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정독하고 있다. 1000쪽 이상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작품이기에 한번에 쭉 읽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했듯이 인간은 어떤 곳에 있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적응하기 마련이라고 나 또한 읽는 동안 적응되어 이제는 거의 해탈 수준에 이르렀다. 여하튼 이 '만화 세계문학 악령'은 방대한 원작을 200페이지 내외로 짧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종의 요약본인데, 일본 현지에서는(그린이가 영어로 되어 있어 미국 쪽인줄 알았는데 일본 출판사란다)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짧은 시간으로 세계명작을 접할 수 있다는점이 바쁜 현대인들에겐 딱 맞아서 그런 것 같다.나는 원작을 읽다가 호기심에 읽게 되었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원작과 비교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결론 아닌 결론을 내자면 꽤 원작과 가깝게 그린 만화였다. 물론 여기저기 잘린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내용은 똑같아서 읽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심오한 만큼 그 심오함을 다 담아내지는 못한 것 같았다. 원작을 읽기에 시간이 없거나 바쁘신 분들에게 추천드리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기에 충분하니 어린이 만화라고 딱히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