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프로코피우스는 미래가 당신이 생각했던 유스티니아누스보다 훨씬 혁신적/개방적이게 될 것이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구나.˝물론 사람이 몇 천년 후의 미래를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비사‘를 읽어보면 이게 과연 당대 역사가로써 유망했던 프로코피우스가 쓴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난잡했다. 뜬금없이 유스티니아누스의 머리가 사라진다던지, 흑마술 사용, 악마의 자식, 남의 재물을 탈취하는 저주스런 독재자..... 등등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있었는데, 아마 프로코피우스는 어떻게든 후대의 사람들에게 유스티니아누스를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앞서 말했듯이 역사서라고 보기 힘든 야사 같은 전개 방식과 오직 개인간의 증오로 밖에 안보이는 저주스러운 말들 때문에 신빙성이 저절로 떨어져 대상인 유스티니아누스보다 프로코피우스에 대한 의심이 더 들게 되었다. 프로코피우스는 서문에 역사란 이성적이고 사실만 기록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는 자칫 한쪽으로 치우쳐진 역사를 만들게 된다면서 ‘솔직하게 기록하고자‘ 이 ‘비사‘를 적었다고 밝힌다.그러나 막상 그가 적은 유스티니우스의 비난 대부분은 당대에는 비난받아 마땅해 보이지만 현대인 지금에서 보면 비난 받을만한 일이 아닌 게 여럿 있었다.특히 신분과 제도 부분인데, 프로코피우스는 유스티니아누스가 미천한 신분(돼지치기와 같은 시골 농민 출신이다)이라며 천시하고 테오도라는 무희에 창녀 주제에 국정에 끼어든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유스티니아누스가 근대 유럽 법의 토대가 되는 법전을 만들고(유스티니아누스는 ‘잠이 없는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정에 매달렸다) 테오도라는 황제를 능가하는 결단력으로 반란을 진압하고 유스티니아누스와 함께 일하면서 국정을 도우는 등 신분이라는 단점을 넘어서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비난하는 프로코피우스의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유스티니아누스를 도와 옛 로마 지역을 되찾은 벨리사리우스마저 각종 나돌았던 안 좋은 ‘소문‘을 근거로 비난한다.)또한 오랑캐에게 화친으로 돈을 줬다는 것, 해년마다 신하들에게 금화를 준 행사를 폐지 시킨 것, 부자들의 돈을 회수 및 세금 인상을 시킨 것 등등이 무조건적으로 좋지 않다는 태도는 기득권의 분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더더욱 우려되는 점은 어째서인지 유스티니아누스에 대한 책보다 야사 같은 이 책이 먼저 나와서 자칫 유스티니아누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을까봐 걱정된다. 만약 비잔틴 제국에 대해 흥미가 생겨 이 책을 보려 한다면 읽어본 사람으로서 그리 추천하지 않은 책이니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