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는 당신을 위한 온전한 독서법
장경철 지음 / 생각지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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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서너 권의 책도 읽지 않던 주제에 필자는 201910,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연간 10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겠노라고 주위에 알리기 시작했다. 일단 저지르는 데 성공은 했지만 어떻게 수습할지 막막했다. 입에 풀칠하며 살기도 바쁜데 속 편하게 돈 안 되는 책이나 들여다볼 셈이냐는 옆지기의 핀잔도 들었다. 어쨌든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자신이 대견했고 그렇게 한 해를 보냈다.

 

드디어 올해 11월 들어 그간 자신에게 종용(?)했던 실천의 결과를 돌아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10% 초과 달성이었다. 일단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긍정의 힘이 솟았다. 그 길로 신나게 자랑질을 일삼으며 주위에 업적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만들어 연설 모임에서 서평 쓰기 체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솔직히 조금 우쭐해지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서평 100편을 엮은 나만의 글쓰기 기록이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읽은 책 가운데 양서를 추천해달라 부탁을 해왔다. 분명 괜찮다는 주제 위주로 100권을 넘게 읽었는데, 이상하게 고전문학이 겨우 몇 권 기억날 뿐이었다. 오 이럴 수가. 한 해를 두고 읽고 썼는데 흐린 기억 속의 서평이라니. 100권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난 대체 무엇을 위해 읽고 쓴 것일까?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이 신간 제목과 똑같이 읊조리면서, 왜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차원적인 목표를 위해 책을 도구 삼아 읽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또는 큰 의미 없는 숫자 100을 채워 넣기에 급급했던 것이었다. 그간 써놓은 서평이라도 다시 읽어보면 읽었던 내용이 어디 도망가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신을 위로해본다.

 

적은 분량임에도 정곡을 찌르는 저자의 알토란같은 조언으로 가득하여 빨리 읽히기 힘든 이 책은 제대로 된 독서법(사실은 공부법)을 공부하는 이유, 대상, 방법 그리고 활용법에 대한 큰 틀로 전체 4개의 장을 구성하고 있다.



 

공부하는 이유를 밝힌 1장에서는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우리의 숨겨진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함이며 책을 통해 여러 자료를 받아들임으로써 불만을 극복하고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길을 얻기 때문이라 말한다. 타인의 고통과 좌절을 통해 인생이 실패하고 성공하는 상세한 과정을 알게 되고, 좋은 언어 습득을 통해 더 나은 나 자신을 꾀할 수 있으며, 공부 습관으로 사실을 인정하는 능력을 기르면 행복과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내게 다가오는 자극을 스스로 바꿀 수는 없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반응뿐이므로 더 나은 반응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며, 책을 통해 사람 만나는 법을 배우게 될 때 우리는 동시대인이 아닌 사람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다른 언어를 습득한다면 언어권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부의 대상을 설명한 2장에서는 책 읽기를 멈추면 부족한 독서량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자아라는 차갑고 어두운 감옥에 갇히게 됨을 의미하며, 따라서 책 읽기는 타인과의 적극적 사귐을 통해 타인의 인생 체험을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동적인 투자인 동시에 책과의 만남이 더해질 때 우리는 자신의 과거와 환경의 예속에서 풀려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책을 독점적이며 배타적인 사랑을 나누는 연인, 자주 만나 생각과 토론을 나누는 친구, 그저 알고 지내는 지인처럼 사귐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책은 우리 삶에 좋은 친구이므로 항상 곁에 두어야 하며 좋은 우정처럼 우리의 생존에 가치를 부여해 준다고 말한다. 사람이 우매해지는 것은 관찰력의 부족이 원인이며, 주변의 세계를 올바로 포착하지 못하면 재앙을 맞이하므로 우리가 속한 자연과 환경, 사람들, 자신,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역사를 관찰하라고 한다.

