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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 - 베르테르에서 해리 포터까지,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본 문학 속 주인공들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지음, 장윤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르테르에서 해리포터까지...《정신과 의사의 소설 읽기》는 정신분석, 비교문학 전문가인 두
저자가 서양 문학사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대별 작품들을 선별해 심리학, 문학, 정신분석학 그리고 사회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먼저 각 시대적 배경과 문학사적 특징을 짚어보고, 문학 비평과
정신분석학이 두루 섞인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 주요 인물의 성장 배경과 심리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총평,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인물의 심리 분석으로 이어지며, 마지막으로
심리 치료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고 바로 읽고 싶었다고 느낀 지점이 '세계문학의 주인공'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해 심리치료까지
제시했다는 점이었다.
클라우디아 호흐브룬(Claudia
Hochbrunn)
안드레아 보틀링거(Andrea
Bottlinger)
클라우디아 호흐브룬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상담가다. 그는
수년 동안 여러 정신과 전문 병원에서 일했으며, 정신 건강 보건 센터와 정신 질환 범죄자 감호 시설에서도
오랜 기간 종사했다. 저서로 《세상은 정신 병원, 여기는
그 한복판》 《분노 유발의 심리학》《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을 빼야 할까?》 등이 있다.
안드레아 보틀링거는 도서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출판
편집자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소설을 번역하고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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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소설 속 유명 인물들이 적나라하게 정신 감정을 받는 일종의 '모독' 행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총 5장의 챕터는 고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문학사에서 굵직한 작품들을 선정했다. 나는 특히 17~19세기 그리고 20세기 작품들을 해석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드라큘라>는 뱀파이어라는 표상이 '해방'을 의미하며 그에 매혹되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인물로 묘사된다. 1976년부터 이미 작가 앤 라이스는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소설에 담았다. 대표적인 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는 내 젊은 시절에 보았던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의 영화를 상기시켰다.
뱀파이어로서 괴로워하는 루이보다 강인한 모습의 레스타는 대개 여성 팬 사이에 더욱 인기가 있는데 레스타는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의식하며 충분히 즐기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기꺼이 유혹에 넘어가며 즐거움을 만끽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가 17~19세기 분석된 작품의 마지막이다.
오늘날 우리가 팬덤이라 부르는 현상을 처음으로 이끌어낸 작품 중 하나이다.
50년 이후 <스타 트렉>
팬들처럼 홈즈에 열광한 수많은 독자들은 소설이 연재되던 월간지를 구독하고 주인공 홈즈가 작품에서 죽음을 맞이하자 추모했고 수만 명의
독자들은 월간지 구독을 취소할 정도였다고 한다. 수천의 사람들이 담당 편집자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서
죽은 그를 살려내는 데 이르기도 했단다.
원래 홈즈의 결말을 모리어티 조직에게 역습을 당한 홈즈가 스위스에서 잡히고 난투를 벌인 끝에 모리어티와
함께 모두 폭포에서 추락하는 것으로 했지만 작가 코난 도일은 팬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의해 셜록 홈즈를 되살리며 폭포에서 떨어진 후 죽은 것이 아니라
모리어티가 홈즈의 흔적을 찾지 못하게 함으로써 간신히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했다. 홈즈 시리즈는 왓슨과의
끈끈한 인연과 남성들의 진정한 우정 그 이상을 담은 작품이라고 한다.
시대적으로 과학의 믿음이 범행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한 것이 주효했는데 현대적인 과학 수사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 과학을 통해 범행을 밝힐 수 있다는 생각을 매우 유치하게 취급했다.
셜록 홈즈는 오늘날이었다면 지체 없이 정신과 정문의에게 보내,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지 검사해봐야 할 정도로 이 증상에 부합하는 여러 특징을 보인다.
그가 특별한 감각 능력을 토대로 그와 마주한 상대방의 세부적인 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인물 유형을 구분하여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벌어지기 쉬운 단점을 상쇄한다.
