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 - 패션의 권력학
계정민 지음 / 소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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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구성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문학에서의 계급, 대중성, 수용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했던 영국 문인 13인과 그들의 작품 15편을 바탕으로 당시 하나의 권력이 되었던 패션, 즉 댄디즘에 천착한 일련의 연구물을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시대를 휩쓸던 실버포크 장르의 인기에 비하여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노튼 영국 문학 선집에 실린 소설은 의외로 거의 없는 편이었는데, 졸업하고 무려 30년 만에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아라비(Araby)’를 찾아 읽어보는 데 성공하였다. 저자는 실버포크 장르의 대표적인 문인과 그의 작품을 한데 엮어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댄디즘을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초창기 격렬한 비판에 노출되었던 댄디즘이 어떻게 철없는 젊은이들의 치기 어린 조롱거리로 변화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였다.

2. 빅토리아 시대

1837년부터 1901년까지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중 영국이 역사상 가장 번영을 누리던 시기를 일컬어 빅토리아 시대라 한다. 이때 영국은 유례없이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였으며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이루고 있었다. 이 시기의 특징으로 초기 민주주의 제도의 발전, 제국주의의 확장, 과학의 발달과 물질주의의 팽창, 종교적 회의론 등을 들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공리주의적 윤리주의가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면서 자기 만족적이고 고상한 체하는 도덕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빅토리아니즘이 생성되었다.


3. 산업혁명과 신흥 중간계급의 부상

농노와 장원을 기반으로 농업생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귀족계급은 산업혁명의 여파로 경제력이 쇠락해지자 수입 곡물을 제한하여 이익을 보장하고자 곡물법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이로 인해 귀족계급에 대한 대중의 적대감은 강화되고 이들의 정치적 몰락은 가속화된다. 무역과 제조업으로 막대한 이윤을 거두게 된 중간계급은 영국 사회의 많은 것이 달라진 시대적 분기점인 1832년의 선거법 개정으로 참정권과 더불어 새로 획득한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사회적 존경을 욕망하게 되고 이는 고품격 과시의 소비로 분출된다.

4. 왜 실버포크(silver fork) 소설인가?

본래 생선 요리를 먹을 때 사용하는 은제 포크는 막대한 부에 더해 문화적 소양까지 물려받은 최상류 계급을 지칭하며 요즘 우리의 금수저 표현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규교육이 부족한 중간계급에 소설은 교양을 키워주고 사회와 역사, 정치에 대한 비판의식을 심어주는 교과서 역할을 했는데 이들은 소설을 접하면서 철학적 사유, 신학적 쟁점, 정치와 외교의 작동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귀족 따라 하기 교과서로 이들이 선택한 실버포크 소설은 곧 지식의 매개체이자 정보체계가 되며, 1820년대 후반과 1830년대 초반에 이르는 동안 사업 혹은 무역으로 떼돈을 번 서툴고 예법이 형편없으며 상스러운 중간계급 벼락 출세자들에게 궁정행사 일보 또는 예법 교과서 역할을 하면서 대중적 인기의 정점을 차지한다.


5. 댄디즘이란?

기생오라비처럼 멋 부리는 남자를 dandy라 불렀던 데서 유래한 댄디즘(dandyism)은 19세기 초반 영국과 프랑스 상류층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하나의 사조로서, 신흥 중간 계층이 기존 귀족층이 누리던 품위와 문화의 깊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련된 멋과 치장 따라하기에 몰입함으로써 일반 계층의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댄디는 중간계급의 가치관인 근면성과 실용성, 생산성을 거부하고 장식성과 무용성, 비생산성에 집착했다. 귀족으로 태어나지 못한 신분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제약 없는 금력으로 귀족계급을 넘어서 보려는 심리가 작용하였다. 중간계급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상반된 삶의 방식을 흉내 내서라도 문화적 소양의 결핍을 극복하고 사회적 존경과 인정을 획득하고자 하였다.

댄디즘은 의상과 스타일로 타인과 구별 지으려는 분리주의와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세상에 의해서 더럽혀지지 않으려는 순결주의로 요약된다. 댄디즘은 ‘일종의 종교’였고 ‘피어오른 영웅주의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109쪽)

6. 댄디즘에 대한 반응

빅토리아 시대 초기의 토머스 칼라일을 비롯한 당대 지식인들은 중간계급의 귀족 따라하기를 맹렬히 비난하였는데, 이는 귀족계급의 문화 자본이 총동원되어 구성된 댄디즘이 중간계급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과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간계급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초기의 격렬한 비판은 한결 누그러진 냉소와 속물에 대한 조롱으로 약화하였고, 윌리엄 새커리와 같은 문인들은 오히려 중간계급 남성성을 구현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를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후 귀족을 따라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자부심과 자신감이 커진 중간계급이 떠나간 자리는 노동자 계급이 채우게 된다. 1840년대 후반기 이후 노동 개혁의 수혜자가 된 이들은 품위 있는 소비를 욕망하는 주체가 되어 이후로도 오랫동안 주요 소비층을 이루게 된다.

