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영어의 결정적 표현들 ㅣ 영어의 결정적 시리즈
박종홍 지음 / 사람in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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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영어라는 말은 상당히 많은 과거사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 좀 했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정규 코스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군 제대와 동시에 공부에 필요한 기억력과 사고력이 초기화되는 마법에 걸린 복학생들 가운데 하나로서 영어를 다시 공부하기란 맨땅에 박치기 같았다. 그러나 하나를 잃으면 다른 뭔가를 하나 얻는 법. 두둑한 엉덩이 살과 끈기만 믿고 영어 공부의 문을 두드리기로 한다.




어디서 뉴스를 통한 영어 공부가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앞뒤 생각 없이 단파 라디오부터 하나 구매했다. 인터넷이 없던 1990년대 초반 세계 각국의 영어 뉴스 방송을 들을 수 있던 단파 라디오는 획기적인 학습 도구였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수신 음질이 매우 불량하여 제대로 들으려면 반드시 긴 안테나가 필요했다. 복학생의 최고 장점은 실행력이라고, 지름 2밀리의 10미터짜리 구리 선을 사다 라디오에 꽂은 후 도시가스 관을 타고 올라 4층 방에서 5층 옥탑의 텔레비전 안테나에 연결한 순간, 선명하게 들려오던 영어 뉴스 진행자의 목소리에 너무 기뻐 만세를 부르다 지상으로 추락할 뻔했다. 이처럼 아찔하게(?) 시작된 청해 공부를 3년간 지속한 결과, 5분짜리 AP 뉴스를 듣고 적는데 40분까지 단축할 수 있었고 미국 영어뿐 아니라 BBC 뉴스를 통해 세계 각국의 특징적인 영어를 접할 수 있었다. 잡초 같은 학습법이지만 가히 토종 영어 학습자의 눈물겨운 인간승리라 할 만하지 않겠나.




각설하고, 어려서 영어권 국가에서 자라 고통 없이 외국어를 습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저자는 언어학적 성인기 이후 국내에서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기자, 통번역사, 뉴스 진행자로 활동하며 이중언어 사용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가 1년 넘게 준비해왔다는 이 책에는 뉴스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하고 굵직한 소재들을 다룬 230개의 분야별 표제어 아래에 상세한 배경 설명과 함께 표제어와 유사한 표현을 활용한 예문이 실려있어 시사 상식과 어학 지식은 물론 어휘 확장 측면에서 굉장히 유용하다. 이런 요긴한 표현 이외에도 별도로 구성된 5개의 ‘박앵커 학습칼럼’이야말로 이중언어 사용자가 줄 수 있는 영어 학습의 백미요 꿀팁이라 할 수 있다. 뉴스는 물론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영어 학습에 필요한 조언은 사실 이 부분에서 거의 다 언급되어 있다.




특히, 230개의 뉴스 뭉치 패턴과 실제 뉴스에서 사용된 예문 1,500개를 읽고 녹음한 빈출 표현 예문의 경우, 책 제작과 편집의 한계로 출판사 블로그를 통해 뉴스 영어를 원음 그대로 제공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진다. 성우가 읽어내려간 예문이라 사실감이 떨어지는 단점을 만회라도 하는 듯, 뉴스의 원문을 각 페이지 하단에 번역과 함께 실어놓아 해당 어휘의 용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어-영어 순으로 구성된 예문은 일반 영어 학습자뿐만 아니라 영어 기자 준비생이나 통역사 지망생들에게 매우 유용해 보인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청해를 잘하려면 독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학습자에게 문자 정보가 입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성 정보를 들려줘 봐야 정신 건강에 해로울 뿐이다. 그러니 책 내용을 먼저 공부한 후 청해 자료를 활용하는데 맞다. QR 코드로 각 예문의 음성파일을 찾아보는 방식 이외에도 출판사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mp3 파일을 내려받아 오디오북처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자가 말하는 뭉치낭독법(chunking 단위 또는 연음으로 듣고 말하기 연습을 말하는 듯)의 기본 원리를 유투브에서 섭렵해준다면 금상첨화겠다.




