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 디지털 생태계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과 기본권에 대하여
최배근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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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사귀어오던 그녀가 돌변했다. 내 능력으로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지금까지의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요구하면서 더 이상의 연인 관계를 지속하지 못할 것 같으니 그냥 친구로 남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것이다. 내 이름은 20세기, 그녀의 이름은 21세기다. 저자가 ‘새로운 처음’형 충격이라 정의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한 이런 대사건은 듣도 보도 못한 충격과 함께 피해 규모도 증가하며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 지혜, 경험 등으로 예측이 어렵고 예측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더욱 난감하다. 특히, 지구 방위대를 자처해온 빅 브러더 미국은 지난 2001년 미국 정부에 베트남전 철수와 맞먹는 모욕감을 안겨준 9.11 테러를 겪으면서 자국은 타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어도 타국으로부터 영향은 받지 않는다는 중심주의 세계관에 기초한 안보 주권을 훼손당했고,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실패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무기력을 드러냈으며,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 등을 겪으면서 최첨단이라 믿고 있던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게 되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나 호주 산불사태 역시 인간의 이성과 지식체계로는 예측 불가능한 대사건들이었다.

우리는 지금 낡은 집이 무너지고 있으나 새로 들어가 살아야 할 집은 준비가 안된 상황에 놓여있다.

본문 38쪽

이러한 ‘새로운 처음’의 여파는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과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판검사-의사-언론인-고위공무원-목사 등 선망받던 직업군의 부패와 타락, 권위의 상실, 사익 추구를 위해 공익을 훼손하는 특권층 카르텔의 균열 등 공정성을 화두로 하여 우리 사회를 뒷받침하는 모든 제도를 재검토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정해진 내용을 가르치고 정답을 찾는 방식에 머무르며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교육은 청년들을 시대 부적응자로 살아가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미 25년 전부터 죽은 교육을 거부하는 운동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굴뚝으로 상징되는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아직도 그 틀에 맞춰진 사람들의 인식은 문화 실패로도 드러나는데 이는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에서 더욱 큰 문제로 드러났다. 이미 우리 생활에 성큼 들어선 디지털 세계는 모든 것을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시민에게 권력을 부여하며 산업 문명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

‘사회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라는 의문이 나타나고, 특히 90년대부터 서구 사회에서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라는 화두와 ’시민사회의 재건설‘에 대한 필요성이 부상하였다.

본문 91쪽

이 책은 20세기와 21세기 사이에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충돌 원인과 양상을 영역별로 비교 분석하며 인류 사회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하는 1장, 산업화 시대의 세기말적 현상으로 각 분야에서 속속들이 드러나는 20세기의 한계점들을 짚어보는 2장, 한국 사회에서의 산업화 모델이 가진 문제점을 집중하여 조망하고 위기의 청년 세대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음을 토로하는 3장, 디지털 생태계의 특징과 이를 맞이하기 위한 사회, 교육, 경제 분야의 조건들을 두루 살펴보는 4장,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인류 세계를 위해 우리나라가 가진 역사적 과제를 받아 안아야 한다고 말하는 5장으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전공인 경제사를 기초로 한 통찰력과 풍부한 자료 해석과 날카로운 진단으로 ‘새로운 처음’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책 제목에 저자 본인의 이름을 넣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은데 아마도 경제 전문가로서 자부심의 표현이리라. 그리고 저자가 저명한 경제학자라고 해서 경제만 다루라는 법은 없다. 인체의 모든 곳에 뻗어 있는 혈관과 혈액처럼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과 무관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자는 특히 자본주의 체제에서라면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연스레 저자는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역사와 교육을 비롯한 제반 사회문제 역시 골고루 언급하고 있다.