 



책 읽는 방법을 제시한 3장에서는 꼭 읽어야 할 내용만 읽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메모하고 노트를 만들면 기억력이 향상되어 보존과 활용이 쉽고, 적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활용하여 발견한 지혜를 내 것으로 삼고, 중요 단어를 파악하고 핵심적 단어 읽기로 기본에 충실하며, 쟁점과 대안을 파악하면 비판적 성찰과 자신의 논점을 전개할 수 있으며, 고전을 읽어 시대의 유행에 함몰되지 않고 더 높이 더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공부 활용법을 안내하는 4장에서는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반복-축적-발효의 과정을 거치라고 말한다. 수많은 강의와 책과 자료를 접해도 내 안에 별 뾰족한 지식 체계가 세워지지 않는 것은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부족한 때문이며 지식이나 지혜가 크게 진보하지 않는 것은 생각이 결여된 때문이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100권 읽기는 가능하나 아무 생각 없이 한 권을 100번 읽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은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문구를 연상시킨다. 생각 없이 읽고 배우기만 몰두하면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지적인 바보가 되며, 다른 사람의 사상에 얽매이는 노예 같은 존재가 됨을 경계하라고 한다.

 



결국, 공부를 통해 우리는 참사람이 될 수 있으며 인생의 온갖 혜택을 누리며 지식을 유통할 수 있다는 저자의 통찰을 통해 그동안 해왔던 독서법이 상당히 부실하였고, 삶에 흡수되는 독서가 되려면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서두르는 독서는 조금 배우고 크게 뽐내는 결과만을 가져온다. 많은 양의 독서에 치중하다가 묵상을 멀리함으로써 결국 독서 자체가 무익해진다는 오스왈드 샌더스의 말을 되새기며 다시 머리띠를 묶어본다.

 

#자기계발 #진작이렇게책을읽었더라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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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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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는 거의 2천 년 전에 처음 쓰인 이래 유럽 문화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전통 중 하나가 되었다. 이솝은 태어날 때는 노예 신분이었지만 탁월한 이야기 솜씨 덕분에 평민으로 격상(?)된 후 유럽 각지를 여행하던 중 그의 재능을 시기한 자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문학에 등장하는 산문과 운문들이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할 정도이고, 15세기 말 영어권에서 처음 출판된 이 교훈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개미와 베짱이,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모를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솝 우화가 아니라 전래동화라 해도 믿을 만큼 전설이 되어버린 이야기들 말이다.



 

옛날 옛적하고도 아주 먼 옛날에는 모든 사물과 존재들이 자신을 의식하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냄비와 청동 주전자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다리가 둘 또는 넷 있는 털 달린 동물들이 통역사나 번역기 없이도 자유로이 생각을 주고받았다. 이것이 이솝의 세계다. 모든 동식물과 사물이 대화를 나누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서로를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또한 이솝 우화가 듣는 이들의 관심을 끄는 시작점이다.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들은 일부 고약한 소재도 다루지만 흥미로운 반전을 남긴다. 우화가 대체로 그렇듯 읽고 난 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리스어 완역판으로 출간된 이 책 역시 거의 모든 우화마다 편집자가 해당 우화의 교훈을 짧게 설명하고 있다.

 

이솝은 노예 신분일 때 분명 자기 생각을 자유로이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신 여러 동식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주인의 오해와 매를 피해갈 수 있을 정도의 화술로 자신의 의견을 미묘하게 전달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솝 우화에서 의도하는 교훈은 단지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라는 틀에 박힌 도덕률에 국한되지 않으며, 도덕적인 덕목과는 별개로 세상을 슬기롭게 사는 데 필요한 처세술 이야기가 꽤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살다 보면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거나 악한 자에게는 은혜를 베풀어줄 필요가 없다는 식의 주제도 등장한다.

 



