작품들 외에도 로미오와 줄리엣, 삐삐 롱스타킹, 모모, 장미의 이름,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등의 각 시대의 문학을 사랑하고 동시에 심리학에도 흥미가 있는 나로서는 세계 문학사를 두루 살펴보며 재미난 여행이 되었다.


이 리뷰는 문학사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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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애플북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첫 어른이야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

 





윤정은 작가에 대해 알고 싶어 표지를 넘겨 살펴보았다. 그녀는 종이에 적힌 활자를 보며 기쁘고 슬프고 안쓰럽고 초라하기도 한 모습에 그녀 자신의 마음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지금을 소중하게 느낀다고 한다. 지은 책으로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세상의 모든 위로><같이 걸을까> 등이 있다. 현재 오디오클립을 진행하고 있고 2012'삶의 향기 동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굳이 행복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이미 삶은 충만하게 아름답지 않은가. ...비가 와도 괜찮아, 굳이 비가 오지 않는 날을 기다려 길상사에 갈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나 기다린 날인데.

 

1장 굳이 행복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책속으로_ 


황홀하게 자리가 채워지는 광경을 목도한다. 촛불과 와인이 테이블마다 놓여진다. 연인들은 입을 맞추고,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긴 머리를 넘기며 샴페인을 마신다. ...

 

일몰이 지는 바다를 본다. 배 한 척이 느릿하게 지나가고, 야자수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유리창 너머의 그들이 연주를 하고, 나폴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영상에서 본 나폴리에 와 있는 기분이다.

 

 

젊음이 노력하지 않아도 선물처럼 찾아오듯 나이가 들어가는 시간은 원치 않아도 찾아온다. 다행인 사실은, 삶이 유한다는 점이다. 유한한 삶과 청춘이기에 아껴가며 야금야금 사랑해준다.

 

 

 

눈빛이 시들어가거나 주름이 지는 것도 슬프지만 생각이 늙어가는 게 두렵다고 하는 그녀. 생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들까 글감을 찾는 일에 게을러질까..."이리도 두려운 게 많은 걸 보니, 아직 나는 청춘인가 보다. "라고 하는 작가의 말이 인상깊다. '생각이 늙어간다'...

 

 

매일 눈을 뜨며 맞이하는 오늘도, 늘 새로이 살아보는 처음.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해도

 

나의 오늘은 늘 처음이지.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오늘이 첫 어른이야.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을 용기.

 

고통 속에서 도망칠 용기.

 

시시한 나를 인정할 용기.

 

친구에게 열등감 느끼는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 용기.

 

...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줄 용기. 이 짧은 용기 하나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용기.

 

p44~45. 어른에게 필요한 용기 중에서.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다

 

 

자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남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며 저마다 속도와 거리도 다르고 결승선도 없다. ...이제 멈추어 서야 한다. 뛰다 힘들면 쉬면 되고, 뛰는 게 맞지 않다면 걸으면 된다. 앞으로 걷는 게 싫다면 뒤로 걷거나 옆으로 걸어도 된다. 정해진 길도, 방법도 없다.

 

2장 너의 삶이 꽤나 마음에 들어

 

 

아무에게도 듣지 못한 어른의 삶. 어린 시절 상상했던 근사한 나는 아닐지라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좇으며 일상을 영위하는 어른이 되었다.

 

언젠가 <읽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의 어른들도 상처를 극복하고 혹은 상처 안에서 성장하며 쉬어간다. 정호승 시인의 시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 저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눈빛 한 번에 마음이 녹고, 안부를 묻는 문자 메세지 하나에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마음껏 늦잠은 못 자도 쪽잠이나 달콤한 휴식에 감사하는 마음이 스친다는 데에 공감이 되었다.

 

 

'자기 관찰 일지'를 써보자. 희로애락에 따른 행동을 기록하고 내가 어떤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고 힘들어하는지 한눈에 들어오면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길러질거라고, 때로는 깊은 슬픔이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지만...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사는 게 편하다. 여러 가지를 다 해보아도 풀리지 않는다면, 그때는 전문 상담가를 찾아가야 할 시기일까? 사소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해소하려고 타인에게 기대기엔 이미 너무 커버려서 나의 시름을 상대방에게 얹는 근심 대신 셀프 위로를 해야 한다. 슬픔과 우울은 오랜 시간 묵혀두지 말고 흘려보내야 한다.

 


<당신이 옳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쓴 책을 차를 마시며 천천히 혼자 있을 때 읽은 저자는 찬찬히 글을 읽어내려가다 어떤 구절에서 마음이 툭, 하고 풀어졌다고 한다.

 

감정도 그렇다.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므로 우울은 질병이 아닌 삶의 보편적 바탕색이다. 병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말이다.

 

정혜신,<당신이 옳다>, 해냄, 2018

 

 

나 또한 수년 전에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생김새에 대해 처음 생각해봤었다. 당신의 오늘 참 아름답다고 위로를 해주는 윤정은 작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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