더없이 훌륭한 내용 이외에 가독성과 집중력에 관련된 책 구성의 묘미에 대해 언급해본다. 대부분의 독자는 저자가 어떤 소주제나 질문, 현상을 요약할 때 첫째, 둘째 등의 신호를 주며 내용을 정리 압축해 주는 데 익숙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문단 정리 기술과 문맥을 연결 능력이 향상될 것 같다. 예컨대 어떤 논점에 대하여 네 개의 요점을 제시한다고 하자. 첫째와 둘째 요점은 한 페이지에 있어 금방 파악되는 반면, 세 번째 요점을 정확히 발견하지 못했는데 네 번째 요점이 다섯 장 뒤에 발견된다면 혹시라도 놓쳤나 싶어 앞뒤로 다시 훑어보게 되는 경우이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끝내주게 맛있는 팥빙수 맛집에서 그릇에 넘치도록 퍼담아 주니 푸짐해서 좋긴 하지만 내용물이 넘친다. 그릇 주변이 지저분해질뿐더러 4인분 주문한 음식에 숟가락이 3개뿐임을 발견하고 어색해지는 느낌이라 하겠다.

1990년 무렵 필자의 가족은 먼저 미국에 이민 간 친척의 초청으로 미국 시민이 될 기회가 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15년이나 공들였던 노력이 무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전염 사태에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미국 정부의 무능과 공공보건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개인의 자유가 더 소중하다며 총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미국인들의 수준을 보면서, 우리는 막연히 동경하던 선진국의 허상을 여실히 깨닫는 동시에 예전과 달리 선진국과 겨뤄 꿀리지 않는 국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격변의 21세기를 맞아 한반도가 새로이 맞이할 운명을 개척하려면 우선 사익 추구와 기득권 유지에만 관심을 쏟는 매판적 보수 세력의 해체를 말하는 동시에 AI보다 못한 노동력을 양산하는 교육 체계를 바꿀 수 있는지, 기후 위기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지, 헬조선이 주도하는 통일 또는 남북 통합이 가능한지에 대한 해답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대한민국호의 좌표를 정확히 짚어주는 일등항해사를 만나고 있다.

#경제전망 #최배근대한민국대전환100년의조건 #포스트코로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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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 디지털 생태계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과 기본권에 대하여
최배근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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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대한민국호의 좌표를 정확히 짚어주는 일등항해사를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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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장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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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장이 이 책의 소재인 만큼 우선 시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 market의 어원을 찾아보았다. 고대 유럽에서는 전리품이나 도둑질한 장물이 주로 시장에 나와 거래되었기 때문에 merce에서 시장을 뜻하는 market으로 파생되었다. 용병을 뜻하는 mercenary, 태양계의 행성인 수성이자 로마신화의 도둑과 상업의 신을 뜻하는 Mercury도 같은 어원이다. 고대 유럽의 시골은 개인이 아닌 마을별로 경제 단위를 이뤘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공동으로 농사짓고, 수확물은 마을 공동 창고에 보관했다가, 필요한 만큼씩 가져다 썼다. 서비스업의 개념도 없던 때라 뚜렷한 전문 직종은 없었고, 함께 농사짓는 마을 사람 중 대장장이가 있어 대가 없이 이웃들의 농기구를 고쳐주었다. 대장장이는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만족했다. 만약 자기네 마을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건이 필요해지면, 시장으로 교환하러 가지 않고 그 물건을 생산하는 옆 동네로 선물을 보냈다. 그 동네 사람들은 선물의 의미를 눈치채고 이웃 동네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답례 형태로 챙겨 주는 방식으로 물물교환을 했다. 하지만 도둑질한 장물은 최대한 원래 주인 눈에 띄지 않는 먼 곳에 내다 팔아야 했다. 또 용병들은 전쟁에 참여한 대가로 돈이 아니라 전리품을 받았는데, 자기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은 내다 팔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야 했다. 빼앗은 물건이 라틴어로 merce였다. 시장에서는 주로 이런 물건을 교환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을 market이라 불렀다. 실제로 로마신화에서 merce의 신을 뜻하는 Mercury는 도둑들의 신이면서 상업의 신을 겸했다고 한다.


시장을 주제로 한 사진 책이 드문 것처럼 이 책을 쓴 저자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중학생 될 나이에 서울 유학을 왔고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후 유명 중식당 주방에서 요리를 배웠으며 지금은 중국요리 연구가이자 대학교수가 되어 중국 전통조리를 가르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서전 성격의 음식 전문 서적도 출간하였다. 이 책은 EBS에서 저자가 참여하여 진행한 세계 테마기행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사진 책으로 엮은 것으로 동서양 여러 나라의 시장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이 날것 그대로 담겨있다.


