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트로츠키'제목만 보면 뭔가 트로츠키와 관련된 책인것 같지만 사실 이 책에서 트로츠키는 중요치 않다. 오직 일본인/몽골인 혼열아 주인공 '움보르트'이 겪는 고난과 고뇌가 중요할뿐이지만 제목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는 작품이다 ㅠ암튼 이 작품은 그 유명한 '기동전사 건담'의 작가이자 애니메이터 경력을 가지고 있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그린 역사만화다. 배경은 무려 일제가 판을 치던 1930년대. 한창 일본의 역사 인식이 논란인데 작가인 요시카즈는 이 작품에서 일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이 일제 순사에게 끌려서 고문당하는 것은 물론 반일제를 외치는 사람들을 잡으려고 마을 하나를 통째로 불태우는 모습 등등 꽤 직설적이다. 또한 당시 고위 군관이었던 자들, 도조 히테키, 츠지, 간지의 모습도 우스꽝스럽게 그렸고 정치적 음모를 잔뜩 가지고 있을 법하게(사악하게) 그렸다. 하지만 작가가 단순히 일제를 비난하기위해 그린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움보르트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그의 행동은 다소 기이할 정도로 방황해한다. 움보르트는 반은 일본인, 반은 몽골인인 청년이다. 하지만 그는 일본인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유인 즉슨 일제의 벌인 만행과 어린시절 10년의 기억을 잃어 그것을 되찾기 위함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일제가 만주에 세운 학교에 들어가 공부한다. 사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의 정체성과 잃어버린 기억이지, 민족의식이나 애국심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족들이 서로 화합하고 평화롭게 사는 걸 지향하는 쪽이랄까. 일종의 평화주의자인 셈이다.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작가도 이런 부류가 아닌지.다른 우익 일본인들이 그리는 만화에 비하면 요시카즈가 그린 만화는 양심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 나온 '하늘의 혈맥'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나왔다고 하니 대단하고 신기할따름이다. 아직 1권이라서 대강 사정은 잡지 못하겠으나 앞으로가 기대되는 만화다. 그리고 또 하나 더, 확실히 전직 애니메이터에 동양화풍을 잘 그리는 사람답게 그림체가 살아있듯이 역동적이다. 정말 이걸 보고 요즘의 그림들을 보면 전혀 살아있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게 90년대에 나온 것이다 보니 가끔 옛날 만화의 느낌이 나긴한다. 그래도 굉장히 재미있으니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