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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5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프랑스의 '자연주의'의 선두자인 '에밀 졸라'가 묘사한 '돈'의 세계, 즉 18,19세기 자본주의 유럽 사회를 흥미롭게 표현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흔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마련인 '돈'이니 '투기'니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졸라의 시선이 특이했다. 때문에 돈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기대하고 읽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돈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중심으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가 투기에서 싫어했던 것, 그것은 끊임없는 불안정성, 즉 엄청난 돈이 벌어들인 것만큼 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사치와 비곤이 교차하는 기이한 삶! - P18
극소수의 프랑스인만이 참여하는 금용거래의 신비, 뭇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야만적인 손짓과 고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돌연한 파산과 성공을 뜻했다. 하지만 사카르는 증권거래소가 한시부터 세시까지 마치 거대한 심장처럼 박동하는 이 열기의 도가니에서 다시 한번 황금의 왕국을 꿈꾸었다. - P26
노동이 밥을 보장하지는 않아. 빈자들과 바보들만이 다른 사람들을 살찌우기 위해 일하고 있잖아. 투기, 오직 투기만이 하룻밤사이 단숨에 행복, 사치, 여유로운 삶, 완전한 삶을 허락하는 거야. 만약 이 낡은 세계가 언젠가 붕괴되어야 한다면, 나 같은 사람이 붕괴 이전에 욕망을 채울 시간과 장소를 찾아내야 할 것 아닌가? - P61
불굴의 힘, 즉 돈. 금고 가득 든 돈, 흔히 많은 악을 만들지만 언젠가 많은 선도 만들 돈을 버는 불굴의 힘을 갖게 되리라! - P72
제가 보기에는 결코 즐거워할 수 없고 삶이 불가능한, 그래서 삶을 검은색으로 그리는 너무도 슬픈 사람들이 있어요. 오! 삶의 달콤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착각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게 아녜요. 삶은 너무도 가혹했어요. 저는 그것을 아주 가까이서, 도처에서, 자유롭게 살펴보았죠. 삶이란 악독하지 않다 해도, 정말 지독한 것이죠. 그렇지만 저는 삶을 사랑해요. 왜냐고요? 모르겠어요. 모든 게 몰락하고 무너져도 소용 없어요. 저는 내일이면 폐허 위에서도 명랑하고 당당해지거든요. - P96
고작 100만 프랑을 벌기 위해 삼십 년의 인생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간단한 증권 거래로 한 시간 만에 그 돈을 수중에 넣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는 이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희망만으로 살았다. - P141
그것은 작은 도랑들을 통해 도처에서 피를 불러오고, 피를 축척하고 강물로 불어난 피를 사방으로 보내고, 대사업의 생명 그 자체인 돈의 거대한 순환을 실현하죠. 그것 없이는 자본의 흐름도, 거기서 비롯되는 문명 전파 역사도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요. 주식회사가 도박장이라고, 강도들이 출몰하는 위험한 장소라고 늘 사람들이 외치지요! 그렇지만 주식회사 없이는 우리가 철도도, 세계를 쇄신한 현대적 거대 기업도 가지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P157
증권거래소를 경색시키고 부패시키는 투기의 광적 충동은 십 년 내지 십오 년 주기로 일었으며, 그것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피와 폐허만이 남곤 했다. 벌써 수상쩍은 회사들이 독버섯처럼 생겨났고, 대형 회사들이 모험적 금융 사업을 자양으로 해서 자라났으며, 투기의 뜨거운 열기가 쾌락과 사치로 빛나는 제정의 떠들썩한 번영 속에서 피어올랐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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