오늘날 이솝 우화의 주요 독자층은 어린이들이지만 어른이 되어 듣기에도 고개를 주억거릴 긍정적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 누구나 다 아는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를 예로 들어보자. 느리지만 꾸준하면 경주에서 이긴다는 명제를 언제나 사실로 인정하고 일반화시킬 수 있을까? 꾸준함은 언제나 재빠른 것보다 나은 것일까? 거북이와 토끼 가운데 누가 더 정말로 똑똑할까? 시시비비를 재어보고 따지는 어른들과 달리 별다른 의도 없이 듣는다면 어린 독자층을 위해 근면을 권고하는 교육적 기준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언제나 교활한 여우, 소심한 토끼, 대담한 사자, 잔인한 늑대, 강인한 황소, 허풍스러운 말, 게으른 당나귀 등 흔한 동물들을 등장인물로 도입하는 것은 그들의 자연적인 속성을 이용하여 보편적인 대중의 공감을 얻고 사람의 동기와 열정을 묘사하기 위한 정교한 장치로 읽힌다. 이솝 우화는 이러한 통일성과 일관성을 너무나 잘 달성한 나머지 이제 대중들의 의식 속에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동물들의 특징이 이솝 우화에서 창조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58개의 우화를 한 권으로 엮은 이 책에서 무수히 많은 대중적 일상과 상식이 재발견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의인화되어 높은 하늘을 나는 철학자들과 지상의 할머니들을 통해 그의 메아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문명 세계의 문학으로 스며들었을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에 비유적인 존재로 끊임없이 등장한다. 아마도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세계 인류에게 이만큼 즐거운 읽을거리도 없을 것이다. 이제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야기를 통해 지혜와 교훈과 재미를 얻을 일만 남았다.


 

#이솝우화 #어른동화 #고전문학 #소크라테스 #테스형 #현대지성클래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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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결 - 당당하게 말하지만 상처 주지 않는
이주리 지음 / 밀리언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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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은 왜 늘 부정적인 거냐?”

20년쯤 전 일이다. 업무차 멀리 미국에서 건너온 협력사의 엔지니어가 필자에게 건넨 말이었다. 거의 반년 정도 매일 이른 아침 호텔에서 차에 태워 종일 현장 일을 같이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차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나이 터울도 많지 않은 그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친구의 입에서 필자의 부정적 언사가 너무 많다는 말을 듣고 뭔가 아차 싶었다. 세상에, 내 말이 그렇게 부정적이었다고?

이 책을 받아 든 바로 그날도 필자는 사소한 일로 배우자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던지듯 내뱉는 말투로 당신은 이런저런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존중받기를 바라는 바보짓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이 헛똑똑이는 안타깝게도 아내와의 말싸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말은 곧 생각의 표현이라 했는데,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말투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가 엉망이 되고 이를 재건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어설픈 표현력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어눌함의 삼단 콤보가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건만, 갚기는커녕 매일 고리 사채를 더 얻어쓰고 있다. 말 해봐야 본전도 못 찾으니 자연히 말 수는 줄어드는데, 대화의 단절은 곧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고 하니 말을 아예 안 할 수도 없어 고민이다.



사실 말하기란 스타워즈 제다이의 포스처럼 대단히 정교하고 어려워서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야만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과 청자와의 관계나 상황을 생각하고, 상대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며, 어떻게 하면 말 한마디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이러한 연습의 바탕에는 자신의 말버릇을 먼저 파악하는 단계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다. 위의 사례처럼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나쁜 말버릇을 깨닫게 되면 다소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발전적 결과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라 여겨진다.



전체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왜 말실수를 하게 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면서 어떤 순간에도 후회하지 않는 말 습관을 살펴보고(1장), 갈등의 발화점이 되는 다양한 말실수 사례와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 즉 호감을 끌어당기는 사소하지만 강력한 화법을 제시하며(2장)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호감 가는 사람들의 매력적인 말 습관이자 관계에 윤기를 더하는 말의 결을 다듬어본다(3장). 구어체 표현으로 쉽고 빠르게 읽히는 본문과 더불어 풍부한 대화체 사례들은 어떤 상황에서의 대화일지 충분히 상상하고 적용할 수 있으며, 일부 소제목의 끄트머리에 효과적인 말 습관 향상을 위한 알짜배기 조언이 눈길을 끈다.



이길 확률이 희박한 말다툼 직후 살짝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읽다 보니 저자의 조언들이 유난히 아프게 와닿는다. 특히 말은 두 배로 줄이고 듣기는 두 배로 늘리라는, ‘말하기 30% 듣기 70%’ 원칙과 함께 달콤한 초콜릿도 한 상자 챙겨주면 최소한 말로 인해 피곤하고 힘들어지는 상황은 모면하리라 확신한다.