저자는 또한 유투브 홍보 영상에서 이 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에 언급되는 관심 주제를 책에서 찾아 유용한 표현을 익혀보는 것인데, 예문을 묵독-낭독으로 반복한 후 원어민의 음성을 듣고 따라 해보며 관심 분야를 영화, 스포츠 등으로 넓혀볼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국내 뉴스에 등장하는 용어를 영어로는 뭐라 표현할까 싶은 의문에 즉각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향상할만한 학습법으로는 첫째, 하루에 패턴 3개를 3회 반복 정독한 후 관련 예문을 음성파일로 듣고 뭉치낭독법으로 억양, 강세, 연음을 살려 읽기를 훈련하고 둘째, 우리말과 영어 예문을 공책에 일일이 수기로 필사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어순과 구문을 좀 더 확실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 책 전체를 두세 번 정독한 후, 책 뒤편에 제공된 한-영 및 영-한 두 종류의 색인을 읽으면서 기억나는 예문을 적어보고 원문과 대조해봄으로써 철자, 전치사 등 전반적인 오류와 올바른 용법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색인을 바탕으로 나만의 독창적인 뉴스 기사 예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던 과거에 비해 영어 학습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고 세계어의 확산으로 소통이 어려운 지역은 점점 좁혀지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영어 사용자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만 해도 분명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다. 그러나 외국어이기 때문에 평생 배워야 하는 영어 학습자로서 쉽게 배운 내용은 쉬이 잊히는 예도 있음을 상기하며, 적어도 머리 아프게 공부한 것만큼은 자산으로 남는 기쁨을 다 함께 맛보셨으면 한다.

 

#외국어 #영어학습 #뉴스영어의결정적표현들 #사람in #서평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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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영어의 결정적 표현들 ㅣ 영어의 결정적 시리즈
박종홍 지음 / 사람in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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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에 팔아도 되나 싶은 뉴스의, 뉴스에 의한, 뉴스를 위한 최강 어휘 학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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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 심리학은 어떻게 행복을 왜곡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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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하고 도전적인 사회심리학자가 ‘지금 당신의 행복은 진짜가 아닌 착각일 뿐’이라고 말해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YOLO(You Only Live Once) 바람이 불어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자고 난리더니, 최근에는 몸 챙김, 마음 챙김에 이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유행하고 있음을 안다. 여기저기서 ‘나 이 정도로 잘살고 있다’며 경쟁적으로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이쯤에서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사의 말처럼 모두가 올라탄 행복 열차에 급제동을 건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수백만 명의 성인이 마약, 알코올, 담배, 도박, 포르노, 게임 등 쾌락을 발견하는 위험한 방법에 몰두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더 좋은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정신의학자 할로웰 (82쪽)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조선 왕조의 어느 임금님 부럽지 않게 더 잘 먹고 더 잘 입으며 심지어 더 오래 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연히 옛날보다 더 행복한 세상을 산다고 해야 맞는 말일 텐데, 대한민국 국민 개개의 삶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세계 143개국 가운데 118위에 노인 자살률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최대 열 배에 이르며 40대 남성의 사망률은 세계 1위이다. 2016년 64만여 명이던 우울증 환자의 수가 2019년에는 80만 명 가까이 증가하는 등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대부분은 행복하지 않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저자는 우리가 과거보다 더 불행해진 이유를 전작인 <풍요중독사회>를 통해 불화가 극심한 ‘풍요-불화 사회’에 살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 암울하게도 우리가 필사적으로 행복을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불행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쉽게 사라지지 않을 풍요 속의 빈곤 현상으로도 모자라 더욱더 놀라운 반전은,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사실 자본가계급이 만들어낸 행복산업의 상품이라는 점이다.



 

사회가 안정적인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놓지 못하면,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기본소득을 사회 시스템이 보장해주지 못하면, 이렇게 개인과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연호 (139쪽)

 

독점자본가계급은 왜 21세기형 산업혁명인 행복산업을 만들었을까? 첫째는 이윤 창출의 도구인 노동력의 고갈 현상으로, 하나로 뭉쳐 저항하던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흩어놓았더니 다들 약해져서 더는 덤비지 않지만 너무 약해진 나머지 이제는 일마저 제대로 못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의 열정과 활력 상실이 곧 자본주의 최대의 위협임을 감지한 자본가들은 결국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한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힐링 산업이나 행복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 것이다. 둘째는 자본가계급 역시 극심한 경쟁으로 불행해지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비록 사회 최상위층에 군림하지만, 계급적 본성으로 인해 참다운 행복을 얻을 수 없으므로 그들 역시 행복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 행복을 갈구하지만, 근원적으로 인간관계에서 누리는 자유를 돈이 주는 자유와 치환하였기 때문에 자본주의 구조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 노동자는 기댈 돈이 없어 생기는 불안감, 즉 생존 불안에 시달리고 자본가는 돈의 위력에 굴복하기 싫은 존중 불안에 몸부림친다. 결국, 돈 그 자체는 행복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한국인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면 물질주의 행복론이 득세하지 않는 건전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보주의는 사회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보다 사회제도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현재의 사회제도 덕분에 호의호식하고 있는 기득권과 보수주의자들은 사회제도 개혁을 결사반대한다. (148쪽)