시장에 관한 추억은 삶의 순간이 기억나는 독특한 공간이며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할 아날로그 감성을 남겨준다. 시장에는 사람이 있고 삶이 있으며 힘찬 에너지의 물결을 느낀다. 시장이 치열하게 사는 인간 삶의 단면인 이유는 가족을 배부르게 먹이고 따뜻하게 입히고 싶은 인간의 공통된 목표가 발산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힘겨울 때는 시장에 가라는 말이 있다. 생동감을 느끼며 다시 삶을 꿈꾸라는 뜻이 아닐까. (본문인용)


하지만 시장이 늘 낭만적이거나 추억 속의 장소만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편찮으신 어머니를 대신하여 자전거로 장을 보러 다녀야 했던 필자에게 다가오는 시장의 느낌은 살가움보다 창피함이 더 컸다. 동네를 쏘다니며 놀기 바쁜 또래의 사내아이라면 아무도 하지 않았을 장보기 심부름을 누가 볼세라 늘 신경 쓰며 다녀야 했는데, 어느 더운 여름날 자전거 짐받이에 싣고 오던 수박이 굴러떨어져 박살이 나던 순간 이를 목격한 옆집 또래 여학생의 웃음을 참던 표정이 차마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외국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시장에 들러보라는 조언을 듣는다. 저자는 인간의 먹고사니즘을 대변하는 시장은 이방인의 삶에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며, 현지인들이 무엇을 먹고 입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정보는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보다 훨씬 정확한 법이다. 클릭 한 번이면 장 본 물건이 바로 집으로 배송되는 편리한 요즘, 재래시장은 상대적으로 어지럽고 복잡하고 소란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적인 삶의 모습만큼은 가상세계에서 느껴보지 못할 독특한 요소이다. 이 책은 보기에도 맛깔스럽게 진열된 과일, 알록달록 모양도 이쁜 옷가지, 허기를 달래줄 먹음직스러운 길거리 음식, 북적거리는 뒷골목 풍경, 산더미처럼 쌓아둔 형형색색의 상품, 어깨 부딪히며 걷는 사람의 물결과 그 너머로 물건값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풍경을 담고 있다. 카트 운전하기 바쁜 대형 상점에서의 주말 쇼핑과 인터넷 가격 비교와 검색 구매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재래시장은 불과 20년 전 삶의 현장이었음을 되새겨 본다.


#세상의시장 #인문교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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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장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타지에 가면 가장 먼저 가게 되는 체험 삶의 현장,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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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과학 한 움큼
장수길 지음 / 전파과학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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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평>

달 뒷면이 외계인들의 전진 기지이다, 또는 인류가 실제 달에 간 적이 없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여 달에 관한 진실이 늘 궁금하던 차에 정확한 얘기를 들어 볼 수 있겠다 싶어 기대된다.


