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는 ‘악령‘을 완독했다. 도중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멀리 온 같아 결국 끝까지 읽었다.중권에 이어 하권에서는 그동한 눌러오고 있었던 불안감의 징조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주인공 스따브로긴은 물론 뾰뜨르를 뺀 나머지 5인조들의 몰락을 보여준다. 특히 스따브로긴이 사건 후에 다리야에게 보낸 편지와 뒤에 수록된 일명 ‘스따브로긴의 고백‘은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심정과 상태를 독자와 등장인물들에게 속시원하게 알려준다. 지금까지 제 3자의 입장에서만 서술되었기에 그의 이런 자진 고백은 시원하기까지 했다. ‘스따브로긴의 고백‘, 여기서는 ‘찌혼의 암자에서‘라고 소개된 에피소드는 스따브로긴이 몰락하기 전에 암자에서 만난 찌혼이라는 신부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일종의 고해성사와 비슷하다. 아무튼 스따브로긴은 신부에게 자신의 과거와 왜 그런 광기 같은 짓을 하게 되었는지를 얼추 설명한다. 그러자 신부가 중간에 ‘그렇다면 왜 당신은 신을 믿지 않으셨던 겁니까?‘라고 외치는데 처음에는 스따브로긴도 그렇고 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잘 생각해보니 조금 소름이 돋았다. 이는 스따브로긴이 왜 광기를 부렸는지 원인을 잘 살펴보면 답이 나오며 그가 왜 ‘몰락‘했는지 알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 이상은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참고로 이 내용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처음 출판하려 할때 편집장에 의해 강제 편집을 당했다. 그러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아내가 남편의 초고에서 해당 에피소드를 찾아내 후에 추가했다고 한다. 때문에 열린책에서 이러한 사항을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만 스포일러 때문도 있고, 그랬다가는 스따브로긴의 말처럼 1백장이나 되는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서(ㅎㅎ)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악령‘에 대한 여러 문학가들과 지식인들의 분석이 담긴 책이 있었으면 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기에 당분간 석영중 교수님의 ‘매핑 도스토옙스키‘나 이병훈 교수님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와 같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 관련 책을 읽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