 

지금의 우리 사회는 겉만 번드르르할 뿐 사실은 속병이 깊다. 돈이 곧 행복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믿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였고 돈이 곧 진리요 정의였다. 돈 많은 집 자녀는 자제분이 되고 돈 없는 집 자녀는 그냥 아이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국가가 국민의 행복을 돌보지 않는 각자도생의 사회이기 때문에 믿을 것은 오로지 돈뿐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고 돈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고 차별하고 무시하는 사회의 사람들은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에 시달린다. 월평균 소득이 43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는 생존 불안에 시달리고 그 이상을 버는 가구 역시 존중 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우리에게 일찍이 북유럽식 사회제도를 채택하여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국가가 개인의 생존을 상당 부분 책임져주고 직업에 따른 소득 격차도 크지 않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덴마크야말로 유토피아와 다름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를 흔히 ‘임금 노예’라고 부르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다운 행복을 누리기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이들이 정권과 생산수단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가 참다운 행복을 누리려면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를 절대다수의 사람이 정권과 생산수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사회로 개혁해야만 한다. (255쪽)

 

결론적으로 저자는 개인의 행복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의 재능과 노력보다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택, 실직자 생계지원, 재취업 국가지원, 기본소득 등을 보장하는 사회제도에 달려있으며, 개인의 생존을 국가가 책임지는 평등한 사회 구조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행복을 위한 삶의 과정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하며 미국을 위시한 신자유주의 논리에 물든 주류 심리학의 가짜 행복론과 과감히 결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 격한 공감과 지지를 보내며, 아울러 저자의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일갈이 진정한 행복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갈매나무출판사 #가짜행복권하는사회 #김태형 #사회심리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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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험 - 너머의 세계를 탐하다
앤드루 레이더 지음, 민청기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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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험의 길로 나서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호기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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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험 - 너머의 세계를 탐하다
앤드루 레이더 지음, 민청기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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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동굴로, 다시 동굴에서 들판으로 나온 인간의 역사를 시작으로 탐험은 중요하면서도 경이로운 행위였다. 탐험은 또한 오랫동안 대중의 일관된 관심사로서 우리가 역사와 과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늘 일깨워준다. 초기 폴리네시아인들이 망망대해를 건너 남아메리카에 도달하였고, 로마인들이 중국을 여행하였으며, 심지어 흑사병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던 14세기에도 인류는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를 횡단하였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면서, 저자는 고대와 중세 세계의 사람들이 그들 이전의 세대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우리를 탐험의 역사로 안내한다. 그뿐만 아니라, 해상 탐험의 선구자였던 바이킹이 우연하게도 균형 잡힌 식단으로 당시 선원들에게 치명적인 괴혈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후 장거리 항해에 보편적으로 반영된 것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풍성하다. 무엇보다 일부 서구인 특유의 편협하고 일방적인 서구 위주 세계관에서 벗어나 동양의 확장과 탐험까지 포괄하고 있어 저자의 열린 마음과 학문적 내공을 가늠할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끝없이 전진하게 한 원동력은 ‘세상의 끝과 그 너머에 있는 거대한 바다’에 가려는 열망이었다. (70쪽)

 

이 책은 탐험의 역사를 통하여 인류의 탐험 욕구가 인류에게 어떤 진전을 이루게 하였는지, 그리고 미지의 우주 세계로 인류를 어떻게 데려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살펴본다. 화성 이주 계획 스페이스X를 총괄하는 저자가 쓴 이 책의 제목은 무미건조한 과학 논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호모 사피엔스 종족이 이룬 업적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득하다. 범죄 스릴러 장르도 아닌 것이 400여 쪽을 순식간에 읽어나가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또한, 저자는 인류 탐험의 시대를 고전 세계사, 유럽의 발흥, 과학의 발전, 그리고 우주여행의 미래로 분류하였다. 그리스인들의 성장과 그들이 세계에 미친 영향,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야기, 탐험 강국이었던 중국의 흥망성쇠와 그 영향 등 흥미로운 소재들이 놀라운 속도로 펼쳐진다. 우주여행의 미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저자가 이 분야에서 현존하는 최고 권위자이기 때문에 가능하며, 쉽고 재미있게 쓰여 과학에 전문가가 아닌 독자라도 누구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향신료는 한마디로 위세를 자랑하는 수단이었다. 그것을 보면 세상의 변두리였던 중세 유럽의 삶이 얼마나 단조로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유럽의 귀족들은 외국에서 온 음식을 먹으면서 찬란했던 시절, 그러니까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호화롭게 생활하면서 아시아의 제국을 짓밟고 세계무대에 승자로 우뚝 섰던 시절의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렸던 것이다. (137쪽)


