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쓰다 - 지혜의 말 필사책
스리 오로빈도 엮음, 루미 옮김 / 스토리두잉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작가 소개

이 책을 엮은 스리 오로빈도(Sri Aurobindo, 18721950)는 인도의 철학자, 시인, 요기이자 독립운동가로, 정치적 혁명가에서 영적 지도자로의 전환을 통해 현대 인도 사상에 깊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1872815일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난 그는 7세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세인트 폴스 스쿨과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그는 인도 민족주의 운동에 관심을 가지며 학창 시절부터 정치적 의식을 키워갔다. 1893년 인도로 귀국한 그는 바라다 주의 마하라자 아래에서 공직에 종사하면서도 인도 국민회의와 벵골의 아누실란 사미티 등에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신문 '반데 마타람'의 편집자로서 영국 식민 지배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전개했고 이로 인해 체포되어 알리푸어 감옥에서 1년간 갇히기도 했다. 감옥에서의 체험은 그의 삶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1910, 그는 정치 활동을 중단하고 프랑스령 퐁디셰리로 이주하여 명상과 요가에 전념했다. 이곳에서 그는 인간의 의식과 삶을 신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통합 요가(Integral Yoga)'라는 독자적인 영적 실천법을 개발하였다. 정치와 영성을 아우르는 삶을 통해 인간 의식의 진화와 사회의 영적 변화를 추구하였으며,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 책 속으로

이 책은 손으로 따라 쓰는 필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책이다. 역사상 시대와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스승들의 지혜로운 말들을 한 권에 모았다. 여러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전해 내려온 소중한 가르침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힌두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 도교, 유대교, 수피즘과 같은 다양한 종교뿐만 아니라 고대 철학자들의 깊은 통찰을 담은 문장들도 함께 들어 있다. 단순히 듣기에 좋은 말들을 모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장들을 통해 삶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구성되었다. 그 안에는 삶의 의미, 사랑, 고통, 자기 발견, 신에 대한 깨달음 등 우리가 모두 고민하는 보편적인 주제들이 가득 담겨 있어, 읽는 이에게 평화와 정신적인 성장을 선사하고 있다.

 

1.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지혜의 안내서

이 책은 동서양과 과거, 현재를 가리지 않고 위대한 사상가들의 말을 신중하게 선택하여 모은 선집이다. 마치 캄캄한 길을 걷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작은 등불과 같으며, 각 문장은 간단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다양한 문화와 시대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놀랍게도 그 안에 담긴 진리들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혜로 연결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공유하는 진리를 느끼게 되고, 모든 지혜가 결국 하나로 통합됨을 깨닫게 될 것이다.

 

2. 손으로 따라 쓰며 깊이 생각하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에게 직접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도록 안내한다는 점이다. 책에 실린 짧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한두 줄의 격언을 직접 손으로 옮겨 쓰면서 독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문장을 이해하고 마음에 새기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랑은 신이 쓰는 또 다른 이름이다" 또는 "진정한 변화는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와 같은 문장들을 천천히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문장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필사하다 보면 저절로 그 문장이 내 안에 스며들어 마치 자신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글자를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탐구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특별한 명상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일주일 정도 꾸준히 따라 써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 명상과 영성을 위한 다양한 도구

