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클래식 수업 2 - 베토벤, 불멸의 환희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2
민은기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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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즉 난처한 클래식.

사실 1권부터 사서 읽을 계획이었지만 2권이 베토벤이어서 고민하지 않고 냉큼 2권을 먼저 샀다.

 

읽어보니 나쁘지 않는 책이었다.

먼저 풍부한 사진 자료와 일러스트들이 책 곳곳에 있어서 읽기 훨씬 쉬웠다. 게다가 친절하게 한 주제가 끝나면 뒤에 필기노트로 정리해주고 악보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코드까지 직접 넣어주다니, 이렇게 친절한 책이 어디있을까?

무엇보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음악가의 음악뿐만아니라 삶까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베토벤의 작품 곳곳에 투영되어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악보들.

 

아시다시피 베토벤은 그리 순탄치 못한 살을 살았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학대, 귀족들과 후원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 점차 안들리는 귀, 또 그로 인한 괴팍한 성격. 나였으면 당장이라도 다 때려치웠을 법한 인생의 굴곡이다.

하지만 베토벤은 포기하지 않고 이를 예술로서, 음악으로서 승화시켰다. 그리고 그 예술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그의 음악에서 드러난다. '운명' '월광' '비창' 등등 만약 베토벤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지 못했더라면 탄생하지 못했을 그런 작품들이었다.

 

특히나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점이 너무나 많았다.

먼저 베토벤은 자기 음악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꼼꼼했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음악에 재능이 있었기에 그런 유명한 곡들이 한번에 쓱쓱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여러번 고쳐쓰고, 또 다시 쓰는 등의 많은 수정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거다.

흔히 그냥 천재보다 노력하는 천재가 더 무섭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만들어낸 음악 대부분이 그때 당시에 비하면 꽤 혁신적이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 음악은 귀족들의 유희를 즐기기 위한 한낱 배경음악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음악가는 하나의 독립적인 직업이라기보다는 주문을 받고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작업부 취급을 받았다. 물론 귀족들의 취향에 맞게 음악을 만들어야했기에 작곡가의 개인적인 생각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베토벤은 이 틀을 완전히 깼다고 하는데, 독립심이 강했던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러가지 기법들을 쓰면서 음악을 만들었다. 그 예로 불협화음을 자주 사용했으며 만든 곡에 빠르기를 직접 악보에 명시해 치는 사람으로하여금 이를 따르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책에 실린 악보들을 보면 베토벤만의 기교로 넘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개인적으로 베토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딱 좋은 책인 것 같다. 클래식 용어는 기본이고 그동한 알지 못했던 음악가의 삶도 나와있어서 이 책을 보고 예전에 봤던 클래식을 다시 들어보면 전혀 다르게 들릴 것이다.

 

혹시나 베토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과 더불어 로맹 롤랑의 작품인 '장 크리스토프'라는 소설책을 추천한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 장 크리스토프는 베토벤을 상징하며 전체적으로 베토벤의 일생을 그대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참고로 로맹 롤랑은 베토벤에 관한 평전 비슷한 책도 썼으니 궁금하면 보시길.

 

베토벤이 이후 음악가들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베토벤은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음악가란 이런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거든요. - P25

모차르트가 음악에 사람들의 취향을 아름답게 반영해냈다면 베토벤은 사람들의 취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끌었습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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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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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묵은 슬품을 눈물로, 피로 쓴 작품"

 

작가인 유진 오닐이 이 작품을 쓰면서 했던 말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눈물과 피가 느껴진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소 희극작품을 잘 읽지 않는 내게 새로운 개념을 심어준 책이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희극이란 셰익스피어와 같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이 감성적이고 뭔가 호소하는 분위기의 작품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희극을 읽고 있으면 여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유진 오닐은 희극에 대한 이런 통념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게 만든다.

그의 희극은 매우 사실적이고 등장인물의 움직임 또한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마약중독에 빠진 어머니, 강박적으로 돈에 인색한 아버지, 술과 절망에 빠진 아들들.

유진 오닐 자신의 가족들이기도 한 이런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을 통해 나락의 구렁텅이에 빠진 이들을 연민과 용서의 마음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나는 이들을 용서와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기 힘들었고 오히려 절망만이 느껴졌다.