#자기계발 #당당하게말하지만상처주지않는말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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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배신 - 마이클 포터가 파헤친 거대 정당의 위선
마이클 포터.캐서린 겔 지음, 박남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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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킬 수 있다면 공화국입니다."

1787년 새로운 국가가 공화국이 될 것인가, 군주국이 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미국의 정치체제는 원래부터 고안된 대로 작동해 왔으며(진실), 그 주된 목적은 일반 대중의 최선의 이익(거짓)에 봉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민주주의의 표상으로 부러워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이 국가를 알게 될수록 워낙 넓은 영토 덕분에 소위 점령국에 자국군을 주둔시켜 세계를 호령하다 쇠락하고 말았던 로마 제국의 길을 걷고 있으며, 외부의 영향력이 아닌 체제 내부적인 이유로 만성 민주주의 부전증을 앓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들은 "오늘날 미국 양당정치의 문제는 정당과 정치인은 물론 주변 산업계 인사들과 단체 간의 경쟁적 특징"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의 정치체제는 이 정치-산업 복합체의 사익을 위해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즉, 권력과 수익을 증대시키고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만, 권리가 보장된 업계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되어야 하는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기능은 뒷전이다. 이들은 또한, 정치산업은 공공의 영역이 아닐뿐더러 공공의 탈을 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알짜배기 민간 산업임을 폭로하고 있다. 일당독재가 아니라 양당독점 체제였다.



이 책의 공저자인 미국의 대표적 정치혁신 활동가 캐서린 겔과 세계적 비즈니스 전략가 마이클 포터는 미국 정치체제를 바라보는 데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각자의 기업 운영 경험과 경쟁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공동 연구를 통해 정치-산업 이론을 정립한 저자들은 미국 정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아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 사람들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헌법에서 파생한 숭고한 원칙과 공정한 구조 및 관행에 기초를 둔 공적인 제도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치도 여느 민간 산업과 똑같이 경쟁을 형성하는 성과보수와 수익 요인에 따라 움직인다.

• 정치산업의 역기능은 불건전한 경쟁과 진입장벽 때문에 고착되고 그 결과의 내용과 관계없이 양당 체제의 입지만 공고해졌다.

•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 건전한 경쟁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견제 세력이나 권한이 있는 독립적 규제 당국이 없기 때문이다.

• 건전한 경쟁과 혁신, 책임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정치의 성과보수를 바꾸려면 선거와 입법 규정에 대한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

• 기업은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경복합체의 주요 관여자가 되면서 정치의 역기능을 심화시켰다. 재계는 현재의 정치 관여 모델을 재검토하고 정치의 구조적 혁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과 사회에 장기적 이익을 가져오는 길이다.



이들은 다른 경쟁 산업과 마찬가지로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사업 분석 도구와 함께 독특한 다섯 가지 경쟁요인 이론을 다음과 같이 재치 있게 적용한다. 또한, 선거 과정, 입법 ‘기계’와 돈의 역할, 경쟁의 개방 네 가지 핵심 영역에서 색다른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산업구조가 바뀌듯 정치 체계도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단기간 내 달성 가능한 동시에 강력하고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었다.

1. 경쟁의 성격과 강도

2. 구매자의 협상력

3. 공급자의 협상력

4. 신규 진입자의 위협

5.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하는 대체재의 압력

본래 이 경쟁요인 이론은 기업이 속한 산업구조와 그것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이를 아래와 같이 정치에 적용하면 정치 역기능의 근본 원인과 정치혁신을 이끌 강력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산업적으로는 강건하나 민족적으로는 혐오스러운 변태적 경쟁"이라 일컫는 미국 정치산업의 구조, 즉 정치-산업 혹은 정경 복합체의 또 다른 표현이다.