이 책은 특정 종교나 신념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종교와 철학의 가르침에서 중요한 지혜들을 골라 독자들이 편견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불교의 깊은 명상법, 기독교의 조용한 묵상법, 힌두교의 자기성찰, 이슬람의 내면의 평화, 도교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 등 여러 종교가 공통으로 말하는 지혜들을 한 권에 담은 것이다. 독자들은 각자의 종교적 배경이나 개인적인 신념과 상관없이 다양한 가르침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은 일상의 작은 명상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종교적인 강의, 모임 등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읽는 책을 넘어 실생활에서 영적인 성장을 돕는 훌륭한 안내서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단순한 격언 모음집을 넘어서서 독자가 직접 필사하면서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느끼는 살아 있는 지혜의 도구이다. 하루에 몇 문장씩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따라 쓰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한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많은 독자에게 내면을 밝히는 영적인 안내자이자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스토리두잉 #마음에쓰다 #필사책 #격언모음 #스리오로빈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기 있는 과학 서적은 마치 출퇴근 시간의 버스처럼 독자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처럼 뇌과학 열풍이 뜨거운 시대엔, 이 책이 그 인기몰이 버스에 탑승한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얼마나 유연한지, 그리고 우리 인간이 왜 이렇게 다재다능한지에 대한 놀랍고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비결은 바로 '생후배선(livewiring)', 즉 우리의 두뇌가 상황에 따라 즉석에서 배선을 갈아 끼우듯 자신을 재구성하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두뇌를 컴퓨터 배선처럼 비유하는 감각은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뇌가 '입력에 따라 변화하는 자기 적응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극적인지는 최근 들어서야 주목받고 있다. 뇌의 절반을 제거했음에도 정상적으로 성장한 어린 매슈부터 방의 조명 변화에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응하는 놀라운 사례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심지어 언어 습득의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쳐버린 아이들이 이후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안타까운 사례도 등장한다.

책의 중심 개념인 생후배선과 뇌 가소성은 둘 다 뇌의 발달과 변화에 관련되어 있지만, 적용 시점과 방식은 다르다. 생후배선은 어린 시절에 뇌가 외부 자극을 받아 뉴런 간 연결을 빠르게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 시기에 언어나 운동 기능의 기반이 만들어진다. 반면 뇌 가소성은 평생 계속되어 학습과 경험에 따라 신경망이 계속 바뀌게 만든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뇌 손상 후 회복 과정에서 중요하다. 한마디로 생후배선이 초기 설계라면, 뇌 가소성은 평생 업그레이드되는 펌웨어 업데이트 같은 셈이다. 책에서 제시한 7가지 요점은 뇌의 신비를 아주 재밌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1. 뇌는 필요에 따라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다.

어린 매슈는 심각한 발작으로 뇌의 절반을 떼어냈지만, 3개월 후엔 누가 봐도 뇌의 반쪽이 없다는 걸 눈치챌 수 없었다. 약간의 불편을 빼면, 뇌가 알아서 빈자리를 채운 것이다!

 

2. 뇌는 어떤 감각이라도 처리할 수 있다.

1960년대 실험에서 한 시각장애인은 등에 달린 압력 장치로 시각을 대신했고, 이틀 만에 사물을 식별하기 시작했다. 등으로 보는 세상이라니, 참으로 신기하다.

 

3. 뇌는 어떤 신체든 작동법을 습득한다.

두 발로 태어난 개 페이스는 사람처럼 걷고, 팔 없이 태어난 양궁 선수 매트는 발가락으로 화살을 정확히 쏘는 신기록을 세웠다.

4. 뇌는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적응한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펄만의 뇌는 일반인과 확실히 다르다. 뇌도 중요하다고 느끼면 적극적으로 개조하는 모양이다.

 

5. 뇌는 우리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는 잠궈둔다.

1980년대 IBM 로고에 갑자기 빨간색이 추가됐다는 이상한 착각 사건이 있었다. 물론 로고는 변한 적 없었다. 사람들의 뇌가 너무 익숙한 이미지를 임의로 바꿔버린 것.

 

6. 나이가 들수록 뇌 가소성은 감소한다.

어린 나이에 뇌의 절반을 잃어버린 매슈는 회복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극단적인 적응은 어렵다. 뇌가 점점 덜 유연해지기 때문이다.

 

7. 오래된 기억은 최근 기억보다 더 강력하다.

1960~1980년대 출생한 사람들의 공감각 패턴이 당시 유명한 알파벳 자석 세트와 일치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평생 유지된 셈이다.