7. 맺음말

당시 영국 귀족들의 특징을 지성, 신분, 재산을 바탕으로 한 엘리트주의라 한다면, 댄디즘은 이러한 엘리트주의를 계승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또 다른 귀족주의를 지향하였다 하겠다. 외양적으로는 여성적 우아함을 표방하지만 결국은 자기숭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외적 변별성에 만족하지 못한 댄디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자기 존재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과감한 미적 도약을 시도한다. 이는 마치 개그콘서트에서 엽기적인 분장과 의상으로 청중에게 경악스러운 웃음을 유도하며 ‘패션의 완성’을 외치던 희극인들을 연상시킨다. 결과적으로 댄디는 귀족 따라하기의 기조였던 여성적 특징을 교묘히 감추는 동시에 정신적인 고귀함을 추구함으로써 여성성을 폄훼 혹은 혐오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댄디가 보여주듯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본래 역설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이해하기 어렵고, 모순덩어리에다 부조리한 면모투성이인 것을.

#패션의권력학 #감히넘볼수없게하라 #댄디즘 #실버포크 #빅토리아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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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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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직의 추억

1990년대 유명 일간지에 실리던 구인광고는 대개 구직자에게 이사주 지참 내사요를 요구했다. 구직자가 이력서와 사진, 주민등록증을 지참하고 업체로 가서 면접을 보곤 했다. 지명도와 규모를 갖춘 대기업은 별도의 입사 시험을 통해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하였고, 당해연도 주요 대기업의 선발 인원수가 주요 뉴스로 보도되었다. 당시는 대졸자에게 취업이 거의 보장되던 산업화 시대의 끝물이었고, 유명한 모 기업에서는 인사 담당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면접 장소에 역술인이 주요 패널로 활약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잘 버티고 오래도록 살아남는 건 입사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요즘은 고용인이 근로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부당한 업무나 처우에 항의는커녕 합리적인 의심과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던 분위기였는, 정도의 차이일 뿐 아직도 퇴사 의사 따위는 종종 상사에게 개기는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는구나 싶다.


 

2. 저자 박소연은 누구?

2018<지필문학> 신인문학상과 함께 등단한 저자는 국무총리상을 받을 만큼 똑소리 나는 회사형 인간이었다가,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쓰고 강연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재능의 불시착>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비범한 감성을 사실감 넘치는 상황 묘사로 그려낸 단편 소설 여덟 편의 대표작 이름이다. ‘막내가 사라졌다는 그 가운데 약 26쪽가량 되는 첫 단편으로 어느 신입사원의 속 시원한퇴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 일인칭 주인공 시점

무수한 경쟁을 물리치고 입사하여 과장 직책까지 달게 된 주인공 는 코인만 대박 나면 당장 때려치우리라는 다짐을 무려 열네 번이나 생각하면서도 이제는 아무런 감흥 없이 출근하는 직장인이다. 사실 드러내놓고 밝히지만 않을 뿐, 다수의 직장인은 매일 사표를 써서 가슴에 품고 다니면서도 당장 마땅한 다른 방도가 없어 속만 태우는 잠재적 실업 상태에 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치사하고 더러운 꼴을 겪으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수없이 되뇌곤 했다. 스스로 원해서 들어온 회사인데 퇴사할 기회만 엿보게 된다니 참으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이처럼 여러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입사보다 더 어렵다는 퇴사 앞에 무기력한 인간 군상을 보여줌으로써 평범한 직장인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 지금 여기에 다니고 있으니까 껌뻑 죽는 척 해주는 거지, 나가면 알게 뭐예요? 말도 제대로 안 섞어줄 동네 아저씨고 모르는 아줌마지.“ (20)


 

