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 책갈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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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러시아 혁명은 언제봐도 흥미로운 사건이다.

아직 러시아 혁명에 대해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알아가고 있는 지금, 그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혁명의 뜨거운 열정이 마치 바로 옆에서 일어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읽은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책이었다. 


저자인 '존 리드'는 미국의 언론인이자 현지 급진파의 지도자다. 그는 러시아에서 '미국인 사회주의 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1917년에 일어났던 10월 혁명을 직접 목격했고, 이를 바탕으로 1919년에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라는 이름의 책을 출간하여 많은 사람에게 '가장 풀륭한 르포 문학'이라며 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현실에 일어난 사건을 파악하는 데 있어 자기 생각과 주장이 들어가 있어 문학적인 느낌을 주는 '르포 문학'처럼, 저자인 존 리드는 '10월 혁명'이라는 하나의 사건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내고 있다. 

일어났던 사건 자체를 그대로 묘사하다가도 자신만의 솔직한 견해를 밝혀내는 과정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역사적 상황에서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나조차도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인'이라는 '이방인'의 관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즉, 10월 혁명의 주체인 볼셰비키의 주장뿐만 아니라 멘셰비키, 사회혁명당, 그리고 시 두마 의원들의 주장까지도 본 책에 들어있다.  

강력한 전위당을 앞세워 급진적인 혁명을 추구했던 볼셰비키와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방식의 혁명을 추구했던 멘셰비키와 다른 정당들의 각종 연설과 포스터 자료들도 수록되어있어 생생했던 당시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급진파였던 저자가 볼셰비키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그들이 처했던 정치적, 군사적, 행정적 위기 역시 솔직히 적어 내려갔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보통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 되도록 좋은 관점으로 적으려고 하지만 존 리드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보여주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중점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에게 있어서 혁명적 의의란 '무조건적으로 칭찬'해야 할 것이 아닌,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그 무언가'인 것이다. 지식인이나 소수의 유산계급이 아니라 모든 민중, 가난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끊임없는 힘찬 움직임으로 세상을 이끌어내는 강한 생명력을, 존 리드는 10월 혁명에서 찾아낸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혁명이 일어난 중심인 페트로그라드나 모스크바 등 큰 도시 위주로 움직였던 만큼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던 혁명 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미미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마무리가 아쉽게 끊겨 혁명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도 궁금한 장면들이 많다. 물론 10월 혁명을 중심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기록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독자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내용 다음으로 책의 구성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뒤의 주석이나 포스터, 연설문들이 있는 부분을 본문과 좀 더 명확하게 구분되게 편집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부분이 후주이고 부록인지 구분되지 않아 헤맨 적이 꽤 있었다. 


아무튼, 흥미로운 책이었다. 10월 혁명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이나 러시아 혁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반면에 러시아 혁명, 특히 10월 혁명에 다소 부정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볼셰비키나 기타 급진적인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많으므로 한 번 쯤 읽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나약하고 민중이 저항적인 상황에서는, 정부의 모든 행동이 대중적 분노를 낳고 정부의 모든 우유부단함이 민중의 경멸을 산다. - P61

포성과 어둠 속에서 러시아는 증오와 두려움과 무모한 용기를 떠안은 채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 P113

볼셰비키는 러시아에서 다른 정파들이 8개월간 논의만 해 오던 것을 명확한 강령에 따라 실천에 옮긴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 P162

"좌파도 평화와 빵을 해결할 때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민주당 국제주의파와 멘셰비키 국제주의파를 대표해 발언한 ‘아빌로프‘- - P166

볼셰비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기층 민중의 거대하고도 단순한 욕구를 그들이 현실화해 줬다는 점이다. 즉, 볼셰비키는 민중과 함께 구체제를 파괴해 나갔고, 민중과 협력하면서 페허와 연기 속에서 새로운 체제의 기초를 함께 세워 나갔던 것이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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