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롄커와 치아문에 이어서 읽은 중국소설 ‘삼생삼세 십리도화‘. 치아문의 충격으로부터 도저히 못 벗아날 것 같아서(정말 이러다 중국소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길 것 같아서) 위험한 시도였지만 또다른 중국 소설을 읽기로 했고,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바로 이 책이었다. 동네 도서관에서 고른 이 작품은 도교와 불교, 중국의 고전이라 불리는 ‘산해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상신(신선보다 윗 계급)인 백천과 천군(옥황상제와 비슷한 계념)의 손자 야화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다 읽어본 결과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아문의 후유증이 싹 가시는 느낌이었고 읽는 내내 백천이 뱉어내는 시원스런 대사에 웃음이 빵빵 터졌다. 작가가 그린 세계관도 옛날 중국 고전에서나 볼 법한 천상계와 속세의 삶이라든지 로멘스 소설이라는 장르에 어울리지 않게 빈틈이 안 보일 정도로 꼼꼼해서 작가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소설도 자연스러웠고 등장인물들의 행동 또한 부드럽게 진행되어 답답한 점이 없었다. 특히 소설 속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주인공 백천의 성격이 마음이 들었다. 작중에서 모든 신선, 상신들로부터 ‘고모님‘이라고 불리며 대선배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백천은 자신의 할 일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여느 로멘스 소설의 주인공처럼 사랑에 끙끙대고 상대방을 무조건 위하려는 행동보다 ‘이거 한번 해보죠!‘라고 당당하게 원하는 것을 말한다. 풍류와 기교는 잘 하지는 못하지만 술을 좋아하고 가끔은 친한 신선들과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인간적인 면모가 보였다. 이런 백천의 시원한 행동 때문에 400쪽이 넘는 이 작품을 지루하지 않게 읽었던 것 같다. 나중에 이게 인터넷 소설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건 덤이다.여하튼, 만약 볼만한 중국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