4. 신입사원의 역습

가장 최근에 입사한 막내 강시준은 그의 결근을 확인하고 당황한 동료 직원들에게 자신의 퇴사 업무를 대리인이 처리할 것임을 문자로 통보한다. 손쉽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어떤 갑에 대한 을의 통쾌한 반격으로 시작한다. 그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도 본부장과 있었던 일 때문인 것 같다. 최초의 여성 임원이자 화끈한 여장부 스타일의 본부장이 부서 회식 날 강시준의 몸을 더듬으며 안겨준 성적 수치심은 남녀의 성만 바뀌었을 뿐, 이 땅의 수많은 여성이 무시로 당해왔던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제출한 사직서를 팀장이 화를 내면서 찢어버렸다는 민 대리 지인의 얘기는 정당한 권리인 퇴사 의사 표현조차 거부당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마치 영화 하녀의 주인공인 전도연이 인간성을 짓밟는 자본의 소리 없는 폭력으로 죽을 때 죽더라도 찍소리는 내야겠다며 보란 듯 이를 실행하지만, 사람이 죽었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생일잔치 장면을 보는 듯하다.


 

5. 주변 인물

퇴사 이유가 본의든 아니든 그들이 저지른 갑질때문이라 생각한 주변 인물들은 별 비중 없는 막내 사원이 퇴사할 뿐인데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다. 이들을 한 명씩 살펴보자. 우선 연령대도 비슷하고 가장 친하게 지냈다는 민 대리는 강시준이 지방대 출신임을 거론하며 부족한 업무능력으로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소리로 민폐를 끼치며, 퇴사 진행 대리인이 회사로 방문한다는 소리에 전전긍긍하다 병원에 드러눕는 링거 투혼을 발휘한다. 주인공 이자 사람은 좋지만 가장 마음 약한 법대 출신 최 과장은 팀원들 앞에서 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강시준의 불찰로 야근하게 되었던 상황을 원망했던 적이 있다. 부서 책임자인 팀장은 업무를 줄여주는 대신 자신의 대학원 과제를 맡긴 주제에 교수들을 잘 상대하지 못했다고 강시준을 나무라고 제출한 사직서마저 받아주지 않는다. 퇴사를 결심하도록 결정타를 날린 본부장의 업적은 앞서 언급하였다.


 

6. 막내라는 존재

막내 강시준은 이 시대를 살아가기 버거운 MZ 세대의 일원이자 20대 직장인을 대표한다.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이 공부하여 똑똑하지만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학자금 빚을 져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되기 일쑤이며, 괜찮은 일자리 부족으로 가장 취업이 어렵다는 그 MZ 세대 말이다. 그는 이렇다 할 스펙도 없이 지방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큰 키에 호감 가는 체격을 지녔다. 그가 퇴사 대행을 고용한 이유는 본래 퇴사 의사를 알린 후 30일간 업무를 인수인계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하지만, 사직 의사 자체가 거절되자 정상적인 인수인계 과정을 거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면이 기성 세대에게는 이기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독신이기도 하기 때문이겠지만 운신의 폭이 넓을 때 과감히 움직여주는 강단은 분명 배울 부분이다.

 


7. 퇴사 대행 서비스 최 이사

강시준의 위임을 받아 퇴사 절차 진행을 대신 진행하는 대리인 최진욱 이사는 정상적인 노동법 규범과 집행 절차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최 과장이 그에게 이런 퇴사 서비스 이용자가 또 있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이용자가 급증한다는 답변으로 보아 퇴사가 법에 기대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암시한다.

 


8. 결론

비록 저자의 여덟 개 작품 가운데 하나의 단편만 읽었을 뿐이지만, 실제 미니 드라마의 각본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일 만큼 내용이 치밀하고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다. 젊은 세대의 노사관계에 대한 태도와 기업의 세태를 반영하며 우리의 아픈 현실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금융 지식과 노사관계 그리고 노동의 가치관을 포함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기성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 신입생들이 졸업 후 맞닥뜨릴 현실에 대비하여 가감 없이 진지한 화두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반드시 그랬으면 좋겠다

 


#박소연 #재능의불시착 #막내가사라졌다 #가제본서평단 #직장인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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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 -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한다
마틴 셀리그먼 외 지음, 김경일.김태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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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저자 마틴 셀리그먼이 "긍정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42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모든 사람이 긍정 심리학에 관심을 두게 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교육자이며 심리학 분야의 선도적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14년 동안 펜실베니아 대학의 임상 훈련 프로그램 소장을 지냈으며, 그의 작품은 주로 학습된 무력감, 긍정 심리학, 우울증, 회복력, 낙관, 비관주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비관주의자들은 좋지 않은 일이란 오래 가는 법이고, 그들이 하는 모든 일에 악영향을 미치며, 그 모든 원인은 그들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역경에 처한 낙관론자들은 불행에 대해 반대로 생각한다. 그들은 패배가 단지 일시적인 좌절이나 도전일 뿐이며, 그것의 원인은 이 한 가지 경우에 국한되어 있다고 믿는다. 결국은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일 뿐이라는 얘기다.


