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케이시 맥퀴스턴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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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자기만의 빛깔을 지킬 용기가 필요하다.

본의 아니게 그만 역사적인 러브스토리!


베스트 셀러라하면 일단 선택해보는 나. 아마존 스튜디오 영화화 확정이라니 정말 빨리 보고 싶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인물들의 캐스팅도 궁금하고~

퀴어 소설은 나를 로맨스 소설을 읽던 소녀로 데려다주는 착각을 선사한다...


영국 왕실 그리고 미국 백악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일상은 어떤 것일까? 권력을 추구하는 삶일까 호화로운 생활에 찌든 삶일까? 나같은 일반인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임은 분명하다.



앙숙인 남녀주인공이 결국 연인이 된다는 설정이 여기에서도 통하지만...케이시 맥퀴스턴 소설에선 영국 왕자 헨리 그리고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 두 남남이 결국 연인이 되고...

완전 돌겠다. 넌 어떻게 이렇게까지 바보냐.


둘의 알 수 없는 줄다리기와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헨리 왕자는 한 아동병원을 방문해 백혈병 소녀와의 대화에서 고상하지 않은 알렉스의 구미를 당길만한 취미를 말하게 된다. <스타워즈> "난 처음부터 루크가 좋았어. 용감하고 착하고 누구보다 강한 제다이야. 루크는 출신이든가 가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 같거든." 헨리의 이 말을 알렉스는 인상깊어했다.

알렉스는 헨리와 둘도 없는 연인.

나는 너희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단 말이야. 제임스 본드였다는 것만 빼고, 어떤 분이셨어?


헨리의 아버지 제임스 본드 출신 영화배우와 캐서린 공주가 아버지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헨리의 이야기를 듣는 알렉스. 헨리로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는 게 몸이 아프도록 힘든 일이었다.

이 아픈 연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극히 보수적인 곳, 영국 왕실에서 헨리 왕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알렉스와의 감정을 감추며 살아야 할까? 로열 패밀리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최초의 여대통령 앨런 클레어몬트-디아즈 아들인 알렉스는 이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H: 내가 할 수도 없는 선택을 앞두고 이렇게 네 앞에 서게 될 줄은 몰랐어....,

네가 ...한번도 네가... 나를 사랑해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A: 뭐 난 널 사랑해. 그리고 넌 선택할 수 있어.



젠장 넌 안 보이니? 나는 너 같지 않아. 무모하게 굴어버리면 감당할 수가 없어. 응원해줄 가족도 없어.


헨리의 극도의 외로움과 공황장애발작적 언행은 결국, 알렉스 원래 집 텍사스의 아버지 별장에서 고백하려는 알렉스를 두고 떠나는 그가 남긴 메모.

알렉스, 가족 문제로 일찍 떠나게 됐어. 경호팀과 함께 가.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어. 모든 게 고마웠어.


라고 이별을 고하고 알렉스는 상사병에 걸린 바보 멍청이, 한심한 자신을 깨닫게 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그는 결국 경호원들을 이용해 헨리가 있는 런던으로 날아간다. 그들은 화해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이루게 될까?

나는 너처럼 이런 일들을 말로 표현하는데 능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언제나 생각했어. 나 자신을 알게 된 후로, 그전에도, 내가 다르다는 걸 알고는. 지난 몇 년 사이 겪은 모든 일과 내 머릿속의 미친 생각들...난 언제나 나 자신을 은폐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거야. 나 자신을, 내가 원하는 것들을, 믿지 못했어.


재선을 앞둔 알렉스의 어머니 앨런 대통령과 퍼스트 패밀리는 결국 적들에 의해 이메일 서버 해킹을 당하고 온세상에 이 아름다운 게이 커플이 언론에 까발려지는데...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퍼스트 패밀리는 어떻게 힘을 합쳐 이 난관을 해쳐 나갈까?

이 책의 원 제목인 Red, White and Royal blue 는 무슨 뜻이었는지 마지막 챕터에서 알게 되었다.

알렉스에게 어울리는 정장은 그레이도 남색도 아니다. 왕실과 공화당의 빨강, 진보와 민주당의 파랑, 퀴어의 무지갯 빛을 모두 갖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알렉스가 자란 집에서 헨리의 사진을 잡지에서 보고 잠시 번쩍하는 빛을,

무언가의 시작을 느꼈던 집에서 둘은 함께 되뇌인다.

우리가 이겼어.


옮긴이 김선형은 이 책이 뻔한 클리셰 범벅의 로맨스지만, 아주 특별하게 사랑스러운 책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아버지는 소수인종의 상원 의원, 단 한치의 흠결도 없는 완벽한 모범생 알렉스와 고루한 영국 왕실의 도도한 막내 왕자 헨리가 상상속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디테일로 살아움직이게 했다.

사회적 허울을 잠시 잊고 괴짜, 너드, 책벌레, 몽상가, 역사덕후, 스타워즈 마니아, 양성애자와 동성애자, 내밀하고 다면적인 '알맹이'를 발견하게 한다.


어쨌든 반짝반짝 찬란한 책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이 리뷰는 살림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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