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택시운전사, 대학생 그리고 경찰. 평범하거나 평범하지 않거나 둘중의 하나.
각 자의 기억은 어떤 진실을 품고 있을까? 머리말부터 흥미롭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어쩌다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는 믿었던 것의 상실일 것입니다.
우리의 기억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변질될 수 있는지 충분한 가능성을 열고... 여기서 나는 먼저 읽었던 스릴러 소설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감의 일부는 맞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롤로그 '기억'과 에필로그 '섣부른 기억의 오류'의 연결점은 못 찾겠다ㅜㅜ
단지 주인공(범죄자)이 병원에서 의사와 이야기하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는 것만은 이해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take#1 택시운전사가 여수에서 서울로 가려는 이상한 어떤 손님을 태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손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take#2로 넘어가며 성찬이라는 이름의 대학생과 친구들 친구 태형과 그 누나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술을 먹고 교통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1장 알 수 없는 기억의 하루는,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목격담 그리고 '필름이 끊기는' 마지막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고
경찰이 된 고등학교 친구가 대학생 성찬의 단골 식당 배달원으로 잠시 맞닥뜨리는 순간을 보여주고, 곧 같은 팀을 이룬 다른 형사가 찾아와 성찬에 대해 그리고 새벽에 목격한 택시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여수의 문제의 정육점은 택시의 피흘리는 손님에 의해 신고가 들어와 여수의 경찰인 임 경위가 가서 조사를 하게 되고, 골목에서 악취가 나는 드럼통을 발견하게 된다. 그 드럼통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그리고 주인없는 정육점에 택배 배달을 온 택배기사는 주인의 이름을 다르게 부르고 경찰을 사칭하고 드럼통을 가져간 이는 누구일까?
모든 것이 이상하게 여겨진 임 경위는 딸 연수와 함께 서울로 출장을 가서 정육점과 실소유주와 매매거래 대해 조사를 하게 된다.
정육점 실소유주 김성균은 김성찬의 형이다. 그리고 형제는 서울 성찬의 월세방에서 사람을 죽이고 말다툼을 벌인다. 정확히 말하면 동생이 죽이고 형이 뒷수습을 하는데 김성균은 '그만둬야 한다'고 동생을 설득하다 결국 매번 성찬이 쇠파이프로 때려 기절시키고 수면제를 맞고 잠을 자고 '기억을 잃는다' 매번 기억을 잃기 때문에 그는,
정말......,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아요......
형사의 말에 이렇게 밖에 대답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성찬의 시점으로, 태형의 누나 태연은 자신과 사귀고 있고 그가 군대를 다녀와서 그녀가 도와준다면,
형에게 넘긴 정육점을 가끔 와서 운영해준다면, 정육점을 그녀에게 넘겨주고 결혼하자고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형과 나는 이미 한 몸이나 다름 없었다...그런데 요즘 자꾸 형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그냥 이쯤에서 형을 남겨두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여기서 낌새를 챘는데 성찬은 성균의 대학생 때의 분신이다. 군대를 다녀왔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김성균이 박태연과 사귀었고 그녀의 전 남편을 살해했으며 증거들을 없애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한 것이다. 알 수 없는 기억의 시작과 추적은 임 형사의 활약으로 짜맞춰졌고 정육점과 김성균의 추악한 진실은 밝혀져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이 퍼즐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맞춰지다 별안간 5장 뒤통수에서 또 '뱅~'하고 또 다른 진실을 알려준다.
왜 김성균이 자아를 분리해 본래 자신보다 폭력적인 김성찬이라는 동생을 만들어야 했는지, 어린시절 아버지에 학대를 당했고 택시운전을 할 당시 손님에게 조롱을 당했다고 생각해 살인을 저질다.
박태연과 결혼하려고 했던 것은 자신이 아니라 뭐든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생이었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왜 만나면 항상 이런 일이 생기고 기억이 안 나는지......알고 싶다
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격이 분리돼 소심한 성격의 자아를 폭력적이고 대담한 성격에 살인을 저지른 인격은 자신이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희생된 이는 병원에 있는 그가 아니라 진실을 밝힌 임 경위 그리고 그의 하나밖에 없는 딸 연수가 되었다. 죄없는 이들은 슬픔에 빠져있지만 범인이자 용의자 김성균은 감옥에 가지도 않았고, 병실에서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의사의 질문에 답하던 그는 약물 중독임을 실토하고 의사는 사건을 넘겨받은 형사에게 설명하기를, 소설 초반에 그가 태운 피 흘리는 남자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그 남자는 김성균 씨 본인과 그가 만들어낸 동생의 합쳐진 인격으로 보여집니다. 도박을 하는 형을 두었다는 건 동생 성찬일 것이고 자신이 택시운전수였다는 건 본인 그대로를 말하는 겁니다. 피를 흘렸다는 환상은 살인에 대한 뒤처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고깃집 앞에서 '목격했다고 기억한' 뺑소니 교통사고는, 김성균 본인이 어머니를 치어 낸 사고였던 것이다. (아...여기서 나는 살인 장면보다 더 소름이 끼쳤음.) 다중인격장애, 망상장애 그리고 천륜을 저버린 패륜...
에필로그 섣부른 기억의 오류는 take#5 으로 분류되어 단 3페이지인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줍게 된 예쁜 꽃 무늬 플라스틱과 비를 피하기 위해 작은 통나무 집에 들어갔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11구의 시체가 거기서 발견되었다고 나온다. 그런데 김성균이 살해한 시체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 왜 그들의 유류품에 알 수 없는 부적이 나왔는지, 임 형사의 딸 연수가 뉴스를 보며 부적을 가지고 있던 임 형사에 대해 언급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아.. 뭔가 꺼림칙하지만 이 제목과 프롤로그를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결말은 아니지만. 기억의 오류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고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것에서 그냥 '잊어야 할 것 같다.'
#기억잊어야하는밤#진현석지음#반석북스#컬처블룸#컬처블룸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