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박노자 지음 / 나무연필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접해본 러시아 혁명 관련 책 ‘러시아 혁명사 강의‘.
저자는 특이하게도 한국으로 귀화한 러시아인 ‘박노자‘ 씨로,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이다.
대학교 입학 당시 저자는 원래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인도학과로 가는 게 지원자가 너무 많아 오늘날 한국학과인 조선어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그날의 인연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여하튼, 다 읽어본 소감으로는 ‘러시아 혁명‘이라는 큰 틀에 맞게 간략하고 능숙하게 잘 설명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레닌과 트로츠키, 스탈린 이 셋으로 밖에 러시아 혁명을 설명하지 못했으며 간혹 저자의 정치적 성향이 나타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읽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특히 사회주의자임에도 소련이나 북한, 중국 같이 자칭 사회주의 국가라고 지칭했던 국가들에 대해 비판적인 성찰이 들어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가 자칫 관료화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고 대책 방법을 ‘러시아 혁명‘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는 등 이 책의 부제목처럼 다른 미래를 꿈꾸는 모습이 신선했다.
그러나 몇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박노자 씨가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에 대해 설명할 때 알게모르게 느껴지는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이 바로 그것이다.
본문에서 저자는 트로츠키가 스탈린 치하의 관료화된 소련에 대해 비판을 했으나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는 여전히 소련의 편을 든 점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저자 역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았다.
소련이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소련의 운영 방식에 아직도 미련이 남는 듯해 보였고, 러시아 혁명에 의한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정책에 대해 현실성이 적다고 말하면서 이들이 시행했던 사기업이 아닌 국가가 시장을 관리하는 비시장적인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발언 때문에 우리나라 몇몇 사회주의 신문에선 저자가 스탈린의 정책을 지지한다며 비판했는데, 내가 보기엔 스탈린을 지지했다기보다는 스탈린 치하의 소련을 특이한 관점으로 본 것 같았다)
한 가지 더, 이건 생각 차이일 수도 있는데 일본과의 독도 문제에서 일본 진보정당과 협력을 맺어 영토 민족주의에 반대하기를 원했다는 말은 매우 급진적이어서 놀랐다. 이는 독도가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뜻인데, 지금 일본이 품고 있는 계략이 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조금 위험해 보이는 발언이었다.
국가 내의 진보정당이 민족주의에 의해 대다수가 우경화되었다는 사실은 옳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족주의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아직 너무나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점을 제외하고는 볼 만한 책이니 러시아 혁명이나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해 알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노동운동을 통해 아래로부터 만들어진 당이 아니라 지식인들에 의해 위로부터 만들어진 당은 파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