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5년 당시 새로운 힙합 음악의 선두주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듀스(Deux)는 그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굴레를 벗어나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그 모든 위선들

(! 나의 감춰졌던 위선)

나에게 씌워진 굴레를 모두 다 벗어버리고...“

 

이 노래의 주인공인 남성은 여성의 진정한 사랑과 그 위대한 힘 앞에 무릎을 꿇고 새롭게 태어나는 마음으로 진실한 삶을 시작하겠노라 다짐한다. 아마도 또래 친구들은 갑작스레(?) 변한 남성의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함께 어울려왔던 독신남으로서의 자유보다 남녀가 둘만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구속을 추구하는 데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 남성에게 초래된 변화의 원인은 앞으로 제한적인 자유를 누리도록 허락될 것을 알면서도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시험해 보고픈 본능적인 자유 정신이라 하겠다. ‘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관점이 또는 그녀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또래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진정 정의로워지려면 눈을 똑바로 뜨고 

달라지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눈먼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를 추구하되 그 위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서양 철학 사상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라 일컫는 이가 바로 니체다. 그는 구습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정신을 깨우고자 노력했던 철학자였으며, 살아 있는 존재가 억압과 구속으로 위축되는 것을 마치 자기 일처럼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는 종종 누군가를 억압하려는 권력욕으로 오해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생산력, 혹은 유쾌하고 쾌활한 삶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니체는 차라투스투라의 입을 빌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생산력과 생명력을 억압하는 모든 구속과 저항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철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니체의 여러 저서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책은 역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고리타분한 이론서가 아닌 논문 또는 격언의 형식으로 저술된 그의 책들은 처음에는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했고, 따라서 그는 문학적 형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알리고 싶었다. 그의 예측과 같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후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고전이 되었고 심지어 훗날 세계 대전을 일으켰던 독일 국가 사회주의자들의 교과서로 신봉되어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오도되기도 하였다. 좀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이 해설서를 쓴 저자는 원저와의 비교를 권유하고 있다.

 


저자는 니체 철학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상의 가치는 우리의 해석 속에 있고, 지금까지의 해석들은 우리가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 생명, 즉 힘에의 의지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관점주의적 평가들이다. 인간의 모든 향상은 편협한 해석의 극복을 수반한다. 힘의 강화나 증가는 새로운 관점들을 열어놓고, 새로운 지평들을 믿게 한다. 자신의 생명력, 즉 힘에의 의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에 해당하는 해석을 자신과 세계에 적용함으로써 힘에의 의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곧 신의 죽음, 가치 전도,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허무주의, 자연으로의 회귀, 위버멘쉬라는 주제로 압축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간은 저마다 새로운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 해석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생물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단기적인 관점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생애를 통해 그러한 일을 지속해서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10만 년간 인류가 동굴에서 나온 이후 생물학적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세상을 달리 보는 능력 덕분에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루었으며, 그런 이유로 인간에게는 다양한 해석 체계들의 변화인 역사가 존재한다.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들을 창조하려는 이유는 기존의 해석 체계가 힘에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직감하기 때문이며 인간은 힘에의 의지를 강화시켜 줄 새로운 해석 체계를 염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사물에 가치를 부여한다라는 니체의 말은 사물에 부여된 가치가 곧 새로운 해석 체계, 혹은 새로운 관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가치 평가 수행자이자 창조자로 정의된다. 오직 창조자만이 자신의 삶을 보존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 그는 기존의 해석 체계를 끊임없이 파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기 때문에 창조자는 현실을 부정하는 허무주의자로 보이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허무주의자란 자신의 힘에의 의지가 약해지는지도 모르고 기존의 해석 체계를 답습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요즘 미디어에 매일 등장하는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답습을 넘어 선사시대에서 쑥과 마늘을 들고 바로 건너온 듯한 인물도 있고 그런 인물을 지지하는 무리도 적지 않아 허무하기 짝이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이라는 돌을 가차 없이 깨부수어 

위버멘쉬를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사람들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일깨워 모두가 위버멘쉬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은 기존의 틀 속에서 사회적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틀을 해체함으로써 자유를 추구하는 이중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해 힘에의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해석 체계를 창조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존의 해석 체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새로운 해석 체계를 세우려면 주변으로부터의 질시를 견디고 고독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차라투스투라는 누군가 세워 놓은 해석 체계로 세상을 살아왔지만, 자신만의 해석 체계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바로 초인으로 일컬어지는, 듀스의 노래처럼 굴레를 벗어나 자신을 극복해온, 앞으로 극복해가는 위버멘쉬아닐까.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의 일독을 권한다.


 

#해설서 #차라투스투라는이렇게말했다해설서 #서양철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