각각의 인물들의 모습, 특히 돈에 인색한 아버지와 아들들간의 갈등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읽는 내내 눈물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주인공이거나 작가였다면 이들을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 간에 화해의 분위기가 나오더라도 그 분위기가 금방 깨져 버린다.  내 생각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 나름대로 자기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는 죽음과 나락이겠지만 더 이상 이들이 화합할만한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여하튼, 유진 오닐의 작품은 그동안 읽었던 희곡들 중에서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작품으로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추천드린다. 이 작품 역시 가족의 분열을 다루고 있기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적극추천한다.

과거는 바로 현재예요, 안그래요?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죠. - P101

운명이 저렇게 만든 거지 저 아이 탓은 아닐 거야. 사람은 운명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운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써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게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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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영성의 미술관 - 내 영혼을 사로잡은 생각나무 ART 18
박혜원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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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심오하다. '매혹과 영성의 미술관'이라니, 일반인에게 뭔가 다가가기 힘든 제목이다.

이 책은 아주 오래전의 성화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성화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작가 본인이 머리말에 써놓은 것처럼 다소 주관적으로 작품을 선정했다고한다. 좀 걱정스러웠으나 뒤에 최대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겠다고했으니 믿고 한번 읽어보았다.

원래 성화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기독교 이야기면 더더욱 그러했다. 다만, 예술가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그림 소재가 예수에 관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게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비싼 가격인 만큼 그림의 상태가 좋다. 예를 들어 한장 전부가 그림이고 일부를 확대한 그림들의 상태 또한 흐리지 않고 매우 또렷하게 실려있다.
또한 방대한 그림자료들로 설명이 필요없이 읽는 사람이 충분히 감상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하나 있다.
바로 제목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목이 일반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제목이었다. 책이 직접 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여하튼 미술쪽, 특히 성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 기독교인들에게도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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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0
헤르만 헤세 지음, 황승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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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작품 중에서 죽음의 냄새가 가장 진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클링조어의 뜨거웠던 삶과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우울할수도, 뜨거울 수도 있는 작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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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도 복음서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이미경 옮김 / 열림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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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종교적 색채가 강해보이는 책 '빌라도 복음서'는 빌라도에 대한 작가의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인물들을 드러내는데, 바로 예수와 빌라도다.
첫번째 장은 예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때는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기고 로마의 병사들이 그를 체포하기 몇 시간 전이다. 예수는 지난 삶을 회상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한다.
두번째 장은 빌라도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빌라도는 예수를 십자가 못박는 장면에서부터 그가 무덤에서 사라지는 사건까지 쭉 자기 입장을 서술한다.

앞서 말했듯이 작가의 색다른 시점은 바로 이 둘이 취하는 행동과 생각들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경인물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에서 있다.

그 예로 예수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예수는 성경책에서 묘사하는 예수와는 전혀 다르다. 성경책 속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기적을 일으키고 죽을 때까지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거의 완전한 존재로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의 예수는 일반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뇌하고 성경책과는 다른 내면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그는 자기의 기적에 중점을 두는 제자들이나 사람들을 꺼려하기도 한다. 아무튼 여기의 예수는 종교 지도자보다는 철학가적 면모에 가깝다.
그리고 빌라도 또한 성경과 달리 예수는 아무 죄가 없다고 생각하며 성경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않는 그의 개인 사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책 자체가 무신론적이면서도 유신론적인 분위기를 띈다.
예수의 탄생과 죽음, 부활을 성령의 힘보다는 예수의 깨달음과 철저한 계획이었다고 말한다. 유다가 예수를 밀고한 것도 돈 때문이 아닌 예수와 모종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느니, 죽은 사람을 살린 것도 사실은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깨어난 사례라고 예수 본인의 입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예수는 하나님의 힘이라고 공을 돌린다.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입장을 모두 반영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원문은 '예수를 사랑한 빌라도'이다.
사실 성경에서 빌라도는 악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라는 입장을 취했기에 더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의 빌라도는 예수보다 더 정감이 가는 사람으로 나온다. 사실 빌라도는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예수와 빌라도의 관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참고로 번역이 좀 불친절하다. 직독직해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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