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는 당신을 위한 온전한 독서법
장경철 지음 / 생각지도 / 2020년 11월
평점 :
한 해 서너 권의 책도 읽지 않던 주제에 필자는 2019년 10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연간 10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겠노라고 주위에 알리기 시작했다. 일단 저지르는 데 성공은 했지만 어떻게 수습할지 막막했다. 입에 풀칠하며 살기도 바쁜데 속 편하게 돈 안 되는 책이나 들여다볼 셈이냐는 옆지기의 핀잔도 들었다. 어쨌든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자신이 대견했고 그렇게 한 해를 보냈다.
드디어 올해 11월 들어 그간 자신에게 종용(?)했던 실천의 결과를 돌아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10% 초과 달성이었다. 일단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긍정의 힘이 솟았다. 그 길로 신나게 자랑질을 일삼으며 주위에 업적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만들어 연설 모임에서 서평 쓰기 체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솔직히 조금 우쭐해지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서평 100편을 엮은 나만의 글쓰기 기록이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읽은 책 가운데 양서를 추천해달라 부탁을 해왔다. 분명 괜찮다는 주제 위주로 100권을 넘게 읽었는데, 이상하게 고전문학이 겨우 몇 권 기억날 뿐이었다. 오 이럴 수가. 한 해를 두고 읽고 썼는데 ‘흐린 기억 속의 서평’이라니. 100권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난 대체 무엇을 위해 읽고 쓴 것일까?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이 신간 제목과 똑같이 읊조리면서, 왜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차원적인 목표를 위해 책을 도구 삼아 읽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또는 큰 의미 없는 숫자 100을 채워 넣기에 급급했던 것이었다. 그간 써놓은 서평이라도 다시 읽어보면 읽었던 내용이 어디 도망가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신을 위로해본다.
적은 분량임에도 정곡을 찌르는 저자의 알토란같은 조언으로 가득하여 빨리 읽히기 힘든 이 책은 제대로 된 독서법(사실은 공부법)을 공부하는 이유, 대상, 방법 그리고 활용법에 대한 큰 틀로 전체 4개의 장을 구성하고 있다.

공부하는 이유를 밝힌 1장에서는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우리의 숨겨진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함이며 책을 통해 여러 자료를 받아들임으로써 불만을 극복하고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길을 얻기 때문이라 말한다. 타인의 고통과 좌절을 통해 인생이 실패하고 성공하는 상세한 과정을 알게 되고, 좋은 언어 습득을 통해 더 나은 나 자신을 꾀할 수 있으며, 공부 습관으로 사실을 인정하는 능력을 기르면 행복과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내게 다가오는 자극을 스스로 바꿀 수는 없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반응뿐이므로 더 나은 반응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며, 책을 통해 사람 만나는 법을 배우게 될 때 우리는 동시대인이 아닌 사람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다른 언어를 습득한다면 언어권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부의 대상을 설명한 2장에서는 책 읽기를 멈추면 부족한 독서량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자아라는 차갑고 어두운 감옥에 갇히게 됨을 의미하며, 따라서 책 읽기는 타인과의 적극적 사귐을 통해 타인의 인생 체험을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동적인 투자인 동시에 책과의 만남이 더해질 때 우리는 자신의 과거와 환경의 예속에서 풀려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책을 독점적이며 배타적인 사랑을 나누는 연인, 자주 만나 생각과 토론을 나누는 친구, 그저 알고 지내는 지인처럼 사귐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책은 우리 삶에 좋은 친구이므로 항상 곁에 두어야 하며 좋은 우정처럼 우리의 생존에 가치를 부여해 준다고 말한다. 사람이 우매해지는 것은 관찰력의 부족이 원인이며, 주변의 세계를 올바로 포착하지 못하면 재앙을 맞이하므로 우리가 속한 자연과 환경, 사람들, 자신,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역사를 관찰하라고 한다.

책 읽는 방법을 제시한 3장에서는 꼭 읽어야 할 내용만 읽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메모하고 노트를 만들면 기억력이 향상되어 보존과 활용이 쉽고, 적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활용하여 발견한 지혜를 내 것으로 삼고, 중요 단어를 파악하고 핵심적 단어 읽기로 기본에 충실하며, 쟁점과 대안을 파악하면 비판적 성찰과 자신의 논점을 전개할 수 있으며, 고전을 읽어 시대의 유행에 함몰되지 않고 더 높이 더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공부 활용법을 안내하는 4장에서는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반복-축적-발효의 과정을 거치라고 말한다. 수많은 강의와 책과 자료를 접해도 내 안에 별 뾰족한 지식 체계가 세워지지 않는 것은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부족한 때문이며 지식이나 지혜가 크게 진보하지 않는 것은 생각이 결여된 때문이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100권 읽기는 가능하나 아무 생각 없이 한 권을 100번 읽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은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문구를 연상시킨다. 생각 없이 읽고 배우기만 몰두하면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지적인 바보가 되며, 다른 사람의 사상에 얽매이는 노예 같은 존재가 됨을 경계하라고 한다.

결국, 공부를 통해 우리는 참사람이 될 수 있으며 인생의 온갖 혜택을 누리며 지식을 유통할 수 있다는 저자의 통찰을 통해 그동안 해왔던 독서법이 상당히 부실하였고, 삶에 흡수되는 독서가 되려면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서두르는 독서는 조금 배우고 크게 뽐내는 결과만을 가져온다. 많은 양의 독서에 치중하다가 묵상을 멀리함으로써 결국 독서 자체가 무익해진다’는 오스왈드 샌더스의 말을 되새기며 다시 머리띠를 묶어본다.
#자기계발 #진작이렇게책을읽었더라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