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댄디즘이란?
기생오라비처럼 멋 부리는 남자를 dandy라 불렀던 데서 유래한 댄디즘(dandyism)은 19세기 초반 영국과 프랑스 상류층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하나의 사조로서, 신흥 중간 계층이 기존 귀족층이 누리던 품위와 문화의 깊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련된 멋과 치장 따라하기에 몰입함으로써 일반 계층의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댄디는 중간계급의 가치관인 근면성과 실용성, 생산성을 거부하고 장식성과 무용성, 비생산성에 집착했다. 귀족으로 태어나지 못한 신분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제약 없는 금력으로 귀족계급을 넘어서 보려는 심리가 작용하였다. 중간계급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상반된 삶의 방식을 흉내 내서라도 문화적 소양의 결핍을 극복하고 사회적 존경과 인정을 획득하고자 하였다.
댄디즘은 의상과 스타일로 타인과 구별 지으려는 분리주의와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세상에 의해서 더럽혀지지 않으려는 순결주의로 요약된다. 댄디즘은 ‘일종의 종교’였고 ‘피어오른 영웅주의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109쪽)
6. 댄디즘에 대한 반응
빅토리아 시대 초기의 토머스 칼라일을 비롯한 당대 지식인들은 중간계급의 귀족 따라하기를 맹렬히 비난하였는데, 이는 귀족계급의 문화 자본이 총동원되어 구성된 댄디즘이 중간계급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과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간계급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초기의 격렬한 비판은 한결 누그러진 냉소와 속물에 대한 조롱으로 약화하였고, 윌리엄 새커리와 같은 문인들은 오히려 중간계급 남성성을 구현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를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후 귀족을 따라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자부심과 자신감이 커진 중간계급이 떠나간 자리는 노동자 계급이 채우게 된다. 1840년대 후반기 이후 노동 개혁의 수혜자가 된 이들은 품위 있는 소비를 욕망하는 주체가 되어 이후로도 오랫동안 주요 소비층을 이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