1. 공급자 : 후보, 선거운동원, 유권자 데이터, 두뇌집단, 로비스트

2. 대체재 : 무소속 유권자

3. 기존 경쟁자 : 선거와 법안을 두고 경쟁하는 민주당과 공화당

4. 신규 진입자 : 새로운 정당

5. 구매자 : 직접 선거 유세, 광고, 언론 보도, SNS 등의 채널 및 시민, 기부자, 주요 유권자, 특수 이해관계자 등의 고객들



미국의 정체 체제가 ‘산업화’한 가장 큰 이유는 각종 법률과 관행들이 기업이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때문이다. 기업이 정치에 관여하는 가장 흔한 형태로는 두둑한 대가를 바라고 벌이는 로비 활동, 로비스트를 키우기 위한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 불리는 전직 관료 영입, 기부자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도 ‘검은돈’을 살포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자금 제공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회사가 지지하는 후보나 안건에 표를 던지고 지지하는 편지를 보내도록 종용하거나 로비 활동이나 선거 관련 자금 사용 내용을 적극적으로 숨김으로써 직접 민주주의 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들의 단기적 이익만 따지는 사고방식은 불건전한 정치적 경쟁을 부추겨 여러 문제점을 파생시키고 있다. 경영 환경을 훼손하여 공익을 증진하거나 경제 전체를 개선하지 못하고, 반독점법을 느슨하게 해석 집행하여 유례없이 많은 합병을 일으켜 시장을 왜곡하고 자유경쟁을 저해하며,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양질의 공공 교육, 깨끗한 물과 위생, 총기폭력 줄이기, 주택문제 개선 등 주요 사회 정책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미국 정치 제도는 의회 구성원이 공익을 위해 활동하면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이 큰 기이한 구조를 지적하면서, 그러나 저자들은 정치혁신이 당파적 정체성을 깨뜨리고 민주주의가 훨씬 더 지배적인 정치-산업 복합체로 진행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혁신은 ‘선거 기계’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모든 주에서 5인 결선 투표제를 시행하여 타협과 문제해결을 진척시키는 건전한 초당파적 의회 입법 시스템, 즉 현대적 입법부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총선에서는 현행 다수결 투표제 대신 과반을 득표해야 선거에서 승리하는 순위 선택 투표제를 적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혁신은 건전한 경쟁과 타협 모두를 정치에 돌려주고, 현 체제를 민주적 원리로 재정비하며, 유권자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대한 결과를 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자유시장 정치"라 부르는 구상안은 기능부전에 빠진 미국 정치를 정체의 늪에서 건져낼 방법이 선의의 정치적 경쟁 도입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 개선책의 핵심은 진보 시대의 개혁가 로버트 라폴레트(1855-1925)의 말로 잘 압축된다. "정부를 대표하고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소극적인 시민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잘못된 것에 대해 공격적인 세력들로부터 정부를 구하려면 사람들은 옳은 것에 대해 적극적이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미국 정치체제의 실제 역학관계와 심오한 도전에 대해 고민하는 시민들의 눈을 뜨게 해줄 목적으로 쓰였다. 현행 체제의 문제점을 찾아 이를 재구성하는 강력하고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함으로써 매우 독창적이고 초당적인 범국민적 협력을 유도하는 제안서이자 안내서이다.

최근 실시된 대선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의 재선을 저지하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으로 끝났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여 부정선거 소송을 준비하는 sitting duck 트럼프는 사실 현직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하여 자신의 재선에 유리하도록 선거판을 교묘히 꾸며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간의 그의 행적으로 보아 매우 익숙하고 충분히 예상되는 절차였다. 한국과는 영 딴판인 미국의 정치 현실을 순 양아치들이라 험담하기보다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체제의 발전 방향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치학 #정치사회 #권력의배신 #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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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가지 인생 질문 - 당신이 원하던 길을 가고 있는가?
J. 더글러스 홀러데이 지음, 안종희 옮김 / 마일스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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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성공을 염원하며 살지만, 막상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초점을 잃었기 때문에 공허하고, 고립되고, 우울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그 어느 세대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상실감과 외로움, 단절감을 호소한다. 아직 세속적 의미의 성공을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서는 참으로 의아하다.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당연하지 않은가.