흔히 세계사라고 하면 우리는 르네상스 초기까지 유럽이 동양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고 밖으로 나가 경쟁적으로 세계를 정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머리에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이 시대 유럽 부흥의 원인은 각국의 기업에서 얻은 자원과 지식에 있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1400년 당시 중국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경제 및 군사 강국이었지만, 정화 원정대 이후 외국의 영향이 자국의 문화를 바꿀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립주의로 돌아섰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무역로 탐사와 패권 장악을 중단했던 바로 그 시기에 초기 제국주의 유럽 국가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한 것이라 말한다. 탐험과 기술 사이의 상승효과는 이 책에 반복되는 주제로, 수 세기 전의 탐험가들이나 오늘날의 선구적인 우주 탐험가들 모두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된다. 인류는 미지의 것을 탐험하면서도 찾고 있던 것을 늘 발견하지는 못한 대신, 미래의 탐험 방향과 같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급진적인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곧 탐험이 본질적으로 바람직하고 유익하며 심지어 인류의 미래에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통찰을 보여주는 저자의 역사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과학자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뿐 아니라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구성 능력은 어쩌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일 수도 있다. 문화와 사회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분석적 정교함으로 탐험의 역사는 물론 영어 어원의 역사를 파헤친다. 공성 전투 시 적의 성 밑을 파 들어간대서 유래한 undermine, 진나라를 일컫다가 중국을 뜻하게 된 china, 슬라브 민족을 노예로 삼았던 흑역사의 slave,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딴 Philippines, 이 외에도 한때 세계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네덜란드의 영향으로 지금도 널리 쓰이는 booze(술), boss(상관), coleslaw(양배추 초절임), cookie(과자), cruise(순항), decoy(미끼), dope(약물), kink(괴짜), spooky(으스스한), Yankee(미국 북부인) 등이 좋은 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유럽인보다 훨씬 행복했다. 유럽인이 많이 찾는 잉여물이나 문명의 이기를 전혀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들의 효용을 몰랐기 때문이다. 불평등이란 것을 몰랐기에 아주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물질적 풍요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우리는 현대 문명의 이기에서 행복을 찾기보다는 이웃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가장 높은 곳에 있지 못하는 것을 불평한다. (255쪽)

 

궁극적으로 저자는 로봇이 잠재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찾을 수 있는 투기적 미래, 심지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별에 도달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가질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달과 화성에 식민지를 가질 수 있는 미래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돌파구는 따라오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우주를 탐사할 것인가를 구체적 기술적으로 설명한다. 미지의 것을 탐험하도록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은 인류의 특징이자 잠재된 본능이다. 아직 지구에 대해 미처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수없이 많지만, 우리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저 우주 밖에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 액수의 재원,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실패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실패가 인류의 탐험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실패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고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워왔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미지의 세계를 계속 탐구해야 할 당위성을 강조한다.

 

장거리 항해를 통해 얻는 이익이 없다면 장거리 항해용 선박은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발전하려면 한계를 초월해야 한다. (319쪽)

 

이 책이 주는 근사한 선물 중 하나는, 거의 모든 쪽마다 최대 3개씩 달려 온갖 종류의 특이한 정보를 제공하는 각주이다.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 비행의 공로를 인정받은 유리 가가린이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늘 잠겨 있어 실제로는 조종 장치에 손도 대지 않았으며, 저장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통조림이 초기에는 따개가 없어 망치와 끌로 열어야 했다는 식이다. 이 책에 언급된 주제들을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면 부록에 제시된 참고문헌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인간을 탐험의 길로 나서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호기심에 있음을 상기하며, 인류 역사와 천문학, 우주과학 분야는 물론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절대 이 책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우리라.


#세계사 #인간의탐험 #우주개발 #스페이스X #화성이주계획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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