그는 '보통'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신경을 쏟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세밀한 부분에서 오히려 흥미로운 점을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빈번히 보여 주변 사람들 심기를 건드리곤 하는데, 그래서 같이 지내던 왓슨 박사도 재차
집을 나가야만 했다.
20세기에는 거대한 각성이 일었는데 새로운 기술로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루고 이전의 그 어떤 전쟁보다 더욱
난폭한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환상에서 깨어나 환멸에 빠져 훨씬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전
시대를 그리워하며 되돌아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학교에서 읽으라고 권하는 문학작품은
재미도 없고 딱히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을.특히나 어딘가 기이하면 흥미가 일지 않는다. 카프카의 작품들은 매우 낯설고 이상하다. <변신>은 카프카 생전에 출간된 작품들 가운데 가장 긴 소설로,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여기에 담긴 카프카의 생각은 그렇게 혼란스럽거나 복잡하지는 않은 편이다.
사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 이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마거릿 미첼의 소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나에게 스칼렛 오하라 역의 비비안 리와 레트 버틀러 역의 클라크 게이블의 영화를 자동 연상시킨다. 여기서 스칼렛은 매번 쉽게 흥분하고 쉽게 격앙되며 지속적인 모험거리를 찾으면서 결코 깊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양심의 가책도 잘 느끼지 않으니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하게 된다고 한다. 그녀는 사람들을 체스
말처럼 사용한다. 여동생의 약혼자를 뺏기 위해 둘 사이를 이간질하고 여동생을 유용한 도구로 보았으며
남편이 세상을 떠나도 그리 비통해하지 않는다.
그녀는 체질적으로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정서적 결함은 그녀의 양육 과정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그녀는
노예를 소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공감 능력을 형성하는 데 어려웠고, 모든 남성적 미덕을 지녔지만 '여성인 까닭'에 그저 규범에서 벗어난 인물로 여겨진다.
이러한 스칼렛에게 결여된 공감 능력이 멜라니에게는 잘 갖춰져 있는데 이는 인간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서 비롯된
깊고 단단한 믿음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늘 불안하고 변덕스런 스칼렛과 달리 내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할 줄 알며 남편과 아이 그리고 스칼렛도 사랑하며 레트와도 우정에
바탕을 둔 사랑을 주고 받은다. 저자들은 소설에 등장하는 가장 성숙하고 정상적인 인물은 그녀다. 심리 치료 전문가로 일해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마거릿 미첼은 이후 다른 작품을 남기지 않았으며, 이 소설의
연작이나 속편을 내려 하지 않았으나 다른 작가들이 쓴 속편이 나왔는데 스칼렛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소설 <스칼렛>과 레트를 집중 조명하는 소설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이렇게 두 편이 세상에 나왔다.
이전의 애슐리에게 그랬든이 주인공 스칼렛은 레트를 향해 지속적으로 손을 뻗지만, 그가 다시 마음을 받아줄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새로눈 이상이 손에 잡힐 위험은 없다. 그녀를 향한 사랑이 소진되었기도 하지만 그녀에게서 결코 사랑을 기대할 수 없음을 이미 알기 때문에 그녀와의
딸이 죽은 이후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을 치유하지 못하고 스칼렛이 그걸 그에게 줄 수 없는 인물이기에 작가 미첼은 속편을 원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스칼렛은 자신의 땅과 자신을 위해 살며, 위험하지
않은 관계만 맺고 유지할 수 있다.
...다들 그녀를 바꾸어보려 시도하지만, 결국 그녀의 매력 속에서
파괴되며 그녀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활기 속에서 휘청거린다. 이런 스칼렛이 달라진다면 더는 스칼렛이
아니다.
위 작품들 외에도 로미오와 줄리엣, 삐삐
롱스타킹, 모모, 장미의 이름,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등의 각 시대의 문학을 사랑하고 동시에 심리학에도
흥미가 있는 나로서는 세계 문학사를 두루 살펴보며 재미난 여행이 되었다.
이 리뷰는 문학사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