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기담'. 제목만 보면 역사 소설이나 기타 비슷한 장르의 책인 것 같지만 사실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구성된 '기록집'에 가깝다. 저자의 감상도 덤으로 들어있다. 이 책에서 가장 높게 보는 것은 역시 '방대한 자료'다. 당시 신문 기사가 곳곳에 첨부되어 있어서 사건의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신뢰성 있어 보인다. 또한 현재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제강점기 때 살인사건이나 스캔들이 소개되어 있어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읽을만한 책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제 선정이다. 주제 선정이 정말 아쉽다. 본책의 제목이 '기담집'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과 기이한 사건보다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 스캔들의 이야기도 대부분 오늘날로 치면 사회인사들의 불륜이나 가정을 파괴 스토리들에 불과하다. 물론 역사에 가려져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앞에 4건의 기이한 이야기에 비하면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사건과 같이 정말 기이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