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린다 2
히무로 사에코 지음, 김완 옮김 / 길찾기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바다가 들린다>는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1권이 남주인 ‘모리사키 타쿠‘와 여주 ‘무토 리카코‘의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2권은 둘의 대학생활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딱히 대학생활이라 할 것 없고 일상생활에서 겪는 이야기들이 다수다. 특히 타쿠와 리카코간의 관계가 더욱 그렇다.
사실 리카코는 내가 만났던 여느 여자 주인공 중에서 가장 제멋대로인 사람이었다. 타쿠가 불쌍할만큼 일을 벌리고 다닌다. 좋게 말하면 도시 여자(?) 같은 도도함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재수가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리카코의 성격을 알아주고 또 좋아하는 타쿠에게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어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꺼려하는 리카코의 성미를 참아주고 받아주는 그의 행동이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부제목에 ‘사랑이 있으니까‘도 아무리 감정에 무디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사랑이 있다는 것을 타쿠의 입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란 감정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 아닌, 주려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죽을만큼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사랑을 줄 순 없으니 말이다.

리카코처럼 자기중심적이면서 한편으론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에게도 분명 사랑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타쿠도 분명 그걸 알고 있었을거다.
그런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은 ˝넌 최선을 다했어˝ ˝넌 잘할 수 있어˝가 아닐련지.

이 책의 최고 정점은 마지막 결말 부분이다.
타쿠는 도쿄의 번화가 중 하나인 ‘긴자‘가 예전에는 바다가 밀려오던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타쿠는 그렇게 고요하던 곳이 어느새 이런 번화가가 됬다는 것과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치 ‘물고기‘같다고 생각하게 되고 ‘혼자 있기엔 너무 아름답다‘면서 새삼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있는 편이 더 아름답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게 타쿠와 리카코는 화려한 도시를 함께 걸어가며 청춘을 만끽하는데, 이 장면이 머릿 속에 상상될 정도로 인상 깊었다. 비록 우여곡절 같은 에피소드도 있었으나 끝은 아름다웠다.

덧붙이자면 이 <바다가 들린다>는 지브리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제작년도는 1993년 즈음으로 당연한 일이지만 소설 속 배경과 똑같은 시간이다. 때문에 1990년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겨져 있다.
더욱이 미야자키 하야오 대신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만들었으니 옷 스타일이라던지 건물, 사람들의 인식들이 모두 추억을 돋기에 좋았다.
나중에 꼭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리카코에게는 사랑이 있지만, 그 사람에게는 없어. 누구나 모두에게 사랑을 품는 건 아니야. 그러면 좋겠지만, 사랑이 있으면 좋다는 걸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기억해나가는 거야.

어느 가게에서인가 틀어놓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럴은 부드럽고 매우 정겹게 느껴졌다. 그것은 이런 밤에 영화를 혼자 서서 보느냐 둘이 보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두 사람이기 때문에 서서 보아도 용납이 되는 것이다.
기성품 노래가 귀에 부드럽게 들리는 것은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곁에 있고, 나와 있는 것을 즐겁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즐겁게 해 주고, 귀도, 눈도 기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리의 색도 소리도, 모든 것이 부드럽게 여겨진다. 이 밤은 그러기 위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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