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42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이상원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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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는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이다.


아버지와 아들 세대의 사상적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이외에도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에 대해서도 다룬 것 같았다.


물론 나 같은 경우 여전히 아르까디보다는 바자로프에게 더 끌리지만 말이다.

(그리고 훗날 미래의 러시아는 현실에 순응한 아르까디보다 바자로프의 방향대로 흘러갔다)


당대 러시아의 사상적 갈등에 관심이 많다면 추천드린다!

니힐리스트는 어떤 권위 앞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고 제아무리 존중받는 원칙이라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지요.

- 그래, 옛날에는 헤겔학파가 있더니 이제는 니힐리스트구나. 너희가 공허에서, 그 진공의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할지 지켜보겠다. - P37

바자로프 : 러시아인의 유일한 장점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한다는 건데, 중요한 건 2 곱하기 2는 4라는 거지. 나머지는 다 하찮은 거야. - P66

바자로프 : 그렇게 자신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팔짱을 낀 채 앉아 계시는 것이 사회도덕에 대체 어떤 도움이 됩니까? 큰아버님에게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었다 해도 역시 그렇게 팔짱 끼고 앉아 계시지 않았을까요? - P75

바자로프 : 배고플 때 빵 한 조각을 입에 넣기 위해 논리가 필요한 건 아니지요. 그런 추상적인 개념이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는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가장 유용한 것은 부정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부정합니다. - P76

바자로프 : 천둥 치는 걸 보면 예언자 엘리야가 마차를 타고 하늘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판입니다. 이게 당키나 합니까? 제가 그 생각에 동의해야 하나요? 동의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인이 아닌 건가요? 제 할아버지는 농부셨습니다. 우리 둘 가운데 누가 더 동포로 느껴지는지, 영지 농부들에게 한번 물어보시지요. 아마 큰아버님은 농부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실 겁니다. - P78

바자로프 : 우리는 곧 깨달았습니다. 러시아의 곪은 부위에 대해 그저 떠들어 대기만 하는 것은 헛된 교조주의가 되고 만다는 것을요. 소위 시대를 앞선 현명한 개혁가들도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걸, 또 예술이나 무의식적 창조니 의회 제도니 변호사 제도니 하여튼 그런 실없는 소리를 늘어 놓는 사이에 정작 다른 쪽에서는 매일의 먹을거리 걱정을 하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미신이 팽배하며 기업은 정직한 인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쓰러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농노 해방도 별 소용 없을 겁니다. 주점에서 코가 비뚤어지게 마실 수만 있다면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 게 러시아 사람들이니까요. - P79

빠벨(큰아버님) : 예전 젊은이들은 공부를 해야 했지. 무식쟁이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별수 없었거든. 하지만 이제는 그저 세상 모든 것이 다 헛된 것이라고 말하면 그만이야. 젊은이들에겐 참으로 기쁜 일이지. 예전에는 그저 순한 양이더니 이제는 갑자기 니힐리스트가 되어 버렸단 말씀이야. - P82

바자로프 : 인간은 모두 실오라기에 매달려 있어. 바닥없는 심연이 언제 발밑에서 입을 벌릴지 알 수 없지. 그런데도 우리는 굳이 온갖 불쾌한 것들을 생각해 내서는 삶을 망쳐 버리는 거야. - P168

바자로프 : 그런데 난 필리쁘나 시도르 같은 평범한 농민들이 미워지기 시작했어. 내가 애써 노력해 도와줘도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을 걸세. 하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인가? 농민들은 좋은 집에 살게 되겠지만 내 몸에선 잠초가 자라고 있을 텐데. - P194

바보라고 불리면 얻어맞지 않아도 슬퍼지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불리면 돈을 받지 않아도 행복해지니까요. - P259

한낮의 폭염이 지나면 저녁과 밤이 찾아오는 법이다. 괴로움을 겪고 녹초가 된 사람들도 그 조용한 안식처에서는 단잠을 잔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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