우리 귀에 익숙한 호모 사피엔스라는 명칭은 ‘현명한 사람’을 의미하지만, 인류의 특징에 대한 묘사라기보다는 자랑에 가까우므로 모든 인류에게 적절한 꼬리표는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현명하게 만드는 걸까?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언어, 도구, 협동, 문화 등 다양한 대답들이 제안되었지만, 그 어떤 것도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종을 가장 잘 나타내는 특징은 과학자들이 이제 막 인정하기 시작한 ‘전망 능력’이다.

우리는 미래를 생각함으로써 현명해졌다. 인류의 유일한 선견지명으로 문명을 창조했고 사회를 지탱해왔다. 전망은 보통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을 평가하거나 국가를 걱정하는 것처럼 우울증과 불안의 근원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노력을 통해 현명해지기도 하지만, 지혜를 얻기란 그리 쉽거나 저절로 되는 일도 아니다. 지혜를 얻으려면 가장 좋고 가장 기능적인 방법으로 앞으로 닥칠 일을 ‘전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책은 올바른 용어로 ‘호모 프로스펙투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삶은 매일 매 순간 이겨야 하지만

죽음은 단 한 번만 이기면 된다.“ (35쪽)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도전적 상황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듯, 전망은 사람들에게 경쟁적 우위를 부여하며 활동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망은 또한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기대하면서 앞을 본다. 어떤 생물이라도 경쟁자를 이겨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전망은 또한 정보, 학습 및 기억 코딩의 핵심이다. 인간의 기억은 역동적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과거를 재평가하고, 재구성하고, 새로운 무게를 부여한다. 전망은 의사 결정과도 관련이 있다. 일어날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함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각각의 상황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시험하기도 한다. 이렇듯 전망은 다른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오롯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심리학의 많은 부분은 현재 순간의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경험을 순간순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느냐이다. 심리학은 또한 인간의 사고와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과거로부터 과도한 영향을 받았다. 우리의 정체성은 지난 세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전 프로그램과 우리가 일평생 축적한 경험과 기억의 혼합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마틴 셀리그먼에 따르면, 우리는 미래의 영향을 과소평가해 왔다고 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예측적’이며, 전망은 인간의 성공적인 번성에 초석이 되는 사고와 행동의 지도로서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동료 심리학 교수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철학 교수인 피터 레일턴, 찬드라 스리파다와 함께 쓴 이 책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더 큰 이해를 위해 심리학의 렌즈를 미래로 돌리려는 시도이다.

인간의 기억에 대한 전격적인 연구는 우리의 마음을 바라보는 방식에 몇 가지 흥미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억을 과거의 경험을 기록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결함이 있을 수 있고 얼마나 쉽게 다시 쓰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억이란 빈약하기 짝이 없는 단순한 기록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기억의 역할임을 제안한다. 우리의 기억은 일어난 일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우리를 다음에 이어질 생각과 행동으로 인도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라 말한다. 기억은 행동하기 위해 존재한다. 일례로 치매 환자의 행동이 굼뜬 이유는 다음 순서로 이어질 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하기 쉬운 우리의 감정은 미래를 향한 표지판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감정적 반응(두려움, 분노, 후회, 슬픔 또는 기쁨)은 몸 안에서 본능적으로 경험되며, 단순히 지금 존재하는 것 또는 이전에 있었던 것에 대한 반응을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가올 일을 대비하도록 한다. 미래 이론이 혁명적인 이유는 인간의 행동이 감정에 의해 인도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예측된 감정에 의해 인도된다는 시각에 있다. 우리의 감정적 경험은 우리의 선택과 경험이 미래에 어떻게 느껴질지를 더 잘 예측하도록 도와주며 우리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한다.


그런 점에서 11장에 언급되는 창의성과 노화에 관한 새로운 관점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 창의성과 인지 기능이 어떻게 쇠퇴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심리학적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이 장에서는 창의성의 진화적 이점을 논의한다. 우리는 경제적 안정을 확립하고 혁신을 추진하여 자손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창조하려 한다. 인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능력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의 대물림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이다. 저자들은 과거와 현재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적 연구들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뇌가 미래의 기계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쟁에 몰두한다. 심리학과 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이 분야가 좀 더 개방되고, 이 이론에 좀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으며, 우리 앞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음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호모프로스펙투스 #웅진북적북적 #마음의작동원리 #마틴셀리그먼 #전망하는인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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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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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당시 새로운 힙합 음악의 선두주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듀스(Deux)는 그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굴레를 벗어나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그 모든 위선들

