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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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악령 상권을 다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일명 도 선생)의 5대 장편소설 중 하나인 ‘악령‘은 당대 러시아를 뒤흔들었던 무신론, 회의주의, 혁명, 투쟁 등등 각종 사상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자신도 이런 의도로 책을 썼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전의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보다 훨씬 심도있고 몇 배는 침울하고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읽는 데 조금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뛰어난 필체로 묘사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특성상 읽기 그만두는 것이 쉽지 않다. 그만큼 그가 그려내는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특히 내게 큰 인상을 남긴 주인공 스따브로긴. 도스토예프스키가 만들어낸 어떤 주인공보다 매력적이었다.

비록 작품의 초반인 상권이라서 스따브로긴에 대해 나오기보다는 시인이자 도스토예프스키 본인과 비슷한 스쩨판을 통해 러시아인을 매혹시키는 악령들(무신론, 회의주의 등등)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악을 행하고 거기에 그 어떠한 가치도 부여하지 않은 스따브로긴의 모습은 강렬했다. (마치 조커가 가지고 있는 끌림이랄까, 선보다는 악에 더 끌리는 것 같아 기분이 찜찜했지만 말이다 ㅎ)

또 한가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러한, 어찌보면 보수주의 같은 정치적 견해에 비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보수주의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를 단순히 무슨무슨 주의로 구별하고 싶지 않다.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도 나온 이념 문제에서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이념이 사람보다는 앞설 수 없다‘
이런 주장을 위해 동적인 이념을 깎아내려야 하는 모습은 분명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내 개인적으론 위와 같은 것은 어떠한 주의를 떠나서 진리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보수주의든 진보주의든 어쨌든 이념과 비슷해 보이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 ‘인류애‘이지 이런 이념자들에게 의해 뒤흔들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아직까지 무슨 주의니, 어떤 당파니 하며 서로 싸우는 등 19,20세기의 잔재를 아직 벗어내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우리에게 또 다른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하튼 긴 여정의 시작점인 만큼 다음권도 신중히 읽어내려갈 작정이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게 스따브로긴이 잘 도와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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