 

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건 확실히 큰 불행이다. 그러나 만약 잃어버린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흥미로운 가능성은 세 가지 중요한 문제를 낳는다. 첫째,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기술 접근이 불균등하면 이미 존재하는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둘째,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에 대한 정의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자아 정체성과 윤리적 동의 문제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본인의 동의 없이 기능 강화가 이루어진다면 윤리적 논란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기존의 고정된 뇌 개념을 뒤흔들며 인간의 뇌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적응력이 뛰어난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이다. 뇌를 단순한 회로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연결망으로 설명하며, 우리가 학습하고 경험할 때마다 신경망이 재조직된다는 점을 생생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더불어 신경 가소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감각 대체 기술, 신경재활, 인간 인지 능력의 확장 가능성 등 현대 뇌과학이 제시하는 혁신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특히 뇌가 특정한 입력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생후배선의 특성을 지녔다는 점은 신경과학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교육, 의료 분야에도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인간의 학습과 창의성, 그리고 미래 기술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우리의 뇌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적응하는 유기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부 시절 미국문학사를 배우면서 처음 접했던 피츠제럴드를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니 반가움과 동시에 묘한 신선함을 느낀다. 그간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종종 영화로 보기도 했지만 특히 이번에 만난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 같았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마치 피츠제럴드가 직접 작가나 작가 지망생을 위해 쓴 안내서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의 작품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한 글을 엮은 것이었다. 기대와 달리 안내서가 아니어서 처음엔 조금 아쉬웠지만, 생각해 보면 그는 평소에도 다른 작가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왔고, 자기의 이야기를 아주 뻔뻔하고도 유쾌하게 작품 속에 녹여냈기 때문에 편집자가 모아놓은 글 속에서 충분히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매력적인 무대, 역동적인 전개, 활기찬 인물, 적절한 속도감과 활기까지 소설의 구상에 모두 담겨 있어야 해. 이중 두 가지가 빠지면 소설은 힘을 잃을 것이고, 세 개나 네 개가 빠지면 매장이 반쯤 문 닫는 백화점을 운영하는 꼴이 되어 버릴 거야. (51)

 

피츠제럴드가 이 책에서 말하는 두 가지 분투는 근본적으로 글쓰기의 내적 갈등과 작가로서 살아가는 현실적 갈등이다. 첫 번째 분투는 바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가져오는 고통인데, 사실 글쓰기란 자기 내면의 혼란과 마주하며 언어로써 이를 조각내고 다듬어 가는 까다로운 과정이다. 피츠제럴드의 표현대로라면 작가는 항상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며,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아주 고약한 질문과 끊임없이 씨름하는 존재이다. 두 번째 분투는 작가로서의 삶이 전혀 녹록지 않다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피츠제럴드가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경제적 압박, 사회적 인정에 대한 갈증, 복잡한 인간관계 등 현실의 문제들은 항상 작가를 괴롭힌다. 글쓰기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 가다 보면 현실과의 타협도 불가피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는 "대체 내가 이 일을 왜 하는 거지?"라며 존재의 목적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결국 피츠제럴드가 이야기하는 이 두 가지 싸움은 서로 맞물려 있다. 작가로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려는 내적 투쟁과 현실의 냉혹한 벽을 뛰어넘기 위한 외적 투쟁은 모두 작가가 자신을 계속해서 탐구하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작가는 늘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며, 피츠제럴드 역시 그 질문을 작품과 삶 속에서 온전히 살아낸 인물이었다.

 

삶에 대한 날카롭고 명확한 태도 없이, 어찌 소설가로서의 책임을 떠맡을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69)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헤밍웨이에 대해 언급한 편지와 그의 딸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그중에서도 딸에게 추천한 애정 가득한 책 목록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피츠제럴드가 헤밍웨이보다 작품성이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훨씬 더 나았다고 본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는 1920~30년대 파리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두 작가로, 서로의 삶과 작품에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맺었다.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의 문학적 재능을 인정하고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쇠퇴와 비교하며 자존감을 상실해 갔고,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의 재능을 존중하면서도 그의 방탕한 삶과 자존감 부족에 대해 실망을 드러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은 마치 서로의 궤도를 돌며 간헐적으로 충돌하는 위성처럼 경쟁과 우정, 존경과 실망 사이를 오가는 공전하는 관계를 이어갔다고 알려졌다.