(! 나의 감춰졌던 위선)

나에게 씌워진 굴레를 모두 다 벗어버리고...“

 

이 노래의 주인공인 남성은 여성의 진정한 사랑과 그 위대한 힘 앞에 무릎을 꿇고 새롭게 태어나는 마음으로 진실한 삶을 시작하겠노라 다짐한다. 아마도 또래 친구들은 갑작스레(?) 변한 남성의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함께 어울려왔던 독신남으로서의 자유보다 남녀가 둘만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구속을 추구하는 데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 남성에게 초래된 변화의 원인은 앞으로 제한적인 자유를 누리도록 허락될 것을 알면서도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시험해 보고픈 본능적인 자유 정신이라 하겠다. ‘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관점이 또는 그녀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또래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진정 정의로워지려면 눈을 똑바로 뜨고 

달라지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눈먼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를 추구하되 그 위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서양 철학 사상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라 일컫는 이가 바로 니체다. 그는 구습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정신을 깨우고자 노력했던 철학자였으며, 살아 있는 존재가 억압과 구속으로 위축되는 것을 마치 자기 일처럼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는 종종 누군가를 억압하려는 권력욕으로 오해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생산력, 혹은 유쾌하고 쾌활한 삶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니체는 차라투스투라의 입을 빌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생산력과 생명력을 억압하는 모든 구속과 저항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철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니체의 여러 저서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책은 역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고리타분한 이론서가 아닌 논문 또는 격언의 형식으로 저술된 그의 책들은 처음에는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했고, 따라서 그는 문학적 형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알리고 싶었다. 그의 예측과 같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후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고전이 되었고 심지어 훗날 세계 대전을 일으켰던 독일 국가 사회주의자들의 교과서로 신봉되어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오도되기도 하였다. 좀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이 해설서를 쓴 저자는 원저와의 비교를 권유하고 있다.

 


저자는 니체 철학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상의 가치는 우리의 해석 속에 있고, 지금까지의 해석들은 우리가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 생명, 즉 힘에의 의지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관점주의적 평가들이다. 인간의 모든 향상은 편협한 해석의 극복을 수반한다. 힘의 강화나 증가는 새로운 관점들을 열어놓고, 새로운 지평들을 믿게 한다. 자신의 생명력, 즉 힘에의 의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에 해당하는 해석을 자신과 세계에 적용함으로써 힘에의 의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곧 신의 죽음, 가치 전도,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허무주의, 자연으로의 회귀, 위버멘쉬라는 주제로 압축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간은 저마다 새로운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 해석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생물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단기적인 관점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생애를 통해 그러한 일을 지속해서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10만 년간 인류가 동굴에서 나온 이후 생물학적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세상을 달리 보는 능력 덕분에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루었으며, 그런 이유로 인간에게는 다양한 해석 체계들의 변화인 역사가 존재한다.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들을 창조하려는 이유는 기존의 해석 체계가 힘에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직감하기 때문이며 인간은 힘에의 의지를 강화시켜 줄 새로운 해석 체계를 염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사물에 가치를 부여한다라는 니체의 말은 사물에 부여된 가치가 곧 새로운 해석 체계, 혹은 새로운 관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가치 평가 수행자이자 창조자로 정의된다. 오직 창조자만이 자신의 삶을 보존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 그는 기존의 해석 체계를 끊임없이 파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기 때문에 창조자는 현실을 부정하는 허무주의자로 보이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허무주의자란 자신의 힘에의 의지가 약해지는지도 모르고 기존의 해석 체계를 답습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요즘 미디어에 매일 등장하는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답습을 넘어 선사시대에서 쑥과 마늘을 들고 바로 건너온 듯한 인물도 있고 그런 인물을 지지하는 무리도 적지 않아 허무하기 짝이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이라는 돌을 가차 없이 깨부수어 

위버멘쉬를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사람들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일깨워 모두가 위버멘쉬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은 기존의 틀 속에서 사회적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틀을 해체함으로써 자유를 추구하는 이중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해 힘에의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해석 체계를 창조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존의 해석 체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새로운 해석 체계를 세우려면 주변으로부터의 질시를 견디고 고독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차라투스투라는 누군가 세워 놓은 해석 체계로 세상을 살아왔지만, 자신만의 해석 체계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바로 초인으로 일컬어지는, 듀스의 노래처럼 굴레를 벗어나 자신을 극복해온, 앞으로 극복해가는 위버멘쉬아닐까.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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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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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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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극복해온, 앞으로도 자신을 극복하는 위버멘쉬가 되라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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