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험 - 너머의 세계를 탐하다
앤드루 레이더 지음, 민청기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에서 동굴로, 다시 동굴에서 들판으로 나온 인간의 역사를 시작으로 탐험은 중요하면서도 경이로운 행위였다. 탐험은 또한 오랫동안 대중의 일관된 관심사로서 우리가 역사와 과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늘 일깨워준다. 초기 폴리네시아인들이 망망대해를 건너 남아메리카에 도달하였고, 로마인들이 중국을 여행하였으며, 심지어 흑사병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던 14세기에도 인류는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를 횡단하였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면서, 저자는 고대와 중세 세계의 사람들이 그들 이전의 세대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우리를 탐험의 역사로 안내한다. 그뿐만 아니라, 해상 탐험의 선구자였던 바이킹이 우연하게도 균형 잡힌 식단으로 당시 선원들에게 치명적인 괴혈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후 장거리 항해에 보편적으로 반영된 것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풍성하다. 무엇보다 일부 서구인 특유의 편협하고 일방적인 서구 위주 세계관에서 벗어나 동양의 확장과 탐험까지 포괄하고 있어 저자의 열린 마음과 학문적 내공을 가늠할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끝없이 전진하게 한 원동력은 세상의 끝과 그 너머에 있는 거대한 바다에 가려는 열망이었다. (70)

 

이 책은 탐험의 역사를 통하여 인류의 탐험 욕구가 인류에게 어떤 진전을 이루게 하였는지, 그리고 미지의 우주 세계로 인류를 어떻게 데려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살펴본다. 화성 이주 계획 스페이스X를 총괄하는 저자가 쓴 이 책의 제목은 무미건조한 과학 논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호모 사피엔스 종족이 이룬 업적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득하다. 범죄 스릴러 장르도 아닌 것이 400여 쪽을 순식간에 읽어나가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또한, 저자는 인류 탐험의 시대를 고전 세계사, 유럽의 발흥, 과학의 발전, 그리고 우주여행의 미래로 분류하였다. 그리스인들의 성장과 그들이 세계에 미친 영향,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야기, 탐험 강국이었던 중국의 흥망성쇠와 그 영향 등 흥미로운 소재들이 놀라운 속도로 펼쳐진다. 우주여행의 미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저자가 이 분야에서 현존하는 최고 권위자이기 때문에 가능하며, 쉽고 재미있게 쓰여 과학에 전문가가 아닌 독자라도 누구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향신료는 한마디로 위세를 자랑하는 수단이었다. 그것을 보면 세상의 변두리였던 중세 유럽의 삶이 얼마나 단조로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유럽의 귀족들은 외국에서 온 음식을 먹으면서 찬란했던 시절, 그러니까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호화롭게 생활하면서 아시아의 제국을 짓밟고 세계무대에 승자로 우뚝 섰던 시절의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렸던 것이다. (137)


흔히 세계사라고 하면 우리는 르네상스 초기까지 유럽이 동양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고 밖으로 나가 경쟁적으로 세계를 정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머리에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이 시대 유럽 부흥의 원인은 각국의 기업에서 얻은 자원과 지식에 있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1400년 당시 중국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경제 및 군사 강국이었지만, 정화 원정대 이후 외국의 영향이 자국의 문화를 바꿀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립주의로 돌아섰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무역로 탐사와 패권 장악을 중단했던 바로 그 시기에 초기 제국주의 유럽 국가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한 것이라 말한다. 탐험과 기술 사이의 상승효과는 이 책에 반복되는 주제로, 수 세기 전의 탐험가들이나 오늘날의 선구적인 우주 탐험가들 모두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된다. 인류는 미지의 것을 탐험하면서도 찾고 있던 것을 늘 발견하지는 못한 대신, 미래의 탐험 방향과 같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급진적인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곧 탐험이 본질적으로 바람직하고 유익하며 심지어 인류의 미래에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통찰을 보여주는 저자의 역사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과학자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뿐 아니라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구성 능력은 어쩌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일 수도 있다. 문화와 사회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분석적 정교함으로 탐험의 역사는 물론 영어 어원의 역사를 파헤친다. 공성 전투 시 적의 성 밑을 파 들어간대서 유래한 undermine, 진나라를 일컫다가 중국을 뜻하게 된 china, 슬라브 민족을 노예로 삼았던 흑역사의 slave,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딴 Philippines, 이 외에도 한때 세계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네덜란드의 영향으로 지금도 널리 쓰이는 booze(), boss(상관), coleslaw(양배추 초절임), cookie(과자), cruise(순항), decoy(미끼), dope(약물), kink(괴짜), spooky(으스스한), Yankee(미국 북부인) 등이 좋은 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유럽인보다 훨씬 행복했다. 유럽인이 많이 찾는 잉여물이나 문명의 이기를 전혀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들의 효용을 몰랐기 때문이다. 불평등이란 것을 몰랐기에 아주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물질적 풍요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우리는 현대 문명의 이기에서 행복을 찾기보다는 이웃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가장 높은 곳에 있지 못하는 것을 불평한다. (255)

 

궁극적으로 저자는 로봇이 잠재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찾을 수 있는 투기적 미래, 심지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별에 도달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가질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달과 화성에 식민지를 가질 수 있는 미래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돌파구는 따라오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우주를 탐사할 것인가를 구체적 기술적으로 설명한다. 미지의 것을 탐험하도록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은 인류의 특징이자 잠재된 본능이다. 아직 지구에 대해 미처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수없이 많지만, 우리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저 우주 밖에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 액수의 재원,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실패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실패가 인류의 탐험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실패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고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워왔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미지의 세계를 계속 탐구해야 할 당위성을 강조한다.

 

장거리 항해를 통해 얻는 이익이 없다면 장거리 항해용 선박은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발전하려면 한계를 초월해야 한다. (319)

 

이 책이 주는 근사한 선물 중 하나는, 거의 모든 쪽마다 최대 3개씩 달려 온갖 종류의 특이한 정보를 제공하는 각주이다.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 비행의 공로를 인정받은 유리 가가린이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늘 잠겨 있어 실제로는 조종 장치에 손도 대지 않았으며, 저장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통조림이 초기에는 따개가 없어 망치와 끌로 열어야 했다는 식이다. 이 책에 언급된 주제들을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면 부록에 제시된 참고문헌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인간을 탐험의 길로 나서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호기심에 있음을 상기하며, 인류 역사와 천문학, 우주과학 분야는 물론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절대 이 책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우리라.


#세계사 #인간의탐험 #우주개발 #스페이스X #화성이주계획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