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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라면 유대인처럼 - 유대 5천 년, ‘탈무드 유머 에센스!’
박정례 편역 / 스마트비즈니스 / 2021년 1월
평점 :
<욕심>
한 부부가 종마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갔다. 첫 종마의 안내문에는 ‘지난해 교미 50번’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보고 부러운 듯 말했다.
“당신도 배워요. 1년에 50번이나 했대요.”
다음 종마의 안내문에는 ‘지난해 교미 120번’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보고 더 부러운 듯 말했다.
“어휴, 당신 좀 배워봐요. 한 달에 10번씩이나 된다잖아요.”
다음 종마의 안내문에는 ‘지난해 교미 365번’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내는 남편을 째려보며 말했다.
“어휴, 정말 당신은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하루에 1번씩이래요!”
지금까지 아내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남편이 더는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저 종마가 365일 똑같은 암말과 했는지, 어디 물어보라고!”
19금의 영역이긴 하나 이 일화에서 저자는 서로에게 바치는 정성을 모르는 부부들이 많다며 눈치가 없으면 코치로 살아가라는 통찰을 준다. 종마에게 비교당하는 수모를 참던 남편은 아내의 논리를 한 방에 뒤집어 제 꾀에 넘기고 있다. 이처럼 유대인의 유머는 단순한 말장난(pun)이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행동으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니라,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이나 모순을 지적하여 오히려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지적 반전에 있다. 이를 통해 재미와 함께 생각의 여운을 남긴다.

유대인들의 유머 감각이 타민족에 비해 색다른 데에는 서글픈 역사적 배경이 있다. 로마 제국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추방당한 뒤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곳곳에 정착한 유대인의 삶은 ‘불안정성과 이방성’으로 압축된다. 기독교도로 개종하면서 주류문화에 동화되려고 노력을 했든, 아니면 자신의 종교적 전통과 이에 토대를 둔 유대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든, 유대인들은 기독교도들의 편견과 질시, 탄압을 무릅쓰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했다. 이렇게 수 천 년 동안 커다란 박해를 견딜 수 있게 한 힘은 일상적인 고된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정신적 여유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유대인은 고통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했으며 이러한 그들만의 생존능력은 유머라는 특유의 희극적 감수성으로 빛을 발한다. 유머는 하나의 삶의 태도이자 정신으로서,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희극적 형식이기도 하며, 일상의 박해에 대한 저항정신이자 집단 수용소나 다름없던 유대인 강제 거주 구역인 게토(ghetto)의 비참함을 저항하고 극복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유대인 유머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 풍자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배고프고 가난한 운명에 대해 유대인들은 비극적 눈물을 흘리며 개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롱하며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다. 유대인의 이런 태도는 자기 처지에 대해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고 그것과 유희하며 거리를 유지하는 것,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 거리를 두며 하며 자신을 ‘객체화’하는 것은 풍자의 본질이며 유대인 유머의 핵심이다. 동시에 유대인 유머의 자기 풍자적 성격은 자유를 지향한다.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의 자유를 표출하는 유머는 자기를 구속하고 있는 현실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내포하는 자기 풍자적 성격을 드러내면서 울음과 웃음이 교차하는 이중성을 지닌다. 그래서 유대인 유머를 통한 웃음은 종종 “울지 않기 위해 웃는 것”이라고 하며, 웃음 속에 눈물이 맺혀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대표적인 감성의 지도자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늘 여유 있는 유머로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1981년 정신이상자 존 힝클리가 쏜 총에 가슴을 맞고서도 레이건은 농담을 잊지 않았다. 그는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총알이 날아올 때 납작 엎드려야 했는데, 깜빡했어. 영화에선 잘했는데 말이야.” 또 주위에 몰려든 의사들에게는 “당신들 모두 공화당원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의 지지율은 83%까지 올라갔다. 그다음 해에 지지율이 32%까지 떨어지자 레이건은 걱정하는 보좌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그까짓 지지율, 총 한 번 더 맞으면 되지 않겠나?”

이 책은 참고 문헌에 등장하는 유대인 유머를 다룬 15권 가운데 특징적인 일화 107개를 추려 엮어낸 것이다. 또한, 각각의 일화에는 제목 밑에 insight 머리표가 달린 오렌지색 상자를 볼 수 있다. 이는 편역자가 이야기의 교훈과 유머의 핵심을 한두 문장으로 재해석 압축한 것으로 웃음의 코드와 함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독자층은 마치 정답을 먼저 보여주고 시험문제를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또는 편역자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 짐작되는데, 만약 이 상자의 위치를 본문 다음에 자리했더라면 독자에게 어떤 점에서 익살스러운지 혹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좀 더 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하루에 평균 400번 정도를 웃는데, 어른이 되면서 하루 6번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웃음을 잃고 더불어 건강도 잃게 되는 것이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처럼 웃는 집안에 복이 많이 들어온다. 웃는 사람은 행복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기업이나 국가에도 해당한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지루한 일상에 큰 웃음을 주던 개그 프로가 최근 영구 종방되어 참으로 아쉽다.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정치인들과 제대로 된 풍자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고약한 사회 풍조 때문이기는 하나, 국민이 자주 웃을 수 있어야 사회와 국가도 건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은 분명하다. 마지못해 웃는 `억지웃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억지로 웃든 진짜로 웃든 우리 뇌는 구별을 못 하지만 억지로 웃더라도 90%의 효과가 있으며 암 예방과 치료에도 특효라고 하니, 다 함께 웃어 봅쒸~ 하하핫~!
#자기계발 #유머라면유대인처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