어릴 적 동산 위에 뜬 쟁반 같은 둥근 달을 보면서 달에 토끼가 사는데 방아 찧는 일까지 한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놀라워했던 순수의 시대를 기억한다. 하지만 네 살만 되어도 산타 할아버지가 사실은 산타로 위장한 아빠임을 일찌감치 깨달아 버리는 요즘 영악한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가는 허황한 소리 지껄인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달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학과목으로 배우기 시작한 고등학생 무렵부터는 그나마 가끔이라도 쳐다보던 달을 더더욱 외면하기 시작했는데, 지구과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처음에는 흥미로웠으나 평가를 받게 되는 시험 과목으로 다가오자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만약 당시에 현직 과학 교사가 쓴 이런 달달~한 달 전문 설명서를 교과서로 채택했더라면 좀 더 자주 달을 바라보며 친하게 알고 지내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야말로 상식선에서 달에 관해 가져볼 만한 질문과 답변을 모두 제공하는 달 신상명세서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묻는다면, 지구 생성 초기에 화성 크기의 거대한 행성이 지구에 충돌했고 그때 생긴 파편이 뭉쳐져 달이 되었다는 충돌설(자이언트 임팩트설)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고 답한다.(17) 또한, 달에 정말 토끼가 사느냐고 묻는다면, 달 생성 초기 주변의 무수히 많은 운석과의 충돌로 마그마 상태였으나 이후 충돌이 뜸해지면서 서서히 식어갔으며, 이후에도 지속된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현무암 성분의 용암이 달의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 어둡게 보인 것으로 이를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41) 이 외에도 달의 질량 계산법, 61인 달과 지구의 중력비 산출법, 운석 구덩이로 달 표면이 고르지 못한 이유, 달 표면의 오른쪽 아랫면이 유난히 밝아 보이는 원인, 달이 차고 기우는 원리, 일식과 월식 현상, 밀물과 썰물, 세차운동 등을 상세한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달 자체에 관한 과학 지식 이외에도 메밀꽃 필 무렵, 정읍사와 같은 대표적인 우리 문학 작품을 비롯하여 쥘 베른의 달나라 탐험기에 등장하는 달에 대한 인간의 정서, 달을 국기에 사용하는 이슬람 문화권 나라들의 지리 역사적 배경, 아폴로 11로의 우주 비행사였던 마이클 콜린스의 저서 Fly To The Moon에 묘사된 달 탐사 우주인들의 애환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달 탐사 조작설에 관한 사실 등에 있다. 특히, 세간의 여러 음모 이론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저자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단호하고 명쾌한 목소리로 답변한다.

과연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는 것인가? 19697월에 있었던 최초의 달 착륙 영상은 지구로 중계되어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본 분명한 사실이다. 한둘은 몰라도 모두를 속일 수는 없다.

진공 상태에서 펄럭이는 성조기는 진짜인가?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땅에 깃발을 꽂는 순간 발생한 반동으로 깃발에 주름이 간 것이다. 주름이 유지된 이유는 달의 중력이 지구의 1/6이라서다.

별빛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은 조작인가? 달의 표면은 태양광을 반사하기 때문에 사진에서 매우 밝게 보인다. 밝은 빛 때문에 상대적으로 별빛은 어두워 보인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진에서 별을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며, 이렇게 약한 별빛을 사진에 담으려면 카메라의 노출을 좀 더 길게 했었어야 했다.

달에 남긴 발자국은 가짜다? 레골리스라고 불리는 달 표면의 토양은 암반 위에 먼지처럼 뒤덮여있는데 표면이 부슬거려 밟으면 쉽게 눌린다. 이 토양 입자는 잘 뭉치기 때문에 발을 떼어도 신발의 바닥 면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달에는 공기도, 바람도 없으므로 앞으로 수백 년간 발자국이 남아있을 것이다.

우주 비행사가 방사선에도 무사하다? 반 알렌대라고 알려진 방사선 벨트는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 간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며 우주 경쟁 초기 단계에서 과학자들이 염려했던 것 중 하나로 우주 비행사들이 치명적인 수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나사에 따르면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들이 달로 가는 여정 중 방사선 벨트에 머무른 시간은 채 두 시간이 되지 않는다. 방사선이 최대치에 이르렀던 곳에서는 5분 이내로 머물렀으며 영향을 받을 만큼 오랜 시간 머물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말 달에 간 적이 없다면 당시 미국의 최대 경쟁자인 소비에트 연방은 왜 침묵했을까? 만약 달 착륙이 가짜라면 냉전 시대에 미국과 대척하며 자신들도 사람을 달에 보내기 위해 극비 계획을 진행했던 소비에트 연방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소비에트 연방은 이를 밝힐만한 동기도 있고 능력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으므로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저자가 지난 30여 년간 지구과학 교사로서 과학의 본질은 재미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가르쳐온 달 전문가로서의 깊은 지식과 경험을 담았으며, 학생을 비롯한 성인들도 알아듣기 쉽고 익살스러운 눈높이 화법과 풍부한 시각 자료를 곁들인 설명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적어도 달에 관한 질문이라면 더 이상의 교과서는 필요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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