 

내가 <위대한 개츠비>에서 실제로 덜어낸 부분과 감정적으로 걷어낸 것만으로도, 또 한 권의 소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85)

 

피츠제럴드의 자전적 소설인 <낙원의 이편><위대한 개츠비>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 1920년대 미국의 번영기, 즉 재즈 시대(Jazz Age)의 화려한 면모와 함께 그 뒤편에 숨겨진 공허함, 환멸, 도덕적 타락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가장 밝은 동시에 가장 어둡기도 한 달의 양면처럼 특히 <위대한 개츠비>에서 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재물과 쾌락의 풍요로운 겉모습 뒤에 숨겨진 부패와 상실감을 심층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통해 그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상이 어떻게 왜곡되고 파괴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개츠비의 삶을 통해 성공과 부를 얻고자 하는 개인의 열망이 이루어졌을 때 나타나는 영혼의 황폐함과 환멸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은 대체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도덕적으로 부패하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하다. 상류층 인물들의 겉모습과 내적 진실 사이의 괴리를 묘사하여 당시 미국 상류층의 위선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문학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네 갈망이 보편적이었다는 것을 때닫게 된다는 거야. 그 순간 너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그들 중 하나가 되거든. (101)

 

<낙원의 이쪽(This Side of Paradise)>이나 <밤은 부드러워(Tender is the Night)> 등에서도 피츠제럴드는 청춘의 방황, 낭만적 꿈, 이상주의가 결국 환멸과 무기력, 허무로 빠져드는 과정을 잘 묘사하면서 젊음의 화려한 순간 뒤에 찾아오는 인생의 실망과 상실을 강조한다. 인물들이 지닌 이상주의적 열망과 냉혹한 현실 간의 괴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개인의 꿈이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는 비극적 순간을 포착한다. 개츠비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대개 이상을 좇다가 현실과 충돌하여 파멸하는 과정을 거친다. 낭만적 이상주의(로맨티시즘)와 세련된 스타일의 문학적 모더니즘을 결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으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와 정교한 서술 구조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히 묘사했다는 평을 듣는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그저 자신이 본 것을 더 많이 기록할 수 있을 뿐이지. (115)

 

피츠제럴드는 흔히 타고난 작가로 묘사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피츠제럴드의 재능을 "나비 날개 위에 쌓인 먼지가 자연스레 그리는 무늬처럼 타고난 것"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자신을 다르게 보았으며 "내가 성취한 작은 것들은 모두 가장 고된 노력과 힘든 싸움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인용구에 밑줄을 긋게 되는데, 아마 시간이 좀 더 흘러 다시 읽는다면 더 많은 부분에 표시를 남길 것 같다. 그는 실제로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이 그런 재능을 지녔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길지 않은 인용구마다 정말 많은 흥미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내 인생은 글쓰기를 향한 열망과 이를 방해하는 온갖 상황이 만들어낸 투쟁의 역사다. (143)

 

피츠제럴드의 작품이 미국 교과서에 실릴 만큼 널리 읽히고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그의 문학이 단순한 시대 묘사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의 본질과 인간 욕망의 보편성을 꿰뚫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한 그의 소설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과 그 이면의 공허함, 계급 상승에 대한 갈망과 좌절, 사랑과 자아의 분열 같은 주제를 통해 시대를 넘어서는 공감과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녔다. 이는 문학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한 사회의 정신적 거울이자 교육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예술이 공적 가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지인과 자녀에게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도 매우 선견지명이 있는 말을 많이 남겼다. 다만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 간 작가로서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쓰기는 스스로를 깎는 과정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깍고 나면, 더 앙상하게 벌거벗겨진 아주 작은 무언가만 남게 되는 거지. (165)

 

#글쓰기 #스콧피츠제럴드 #위대한글쓰기 #피츠제럴드글쓰기의분투 #리뷰어스클럽 #서평 #책추천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실한 작품은 작가가 진실한 삶을 살아야 세상에 빛을 보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우리를 현혹하는 것들에 논리와 근거로 맞서는 힘
리처드 도킨스 외 30인 지음, 존 브록만 외 엮음, 김동광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묻는 가장 단순한 질문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답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