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1권에 이어 2권에 이르렀다.
1권이 니콜라이 2세의 일생을 그린 책이었다면 2권은 니콜라이 2세가 어떻게해서 죽임을 당했으며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그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니콜라이 2세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조사한 것을 이번 마지막권에 전부 쏟아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잘 짜인 하나의 틀을 만들어냈다.

사실 니콜라이 2세의 전 생애 중에서 유명한 사건은 결혼도 아니고, 1차 세계대전도 아닌, 마지막 처형 때문이 아닐까 한다.
누구나 그의 최후가 끔찍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니콜라이 2세에게 있어서 한순간에 벌어진 사건일 뿐이며 그가 이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은 총이 발사된 1,2초 뿐일 것이다.
로마노프 일가의 처형은 사실상 그들을 총살시킨 자들에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먼저 로마노프 일가를 예카체린부르크에 유폐시킨 우랄 평의회로 말하자면, 그들은 로마노프 일가를 우랄 지역으로 보내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보낸 책임자를 협박까지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의 손으로 황제를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랄 지역은 혁명의 기운이 제일 센 지역이었다. 예를 들면 루이 16세가 프랑스 혁명군이 있는 진지 한 가운데에 홀로 서 있게 되는 꼴이 되는 셈이었다.
이 때 니콜라이 2세는 수송 기차 안에서 조용히 있었다.

두번째로, 우랄 평의회 당원 골로쉬체킨의 음모다. 그는 로마노프 일가를 처형하는데 정당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 황제의 복귀를 일으킨다는 거짓 증거물을 심어 모스크바에 연락을 해 허락을 받는다.
이 때 니콜라이 2세는 거짓 증거인 줄 모르고 그저 조용히 일상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로마노프 일가를 총살한 사령관 유로브스키의 증거 인멸 과정이다.
유로브스키는 황제 일가를 총살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음 마침내 지하실에서 그들을 죽인다. 그리고 그는 서둘러 시체를 트럭에 싣고 찾지 못하도록 황산을 부은 시체를 태워 매장했다. 무려 5시간만에 10구가 넘는 시체를 전부 처리한 것이다.
이 때 니콜라이 2세는 죽어있었다.

이것만 보면 니콜라이 2세와 그 가족들은 자신들이 처형된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이상하리 만큼 조용히 있었고 오히려 처형대원들이 더 바쁘게 움직였다. 훗날 이들의 이상한 행동으로 러시아 정교에서는 로마노프 일가를 성자로 표현하게 된다. 도망치지 않고 마치 고통을 감내하기로 한 모습이었다면서.

내 생각에도 니콜라이 2세가 모든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보냈던 유폐기간의 생활이 황제로 있었을 때보다 더 만족해했다는 것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오히려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고 로마노프 일가를 처형하는데 앞장 선 유로브스키는 훗날 자신의 이름이 역사에 길이 남겨졌다는 것을 자랑하기까지에 이른다.

하지만 마지막은 니콜라이 2세의 승리로 돌아간다. 처형에 참가했던 우랄 당원들은 훗날 스탈린에 의해 거의 숙청된다.

여기서 니콜라이 2세의 마지막 말을 들어보면 왜 그의 승리인지 알 수 있다.

˝당신들은 당신네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소˝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 말을 ‘뭐라고? 뭐라 말했나?‘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뒤에 몇 마디를 더 했었다)
이는 그가 자주 읽던 성경에서 나온 구절이다. 니콜라이 2세는 처형 주모자들의 최후를 미리 예견했던 것일까?

니콜라이 2세의 최후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유약한 군주‘?, 아니면 ‘혁명에 희생당한 불쌍한 사람‘?
확실한 건 어떤 이름이든 그는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최근에 그들의 유골들이 발견되면서 다시 러시아 마지막 황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렇게 역사의 소용돌이는 또 휘몰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날 밤 발자타르는 자신의 시종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처형된 방 벽면에 새겨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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