 

성공이란 곧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 높은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줄여 말한 것인가?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공동체적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지 못하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성공은 환상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혼자만 잘살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어느 책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저자는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인기 있는 MBA 교수로서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의 기업 임원들에게 삶과 비즈니스에서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정의하며 이에 도달하기 위한 총체적인 접근법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그는 성공은 물론 번창할 수 있는 통찰력, 전략, 진정한 희망을 제공하는 책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골드만 삭스, 백악관에서도 근무했으며 테레사 수녀, 빌리 그레이엄 목사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며 성공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8가지 핵심 전략으로 생각을 좁혔다. 이 책은 유명인사의 철촌살인 격언과 더불어 그의 실천적 질문들을 배경 설명-답변-행동지침의 형태로 압축한 것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자신에 대한 타인의 꿈과 기대를 충족시키려 애쓰기보다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알고 살아가라. 그러려면 먼저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자신을 자기 이야기의 청중으로 만들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2. 진정한 우정을 갖고 있는가?

타인과의 관계가 저절로 유지되거나 나와는 상관없다고 가정하지 말고 깊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라. 우정을 가꾸려면 시간과 마음을 쏟고 인간적인 연약함을 보이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3. 삶에 감사하는가?

좋은 일을 당연히 여기기보다는 정기적으로 감사함을 표시하고 걱정거리와 문제에만 집중하라. 이만하길 다행이다를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기억한다. 행복하길 원한다면, 감사하라.



 

4. 용서하고 봉사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자신의 삶은 실수투성이고 자신에게 행해진 해코지로 상처투성이일 뿐이라고 믿는 함정에 빠지는 대신 용서하고 섬기는 법을 배우라. 용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 수 있는 문을 열어주며, 타인을 위한 삶은 목적의식과 성취감이 있는 삶의 핵심이다.

 

5.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정의할 수 있는가?

타인의 견해나 주관적 기준에 의해 자신의 가치가 매겨지도록 두지 말고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스스로 정의하라. 성공이 우리의 인간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보람 있는 삶을 살려면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를 잘 가꾸고 핵심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번도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다.

 

6. 위험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가?

누구나 안락한 삶을 원하지만 편하기만 한 삶은 도리어 영혼을 무감각과 무기력에 빠트린다. 두려워하지 않을 때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두려움과 조심스러운 태도가 의사 결정의 주요 요인이 될 때 가장 성과가 낮았다는 사례를 통해 적절한 위험 부담이 도리어 삶에 활력이 됨을 강조하면서, 위험 감수자를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 과감하게 도전하여 역사에 남을 일을 하라.

- 용기를 내어 위험을 받아들여라.

-  실패를 중요하게 여겨라.

- 당신의 계획을 뛰어넘어라.

- 절박함으로 두려움을 물리쳐라.


 


7.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 파편화된 대상에 몰입하지 말고 통합적인 삶을 지향하라.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기대 수명을 실제로 높인다. 이는 삶이 여러 목적이 통합된 전체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진정한 목적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설명한다. 자신의 세계관에서는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지 스스로 물어보라.

 

8. 남길 만한 유산이 있는가?

좁고 한정된 자기 시야에 갇히지 말고 무엇으로 나의 유산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라. 명성과 부는 별 가치가 없으니 이력서 대신 추도문을 위해 살아라. 인생의 궤도를 바꾸고 진정한 목적을 돌아보기에 너무 늦었을 때란 없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맺는말에서 잃어버림의 문제에 대해 진정한 위험은 비전의 점진적인 추락, 대담함과 용기와 모험을 하려는 의지의 느린 소멸이라는 유용한 관점을 인용하면서 오늘을 살라(Carpe Diem)고 충고한다. 나는 과연 충실한 오늘을 살았는지를 묻는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가슴 속 저만치에서 새로운 각성과 일말의 뉘우침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옴을 느껴본다.



 

사실 이 질문들 가운데 아직 들어보지 못했거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항상 초심을 상기시켜주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우리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지문에 밑줄을 그어가며 거듭 읽는다. 어렵지 않은 질문이지만 저자가 주는 인생의 통찰력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각 질문에 대한 독자 자신의 답변을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좋은 읽을거리이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인생 철학이 담긴 인용문과 행동지침이 제시되는데, 단순하면서도 결정적인 지혜로 채워져 있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와 신념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강력한 인생 지침이 되어준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여덟가지인생질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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