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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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묵은 슬품을 눈물로, 피로 쓴 작품"

 

작가인 유진 오닐이 이 작품을 쓰면서 했던 말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눈물과 피가 느껴진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소 희극작품을 잘 읽지 않는 내게 새로운 개념을 심어준 책이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희극이란 셰익스피어와 같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이 감성적이고 뭔가 호소하는 분위기의 작품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희극을 읽고 있으면 여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유진 오닐은 희극에 대한 이런 통념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게 만든다.

그의 희극은 매우 사실적이고 등장인물의 움직임 또한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마약중독에 빠진 어머니, 강박적으로 돈에 인색한 아버지, 술과 절망에 빠진 아들들.

유진 오닐 자신의 가족들이기도 한 이런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을 통해 나락의 구렁텅이에 빠진 이들을 연민과 용서의 마음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나는 이들을 용서와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기 힘들었고 오히려 절망만이 느껴졌다.

각각의 인물들의 모습, 특히 돈에 인색한 아버지와 아들들간의 갈등은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읽는 내내 눈물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주인공이거나 작가였다면 이들을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 간에 화해의 분위기가 나오더라도 그 분위기가 금방 깨져 버린다.  내 생각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 나름대로 자기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는 죽음과 나락이겠지만 더 이상 이들이 화합할만한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여하튼, 유진 오닐의 작품은 그동안 읽었던 희곡들 중에서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작품으로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추천드린다. 이 작품 역시 가족의 분열을 다루고 있기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적극추천한다.

과거는 바로 현재예요, 안그래요?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죠. - P101

운명이 저렇게 만든 거지 저 아이 탓은 아닐 거야. 사람은 운명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운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써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게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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